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없는 회사 꿈꾸는 정승식 마이다스아이티 부사장

한경비즈니스·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공동 기획 - 소프트웨어를 말하다⑤
[포커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인재’에서 출발합니다”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는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마이다스아이티도 판교의 밤을 밝히는 ‘야행성 기업’이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아도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야근을 선택한다. 일한 만큼 파격적인 보상이 따라오지만 때가 되면 저절로 승진이 되니 큰 부담없이 일할 수 있다. ‘정년 없는 회사’를 꿈꾸는 곳,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는 경영학 원론을 뒤집는 ‘인본 경영’을 실험하는 곳. 마이다스아이티의 진심을 듣기 위해 정승식 부사장을 만났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어떤 회사입니까.
“그동안 B2B 비즈니스를 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학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설립 7년 만에 건설 구조 분야 소프트웨어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건설과 기계 분야의 구조 해석 및 설계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죠. 쉽게 말해 초고층 빌딩, 교량, 터널, 기계 장비 등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최적으로 설계하기 위해 컴퓨터상에서 사전 시뮬레이션하는 소프트웨어라고 보면 됩니다. 특히 특수 구조물을 포함해 난도 높은 어려운 과제들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160층으로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부르즈 할리파를 비롯해 세계 최장 사장교인 블라디보스토크 러스키아일랜드대교 등에 우리 기술이 적용됐죠. 지금은 부르즈 할리파 기록을 경신할 사우디아라비아 200층짜리 건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보기 드물게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2000년 9월 창립한 후 약 14년 동안 글로벌 연평균 매출이 725억 원 수준이고 수출이 308억 원을 차지합니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의 43%가 수출에서 나왔어요. 매년 수출이 매출의 40~50%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우리를 제외하고 거의 없을 겁니다. 처음부터 내수보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펼친 결과입니다. 2007년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시장 점유율은 95% 정도 됩니다.”


높은 시장점유율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해외에서는 우리만의 무기를 가지고 공략했습니다. 처음엔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에서 시장 파이를 키웠고 이후 미국·유럽 등에는 선진 기술과 한번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진출했습니다. 중국은 자체 기술이 아직 우리 제품을 모방하는 수준이고 선진국은 기술 자체는 뛰어난데, 20~30년 된 기술이어서 아무래도 정체돼 있고 순발력이 떨어지죠. 우리는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신기술과 빠른 성능으로 강자들과 겨뤘습니다. 우리만의 강점은 현지화입니다. 기존 선진국들이 영어 매뉴얼을 선보였다면 우리는 현지 언어나 설계 코드에 맞게 다 바꿔서 선보였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화와 관련된 또 다른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밀착 기술 지원을 많이 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밤을 새워서라도 24시간, 늦어도 48시간 안에는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을 유지했죠. 또 해당 국가의 협회나 학회와 함께 대규모 기술 세미나를 열곤 합니다. 한 번에 해당 분야 기술자들을 몇 백 명씩 초청하는 자리로 세계적인 기술자와 교수들을 연사로 모셔 강의도 하고 회사 제품 소개와 적용 사례를 발표하면서 유저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거죠. 5월 7일 칠레에서 건축 소프트웨어 기술 세미나를 열었는데 550명 정도가 참석했어요. 칠레의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로 성황을 이뤘고 자리가 없어 돌려보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구내식당이 맛있기로 유명하던데요.
“구내식당에서 호텔식 뷔페가 제공돼요. 실제 호텔에서 셰프들을 초빙해 만든 음식이니 호텔 레스토랑 못지않은 수준이죠. 재료는 셰프들이 직접 선정한 ‘산지 직송’으로 끼니당 평균 재료비만 1만3000원에 이릅니다. 우리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인재에게서 답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인재 투자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뛰어난 사람을 채용하고 육성하면 회사는 알아서 성장한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죠. 공채 8기까지 선발했는데, 지난해 경쟁률이 500 대 1에 달했습니다. 물론 20명 뽑는 데 1만 명이 지원했으니까 선발 인원이 적긴 하죠.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에 이렇게 인재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죠. ‘사람이 답이다’는 생각으로 좋은 사람을 뽑고 그 사람에게 집중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마이다스아이티의 대표는 업무 시간의 90% 이상을 인재 육성에 쓰고 있어요. 일반 중소기업이라면 사장님이 밖에 나가 영업을 할 텐데, 우리 대표는 거의 안 합니다. 팀원들과 면담이나 간담회를 한다든지 식사를 한다든지 코칭을 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죠. 채용 시에도 100% 면접에 참여하고요. 그런 문화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알아서 열심히 일하는 겁니다. 금요일 밤 9시가 됐는데 연구소 인력의 70% 정도가 회의나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경영진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문화를 만들어 온 것이죠.”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어떻게 끌어 낼 수 있습니까.
“전인적인 인격 함양 교육을 가장 많이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팔로워들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을 갖도록 하고 팀장급에서는 책임성과 모범성을 갖도록 하며 경영진에게는 명예와 박애 등을 강조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생존의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적인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중소기업이지만 대기업 상위권의 연봉을 주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연봉의 80~90%가 기본급이기 때문에 통상 임금의 대상이 되지 않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나머지 10~20%가 상여금인데, 조직에서 반기별로 이룬 성과를 나누는 개념으로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성과급보다 상여금을 더 많이 주고 있죠.”


말씀하신 바를 소프트웨어 업계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소프트웨어 기업은 투자할 곳이 사람 말고는 없습니다. 기업은 사람이 키우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CEO가 먼저 나서 인간 경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아래 임원 및 리더급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인사 체계도 조금 독특합니다. 보통 기업에서는 만년 과장, 만년 대리가 있지만 우리는 4년 주기로 자동 승진됩니다. 이와 함께 열심히 일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특진·특호 개념으로 10~15% 정도는 특급 승진 비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남다를 수 없기 때문에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보상해 주고 있죠. 이를 위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하고 있어요. 또 기업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무정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정년이 따로 없죠. 사규에도 별도의 정년을 표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무스펙·무징벌·무상대평가·무정년’ 신뢰를 위한 4무 원칙이 우리의 자랑입니다. 사람은 동기부여와 성공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모두가 깨닫고 있습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