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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캐드버리 등 글로벌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원가와의 전쟁’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초콜릿의 주재료인 코코아와 설탕 등의 가격이 30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초콜릿 원가 상승…포장에 ‘공기’ 주입
미국 경제 주간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초콜릿 바에 더 많은 수익을 불어넣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요 초콜릿 제조업체들이 제품 포장이나 초콜릿 속에 더 많은 공기를 주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가 상승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초콜릿은 성분이 매우 단순해 원재료의 원가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초콜릿은 코코아와 코코아 버터, 약간의 유지류와 당류, 초콜릿과 섞을 땅콩 등 견과류 정도로만 구성돼 있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주원료인 코코아와 설탕이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제조원가가 오른다고 쉽사리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초콜릿 제조업체엔 최악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초콜릿 업체들은 그동안 큰 고려 사항이 아니었던 초콜릿 재료인 ‘공기’에 주목하고 나섰다. 포장 용기에 공기 주입량을 늘려 부피와 무게를 줄인다든지, 초콜릿 중간 중간 공기를 주입해 기포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원가 상승에 저항하고 나선 것이다. 공기는 원가가 거의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탕과 코코아 사용을 줄이면 최근의 반(反)비만 트렌드에 부응하는 제품이라는 홍보도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네슬레는 탄산가스를 넣어 부풀린 ‘아에로’라는 제품 판촉을 강화하고 나섰다. 네슬레는 올해 영국과 아일랜드 시장에서 회사 역사상 단일 제품 홍보로는 최대 규모인 1500만 파운드의 자금을 아에로 판매에 투입할 방침이다.

캐드버리는 2007년 출시했던 탄산가스로 부풀린 초콜릿 제품 ‘위스파’의 새로운 버전을 론칭하며 초점을 탄산가스 주입 제품으로 옮겼다. 허쉬와 크래프트 등 다른 초콜릿 업체들도 헤이즐넛과 캐러멜에 탄산가스를 주입한 혼합 제품들을 ‘새로운 입맛을 준다’는 홍보 전략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배리칼레보는 포장 용기에 더 많은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탄산가스 넣은 제품 판매

이처럼 초콜릿 업체들이 기발한 방법으로 원가와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치솟고 있는 코코아와 설탕 가격 때문이다. 지난 4년간 글로벌 코코아 가격은 2배가량 올랐으며 지난해 세계 최대 코코아 수출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정치 불안이 고조된 이후로는 33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는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자 와타라는 그바그보 정권의 돈줄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코코아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와타라 전 총리는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 퇴진 시까지 코코아의 수출 금지를 무기한 연장한다”는 방침이어서 코코아 공급 차질 우려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가격은 톤당 3608달러로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질 사탕수수 작황 부진으로 글로벌 설탕 가격도 톤당 57달러로 198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편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초콜릿 원가 상승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고 수년 전부터 대안을 모색해 왔고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캐드버리는 수년 전부터 밀크 초콜릿의 크기와 무게를 줄여 판매해 왔다.

과거에는 초콜릿 바 한 개의 무게가 140g이었다면 최근 판매되는 초콜릿 바의 무게는 120g에 불과하다. 앞으로는 같은 돈을 주고도 더 가볍고 작은 초콜릿을 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