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 수수료 부담에 수익성 개선 어려워…라이브 커머스 ‘새 먹거리’로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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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홈쇼핑이 2023년 출발과 함께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라이브 커머스 채널 리브랜딩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유입을 대폭 늘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이를 위해 라이브 커머스 이름부터 간판 프로그램까지 모두 새롭게 바꿨다. 라이브 커머스 채널 이름을 기존 ‘쇼핑라이브’에서 ‘쇼라’로 변경했다. 20·30 소비자가 준말에 익숙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채널명을 정했다. ‘구해왔쇼라’라는 이름의 새 프로그램도 론칭해 쇼라를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CJ온스타일은 최근 2023년 사업 모델로 자체 보유 역량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원플랫폼’ 전략을 내세웠다. 더 이상 TV에만 집중하지 않겠다는 것이 전략의 골자다. T커머스·모바일 라이브·유튜브·앱 기획전 등 CJ온스타일 전 채널을 활용해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구상이다.

홈쇼핑업계는 2023년에도 모바일 기반의 라이브 커머스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뿐만이 아니다. GS홈쇼핑·롯데홈쇼핑 등 을 포함해 이른바 업계 ‘빅4’ 모두 라이브 커머스 강화를 외치며 ‘탈TV’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사업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은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장악해 TV 홈쇼핑의 뒤를 이을 새로운 ‘캐시 카우’로 만들겠다는 목표만큼은 모두 일치한다.
매출의 절반이 송출 수수료
GS홈쇼핑도 TV 홈쇼핑과의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올해 강화한다. 의류·잡화 등 패션 카테고리는 TV 홈쇼핑 론칭 전 라이브 커머스 채널인 ‘샤피라이브’에서 먼저 선보이며 고객의 반응을 살핀 뒤 이를 TV 홈쇼핑 방송에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라이브 커머스에서 소개되는 의류나 잡화 수가 TV 홈쇼핑보다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롯데홈쇼핑의 올해 전략도 라이브 커머스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롯데홈쇼핑은 ‘엘라이브(Llive)’라는 이름의 라이브 커머스 채널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서 MZ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전용 프로그램, 인플루언서 연계 이색 콘텐츠, 예술·문화·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을 선보이며 고객을 모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홈쇼핑업계가 모두 탈브라운관을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성 제고다. 홈쇼핑업계는 더 이상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어려운 사업 구조가 만들어졌다. 종합 유선 방송(SO)에 내야 하는 송출 수수료가 해마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 사업자들이 SO에 내고 있는 송출 수수료는 2021년 58.9%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이 넘는 돈을 송출 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TV 밖으로 나와라”…홈쇼핑의 특명
예컨대 업계 1위인 CJ온스타일만 하더라도 2021년 매출은 5605억원이었는데 그중 64.2%인 3599억원을 송출 수수료로 지불했다.

문제는 예전만큼 TV라는 미디어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등장으로 TV를 시청하는 이들이 매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TV 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송출 수수료가 내려가야 하는데 오히려 비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수많은 홈쇼핑이 라이브 커머스를 강화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TV와 달리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전망이 밝다. 현재 한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조원대를 형성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그 규모는 크게 커져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 미디어에 일가견이 있는 홈쇼핑업계가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이브 커머스 경쟁 치열해홈쇼핑업계에서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TV 홈쇼핑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방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저마다 라이브 커머스와 관련한 전략을 새롭게 짜는 이유다.

TV홈쇼핑과 라이브 커머스는 생방송으로 실시간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타깃 고객. TV 홈쇼핑의 주요 고객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TV 시청에 익숙한 중·장년 세대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MZ세대가 타깃이다.

다음은 상품 구성. 타깃이 다르다 보니 상품 구성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중·장년층은 건강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에 큰 관심을 보여 해당 카테고리 위주의 방송이 주를 이뤘다. 라이브 커머스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구하기 힘든 명품, 무선 이어폰처럼 이들이 주목할 만한 제품 위주로 방송을 편성해야 한다.

쇼 호스트가 일방적으로 상품을 소개해 주는 TV 홈쇼핑과 달리 실시간으로 채팅창을 활용해 제품에 대해 질문하고 쇼 호스트와 대화할 수 있는 것도 라이브 커머스의 특징이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이런 특성 때문에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는 MZ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플루언서나 BJ 등을 섭외해 진행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 장면.
롯데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 장면.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라이브 커머스 시장 자체의 전망이 밝고 진입 장벽이 낮아 수많은 기업이나 개인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만큼 라이브 커머스 시장 경쟁은 현재 치열한 상황이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오히려 홈쇼핑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수많은 개인이나 기업들이 라이브 커머스를 하고 있는데 검증되지 않은 진행자들이 가품이나 질이 떨어지는 상품들을 판매해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수많은 소비자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믿을 수 있는 홈쇼핑의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 유입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또한 라이브 커머스가 잘 안착되면 홈쇼핑 기업들의 정체된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현재 라이브 커머스에는 망 사용료나 송출 수수료 등이 없어 수익성이 그만큼 높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라이브 커머스에 주력하는 홈쇼핑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돋보기
왜 TV 홈쇼핑에만 송출 수수료가 붙을까?


종합 유선 방송(SO) 사업자들은 CJ ENM 등과 같은 채널에 오히려 프로그램 이용료를 주는 반면 홈쇼핑 업체에만 송출 수수료를 받는다. 이는 사업 특성상 낮은 채널 번호를 선호하는 홈쇼핑업계의 수익 모델과 연관이 있다. 소비자들은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홈쇼핑을 보게 되고 상품을 구매하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 사이에 끼인 채널 등은 ‘황금 채널’로 불리며 높은 송출 수수료를 받아 간다. 이러한 계약 방식은 매년 진행된다. 홈쇼핑 업체별로 송출 수수료가 다 다르고 매년 새해가 되면 IPTV에서 송출하는 TV 홈쇼핑 채널이 대거 변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부터 이런 구조는 아니었다. 1995년 처음 케이블TV가 출범했을 당시만 해도 정부에서 채널을 지정해 줬다. SO들은 채널 편성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다 1999년 ‘채널티어링제’가 실시되고 정부가 채널 편성권을 SO에 양도해 주면서 SO들이 채널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생겼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워낙 홈쇼핑 업체 수가 5개사에 불과해 채널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고 송출 수수료의 개념도 없었다.

송출 수수료의 개념이 생긴 것은 2002년부터다. 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 등 신규 3사가 허가를 받아 홈쇼핑 시장 추가 진입한 것이 계기였다. 3개사 추가 진입에 따른 채널 경쟁에 따라 송출 수수료 개념의 비용이 생겨나게 됐다. 이후에도 홈쇼핑 업체가 계속 늘어나 현재는 12개사가 17개의 채널을 배정받고 있다. 매년 채널 배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SO에 지불해야 하는 홈쇼핑에 송출 수수료가 계속 높아지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