서울 을지로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을지로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최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또한 하단이 2%대까지 내려앉는 등 약 3년 전 금리 수준을 회복했다. 일각에선 가계대출 문제가 더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40∼5.445% 수준이다. 약 한 달 보름 전 5월 3일(연 3.480∼5.868%)과 비교해 상단이 0.423%포인트(p), 하단이 0.540%나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895%에서 3.454%로 0.441%p 급락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330∼6.330%에서 4.160∼6.160%로 상·하단이 0.170p씩 떨어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의 낙폭(-0.172%p)과 거의 같다.

이는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인하를 미리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대의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약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수준이다.

지난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를 기록했고, 20일 2.95%를 거쳐 21일 2.94%까지 더 떨어졌다.

이번 주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금리+변동금리) 금리와 주기형 고정금리도 2%대(2.99%)에 진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5년물 금리 변동을 매주 월요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주기형 금리에 반영한다"며 "지난주 3.09%였던 혼합형·주기형 금리 하단에 은행채 금리 하락분(0.10%p)을 빼면 이번 주 월요일(24일)부터 2.99%의 최저 금리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2%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내부 시계열 통계에서 각 2021년 8월 말(2.92%) 이후 약 2년 10개월만, 2021년 3월 4일(2.96%) 이후 약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3.740∼6.732%) 역시 상단과 하단이 한 달 보름 전보다 각 0.110%p, 0.106%p 떨어졌다. 구조적으로 시장금리 하락이 예금 금리 등을 거쳐 변동금리 지표인 코픽스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출자 입장에서는 5억원을 빌렸을 때 작년 말보다 연 원리금 상환액이 수백만원 줄어든 상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상환 부담을 덜 수 있어 다행이지만, 가계대출이 다시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원으로 5월 말(703조2천308억원)보다 4조4054억원 더 늘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20일까지 각 3조6802억원, 7330억원 불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