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올해 주총은 한국 자본시장의 지배구조 지형도를 바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명문화가 적용된 첫 번째 주총인 동시에 시행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 강력한 규제를 앞두고 대주주가 이사회를 정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이 불러온 주총 풍경의 변화올해 주총의 가장 큰 변수는 단연 상법 개정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서 이사회의 의사결정 기준 자체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이나 분할이 ‘회사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통용됐으나 이제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이사가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또한 지난 2월 25일 국회를 통과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로 자사주를 활용하던 관행에 종지부를 찍었다. 자사주 취득 후 1년 내 소각을 강제하는 이 법안에 맞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미 선제적 소각에 나서며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정해창·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에서 “자사주의 대주주 지배력 방어를 위한 우회 활용이 차단된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이 곧 주식 고유 가치를 높이는 글로벌 표준으로 회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행동주의 이어 시민단체까지 ‘전방위 공세’상법 개정으로 법적 기반을 다진 행동주의 세력과 소액주주 연대는 올해 주총에서 실질적인 ‘경영 개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이 핵심으로 삼는 부분은 올해 9월 시행 예정인 독립이사(사외이사)인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기존 1명→2명)와 집중투표제 조기 적용이다.감사위원은 단순한 이사를 넘어 회계감사 및 기밀 열람권까지 보유하고 있어 주주 측 인사가 이 자리를 차지할 경우 이사회 내부에서 강력한 견제 장치로 작동하게 된다.이에 따라 팰리서캐피탈(LG화학), 트러스톤자산운용(태광산업), 얼라인파트너스(코웨이) 등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명분으로 감사위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경제개혁연대는 과거 국민연금 등이 선임을 반대했던 인물 중 올해 재선임 가능성이 있는 98명을 분석, 이 중 신동빈 롯데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오너 기업인 24명의 재선임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경제개혁연대는 “형식적 요건 충족보다 과거의 반대 사유가 실질적으로 해소됐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횡령 혐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조현준 회장과 이해상충 위험이 존재하는 조원태 회장 등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주총 4대 핵심 격전지이러한 흐름 속에 주요 상장사들은 지배력을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에 돌입했다. ① 고려아연 ‘백기사’ 상호주 논란과 ‘3% 룰’의 수싸움지분율 격차가 2%포인트 이내로 좁혀진 고려아연은 3월 24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최윤범 회장 측은 미국 대규모 제련소 건설과 정부 합작사(‘Crucible JV’) 추진을 명분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단행해 우호 지분 약 10%를 추가 확보했다.경영 안정성과 중장기 투자 재원 확보를 내세운 조치지만 MBK·영풍 연합은 경영권 방어 목적의 희석 발행이라고 비판한다.핵심 쟁점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안이다. 상법상 이른바 ‘3% 룰’(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정)을 감안하면 분리 선출 인원 확대는 지분 구조에 따라 표 대결의 역학을 바꿀 수 있다.자사주를 매개로 한 대기업 간 상호주 구조를 두고 3차 상법 개정안 취지에 배치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여기에 계열사 KZ정밀이 영풍 이사회를 상대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하고, 이에 맞서 영풍이 KZ정밀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쟁은 법정 공방으로 확전됐다. ② 한미약품 그룹 4자 연합 균열과 신동국의 독자 행보한미약품 그룹은 지난해 오너가 분쟁을 잠재웠던 ‘4자 연합’ 내부에 균열이 발생했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최근 약 2137억원을 투입해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을 29.83%까지 끌어올리며 ‘절대 권력’을 굳혔기 때문이다.기존 4자 연합은 ▲신동국 회장(29.83%) ▲송영숙 회장(3.84%) ▲임주현 부회장(9.15%) ▲라데팡스(9.81%)로 구성으나 신 회장의 지분율이 모녀 측 합산(12.99%)을 압도하게 되면서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신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연임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경영진 교체를 압박하고 있다.박 대표가 신 회장의 ‘부당 경영 간섭’을 주장하며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정면 대응에 나서면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특히 신 회장이 사내 성추행 가해 임원을 비호했다는 도덕성 프레임을 내세워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이번 주총에서 박 대표의 연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③ 한국앤컴퍼니 사법 리스크 틈탄 조현식의 ‘배후 작전’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으로 발생한 권력 공백을 누가 메우느냐가 관건이다. 횡령·배임 혐의로 수감 중인 조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 훼손 논란이 거세지자 사내이사직을 전격 내려놓으며 일단 후퇴했다.이 틈을 타 형인 조현식 전 고문이 주주연대와 손잡고 반격에 나섰다. 조 전 고문은 조 회장의 과거 보수 승인이 ‘셀프 승인’으로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앞세워 경영진의 도덕성을 정조준하고 있다.비어 있는 이사회 자리를 우호 세력으로 채우려는 양측의 물밑 교섭이 치열하다. 한국앤컴퍼니 주주연대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 사외이사 후보 추천, 업무 관련 중대한 범죄 확정 시 이사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안, 조 회장에 대한 보수 0원 결정 안건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주주연대는 조 회장이 지난 2023년과 2024년 각각 47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④ 오스코텍 렉라자 성공 뒤 숨은 ‘제노스코’ 잔혹사오스코텍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창업주 별세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윤태영·이상현 각자대표 체제의 현 경영진(특수관계인 포함 지분 12.67%)보다 소액 주주연대(결집 지분 13.64%)의 지분율이 앞선 상태다.주주연대는 이사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5명의 후보를 추천하며 실질적인 경영권 확보를 노리고 있다. 특히 2대 주주인 이기윤 지케이에셋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 속에 ‘렉라자 수익의 R&D 재투자(경영진)’냐 ‘현금 배당 등 주주환원(주주연대)’이냐를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감사위원 확대 앞두고 ‘이사회 수성’ 비상…정원 축소 움직임기업들은 규제 시행 전 이사회를 우호 세력으로 채우기 위해 방어막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핵심은 주주제안 후보가 들어올 공간 자체를 없애는 것인데 가장 대표적인 전략은 ‘이사 수 상한 축소’다.이는 9월 시행 예정인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1명→2명)’에 대응한 수성 전략으로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묶이는 점을 악용해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기밀 열람권을 가진 감사위원 자리를 꿰차는 것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셀트리온(15→9명), 한화갤러리아(13→7명), 오뚜기(9→7명) 등은 이사 정원을 대폭 줄여 주주제안 인사의 진입장벽을 높였다. 또한 한화·효성 등은 이사 임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임기 시차제’를 도입했다. 이는 매년 교체되는 이사 수를 최소화해 소수 주주가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의 화력을 분산시키려는 포석이다.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YCGC)는 2025년 단행된 두 차례의 상법 개정과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이 맞물리며 올해 주총이 그 어느 때보다 격동적인 환경에서 치러질 것으로 분석했다.YCGC는 “올해 주총은 단순한 제도의 변경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며 “상장사들은 주총 개최 전부터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해 새로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이란 사태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9일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전 7시 26분 기준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한때 111.24달러까지 올랐다.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에 거래됐다.브렌트유 가격 역시 한때 배럴당 111.04달러까지 고점을 높였다.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면서 주요 산유국들의 저장시설이 빠르게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감산으로 이어지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원유 물류도 사실상 마비 상태.블룸버그는 최근 며칠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이란 관련 유조선들과 중국 소유로 알려진 벌크선 두 척뿐이었다고 보도했다.에너지 컨설팅회사 크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유조선 통행량은 지난달 28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일주일 만에 90% 줄었다.호르무즈를 통한 수출길이 막히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은 본격화하고 있다.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이라크 주요 남부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량이 이전의 3분의 1 수준인 하루 130만배럴로 줄었다고 보도했다.이라크의 원유 수출량도 급감했다. 지난달 333만 배럴 수준이던 하루 수출량도 이날 80만 배럴로 줄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유조선 두 척만 선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이라크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께에는 수출이 완전히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문제는 전쟁이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것.이란은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최고지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했다.모즈타바는 대미 강경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이란 후계구도에 관여해야 한다며, 하메네이의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터라 미국의 대이란 공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가 이달 말엔 배럴당 150달러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 생산량이 3월 내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특히 정제유 가격을 비롯한 원유 가격은 2008년과 2022년 최고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언제 끝낼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공동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자신과 네타냐후 총리가 없었더라면 "이란이 이스라엘과 그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했을 것"이라며 "우리(트럼프와 네타냐후)는 협력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던 나라를 파괴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이 종료되는 시점을 그가 단독으로 결정할 것인지 네타냐후 총리도 발언권을 가질 것인지 묻는 말에 "공동으로… 어느 정도는. 우리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내가 결정을 내리겠지만, 모든 것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