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달인, CEO 분석


대한민국 경영 구루(guru)들의 총집합이다. 한경비즈니스는 2013년 대한민국 100대 기업·최고경영자(CEO) 프로필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평균 나이는 59세로 나타났다. 서울대 졸업생이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CEO들이 가장 많이 공부한 학문은 경영학(26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자료와 비교해 주목할 점은 ‘연륜 파워’다. 올해 조사에서 나이대별로 쪼개 봤을 때 61~65세가 36명으로 가장 많았고, 56~60세가 32명으로 뒤를 이었다. 51~55세가 17명, 46~50세가 5명, 66~70세가 4명, 41~45세가 4명이었다.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나이인 61~65세가 가장 두텁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해에는 56~60세가 40명, 61~65세가 27명이었다면 올해는 중심축이 다소 고연령대로 이동한 모습이다. 우리 사회 ‘실버 세대’의 부상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령 CEO는 이석채 KT 회장과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둘 다 1945년생이다. 이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거친 후 2009년부터 KT를 이끌고 있다. KB금융지주 어 회장은 고려대 총장을 거쳐 2010년부터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다. KB금융지주에 임영록 사장이 내정되며 어 회장은 오는 7월 임기를 마칠 예정이다.
[2013 KOREAN SUPER COMPANIES] CEO 분석 - 평균 나이 59세…SKY 출신 55%
여성 전문 경영인 ‘부재’

반대로 최연소 CEO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김동현 코웨이 대표로 분석됐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 첫 여사장이자 2013 한국의 100대 기업의 유일한 여성 CEO다. 여성 대통령 시대가 열리며 각계각층에서 여성 리더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점이지만 아직 경영 수장의 영역은 유리 천장이 두꺼운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이 오너 일가라는 점으로 볼 때 국내 100대 기업 중 전문 경영인으로는 여성 CEO가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아직 ‘여성 전성시대’로 나아가기까지는 갈 길이 먼 것으로 지적된다.

김동현 코웨이 대표는 올해 5월 초 긴급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인 아서더리틀(ADL)을 거쳐 웅진홀딩스 기획조정실장, 북센 대표를 역임한 김 대표는 코웨이와 코웨이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와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가장 젊은 CEO에 해당한다.

이 밖에 40대 젊은 CEO로는 이우현(45) OCI 사장, 신성재(45) 현대하이스코 사장, 김경배(49) 현대글로비스 사장 등이 있다. 이우현 사장은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으로, 올해 3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서강대 화학공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마치고 2005년 OCI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입사한 후 8년 만에 사장이 됐다. 신성재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셋째 사위로 대표적인 ‘재계 사위 CEO’다.

김경배 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취임했다. 그룹사 내에서도 ‘최연소 대표’이고 동시에 6년째 CEO직을 유지하며 현대차그룹에서 보기 드문 ‘장수 CEO’로도 꼽힌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수행비서와 정몽구 회장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그룹 내부에서 ‘왕의 남자’로 불린다.



외국 대학 출신 13명

100대 기업 CEO들의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24명으로 가장 많았다. 숫자는 매년 줄어드는 모습이다. 2011년 조사에선 38명이었고 2012년엔 32명, 2013년엔 24명이었다. 서울대의 학과 중에서는 법학과가 3명으로 교내에서 CEO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과로 나타났고 경영·경제학과 출신은 각 2명으로 조사됐다. 또한 기계·화학·전기·금속 등을 포함한 공학도 출신은 11명이었다.

서울대 다음으로는 고려대 출신 CEO가 많았다. 2011년 11명에서 2012년 18명, 2013년 20명으로 조사됐다. 개별 학과로는 경영대가 총 7명으로 단일 학교 단일 학과로는 가장 많은 CEO를 배출했다. 고려대 경영대 출신 CEO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이철영 현대해상 사장,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창수 삼성화재 부회장, 정몽진 KCC 회장, 신사현 만도 부회장 등이 있다. 금융권 CEO가 7명 중 4명으로 많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연세대 출신 CEO는 10명이었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 하영봉 LG상사 사장,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 허인철 이마트 사장,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이 3명이다.

일명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전체의 반을 조금 넘겼다. 지난해 65%에 비해 다소 줄어든 모습이다. 이 밖에 성균관대 5명, 한양대·한국외국어대·경희대 3명, 부산대·중앙대·동국대·서강대·카이스트 2명씩 CEO를 배출했고 청주대·경북대·건국대·인하대·명지대·관동대·영남대에서 각 한 명씩 배출했다.

해외 대학 출신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5명에서 올해 13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석채 KT 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사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제임스 비모스키 (주)두산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박장석 SKC 사장,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 구한서 동양생명보험 사장, 나세르 알 마하셔 S-OIL 대표 등이 있다.

이 중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은 국내 대기업 최초 외국인 최고경영자로 2006년부터 두산의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나세르 알 마하셔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생으로 한국 기업 문화를 배우기 위해 지난해 10월 ‘나세일’이란 한국 이름을 만들어 명함에 넣기도 했다.

올해 100대 기업·CEO들이 나온 학과를 살펴보면 경영학과가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업경영과 국제경영 등 관련 학과를 포함하면 총 26명이 졸업했다. 법학과 출신도 9명으로 적지 않았다. 경제학과 출신은 6명, 행정학과는 5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문·이과로 나눠볼 때 문과는 총 60명, 이과 졸업생은 38명으로 문과 출신 CEO가 훨씬 많았다. 이과 계열에서는 화학공학과 출신이 6명, 전기공학·금속공학과 출신이 4명으로 상위를 차지했다.

이번 전수조사는 2013년 100대 기업에서 CEO가 공석인 대우건설·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기술을 제외하고 미래에셋증권의 각자 대표를 포함해 총 9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96명에는 6월 14일을 기준으로 선임 또는 취임하는 내정자도 포함됐다.
[2013 KOREAN SUPER COMPANIES] CEO 분석 - 평균 나이 59세…SKY 출신 55%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