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 및 식품 관심 높아지면서 편의점도 해외서 호황
문 여는 곳마다 현지인들로 북적여

[비즈니스 포커스]
말레이시아에 있는 CU 편의점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  사진=BGF리테일 제공
말레이시아에 있는 CU 편의점에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 사진=BGF리테일 제공


블랙핑크 멤버 지수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 영상을 올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식당을 찾아간 모습이었다. 그는 떡볶이·김치찌개·비빔밥·김치볶음밥·라면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주문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담았다.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은 이 동영상을 보고 한국 음식의 맛이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종영한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를 통해 한국 라면의 인지도는 더욱 상승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가 촬영 내내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맛보면서 전 세계 ‘아미(BTS 팬덤)’들이 한국 라면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라면의 원조’ 격인 일본 닛신식품이 한국 삼양식품과 농심의 제품을 카피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층 높아진 한국 라면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류 스타들과 콘텐츠들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K-푸드’라고 불리는 한국 음식과 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이 한국 음식을 먹는 영상을 보거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를 접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K-푸드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편의점들이 반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K팝 스타들이 의도와 무관하게 지원 사격을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새롭게 문을 열 때마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곤 한다.”

편의점업계 관계자에게 최근 해외 시장에서 한국 편의점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묻자 되돌아 온 답변이다.

해외에서 한국 편의점들은 현지인들이 영상으로만 접해 왔던 많은 한국 식품과 음식을 판매하는 ‘K-푸드 백화점’으로 불린다.

한국 제품을 앞세워 문을 여는 점포마다 사람들을 그러모으며 인기를 끄는 이유다. 한류 스타와 콘텐츠의 뒤를 잇는 ‘제3의 한류’로 한국 편의점이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현재 한국 편의점들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 편의점들의 활약이 제일 돋보이는 국가는 몽골이다.

몽골에서 한국 편의점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K팝 스타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한국 제품을 사거나 그들이 먹었던 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 편의점을 찾는다.‘K-푸드’ 구매하러 사람 몰려CU와 GS25는 몽골에서 각각 300여 개와 170여 개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점유율 1위와 2위를 각각 기록 중이다.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두 기업의 경쟁 구도가 몽골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두 회사의 편의점 수를 합하면 470여 개인데 이는 전체 몽골 편의점 수의 약 90%에 육박한다.

전망도 밝다. 한국 편의점이 들어서기 전까지 몽골에는 편의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몽골 편의점 산업을 한국 기업들이 선점하고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편의점 수가 많지 않아 산업 자체가 ‘태동기’인 만큼 몽골의 편의점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 예상이 현실화한다면 이 시장을 선점한 한국 편의점 또한 더욱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베트남에서도 한국 편의점이 대세다. 해외 업체들과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GS25가 주인공이다. 고무적인 부분은 베트남에서의 성장 속도다. GS25는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베트남 편의점 중에서 가장 빠르게 점포 수를 늘려 나가고 있는 업체로 손꼽힌다.

2018년 진출해 불과 4년 만에 점포 수를 200개까지 확장했다. 서클케이·패밀리마트 등 GS25보다 4~6년 먼저 진출한 일본 편의점 브랜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2027년에는 점포 수를 700여 개로 늘려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최근 들어 베트남 주변 지역으로까지 한국 편의점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CU와 이마트24의 인기가 뜨겁다. CU는 130여 개, 이마트24는 40여 개 점포를 현재 운영하고 있다.
몽골 현지 고객들이 GS25  매장 내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몽골 현지 고객들이 GS25 매장 내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사진=GS리테일 제공
아직 일본 세븐일레븐(점포 수 약 2400개)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국 편의점들은 현지에서 강력한 ‘후발 주자’로 불린다. 문을 여는 점포마다 방문객들로 북적이며 장사가 잘되기 때문이다.

또 이마트24는 얼마 전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싱가포르에 편의점 문을 열기도 하는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 편의점 들이 들어서는 국가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모양새다.

한국 편의점들은 해외에서 한국 음식이나 식료품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가장 한국스러운 편의점을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테면 CU는 몽골 CU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체 상품의 약 30%를 한국 중소기업이 만든 자체 브랜드(PB) 상품들로 구성했다. 몽골보다 한류에 대한 호감도가 더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 상품 비율을 더 높여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중남미 시장에도 깃발 꽂을까GS25와 이마트24 또한 해외 영토 확장의 핵심 전략을 ‘K-푸드의 현지화’로 삼고 있다. 특히 이마트24는 최근 싱가포르에 점포를 선보이면서 한글을 사용한 편의점을 선보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한류 열풍이 거센 싱가포르 시장에서 한국 편의점이라는 존재만으로도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점포를 출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편의점들의 해외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시아를 넘어 중남미 지역으로까지 영토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의 편의점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아시아 시장을 점찍은 것은 이 지역이 전 세계에서 한류 열풍이 가장 거셌기 때문이다.

한국 브랜드나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았다. 하지만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진출한 만큼 한국 편의점업계는 자신감에 차 있다. 더 이상 넘지 못할 장벽은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류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편의점 산업 발전 가능성이 높은 중남미 지역은 한국 편의점들이 머지않아 문을 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제3의 한류, K-푸드의 메신저…가는 곳마다 대박 치는 편의점
한국 편의점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점도 이들이 해외 진출에 더욱 열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한국에는 5만여 개의 편의점이 있다. 편의점이 장사가 되려면 점포 주변 배후 인구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이다. 현재 한국은 점포당 배후 인구가 약 1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편의점의 원조로 불리는 일본(약 2000명)보다 적다.

다양한 서비스와 PB 상품 출시 등을 앞세워 지속 성장 중이긴 하지만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한국 편의점들의 매출에 중요한 비율을 차지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