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기로에 선 한국 기업

한국이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지 올해로 만 50년이 됐다. 이제 한국 기업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의 성공 모델은 한계를 드러냈고 후발 주자들은 바로 턱밑까지 따라왔다.
[Book] ‘승자의 법칙, 이노베이션’ 外
주목받는 싱크탱크 중 한 곳인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한국 기업의 위기 탈출 방안을 내놓았다. 바로 ‘혁신적 선도자(Innovative Mover)’ 전략이다.

그동안 세계시장을 석권한 한국 기업의 성공 유전자는 5개로 요약된다. 우선 발빠른 추격자 전략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재빨리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잡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 혁신 노력과 발 빠른 시장 접근도 한국 기업의 강점이다. 과감한 투자,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추진력도 빼놓을 수 없다.

혁신적 선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와 큰 차이가 있다. 혁신적 선도자 전략은 미래 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로 유연성과 스피드에 초점을 두고 ‘최초와 최고’를 선별적으로 지향하는 것이다. 새로운 고객 가치 실현과 실질적인 시장 선도를 통해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혁신적 선도자의 첫 번째 키워드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의사결정이다. 변화된 환경에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성장 동력을 자생적으로만 확보하려는 마인드에서 탈피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인 투자 기회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거꾸로 사업 철수도 성장 동력과 가치 창출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인식도 필요하다. 그동안 해온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적·관행적 접근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지음┃240쪽┃원앤원북스┃1만5000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Book] ‘승자의 법칙, 이노베이션’ 外
‘엔드 게임’
부채 경제가 남긴 상처
존 몰딘 외 지음┃서정아 옮김┃363쪽┃위키미디어┃1만5000원

테러와의 전쟁에서 누가 이겼을까. 이라크의 후세인이 몰락하고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이 쫓겨난 걸 보면 미국이 정치적으로 승리한 게 틀림없다.

그러면 경제에서도 미국이 이겼을까.

9·11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에서 애국 소비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테러 때문에 위축돼 소비를 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데, 이건 테러 분자들이 바라던 바이므로 소비를 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운동이었다. 전국에서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상관없이 물건을 구매하려는 열풍이 불었고 정부도 여기에 동참해 금리를 1%까지 내렸다. 소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인데 금리가 1930년 대공황 때와 같은 수준이 됐다. 테러와의 전쟁 당시가 대공황과 비슷한 경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 같은데 다분히 정치적 필요가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금리를 낮추자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자 몇 푼 내고 집을 산 후 몇년만 지나면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 마다할 사람이 없었다. ‘엔드 게임’에서는 이 열풍을 ‘부채 슈퍼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돈을 빌려 부채가 끝없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돈을 걱정하지 않기는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무역과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 돈을 빌렸다. 미국으로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게 많은 나라들이 미국에 돈을 빌려주지 못해 안달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자를 적게 줘도 돈이 끝없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부채 슈퍼 사이클’은 미국 금융 위기를 계기로 무너졌다. 미국이 이렇게 허술한 나라인 줄 몰랐다는 자괴감, 대량 실업과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 집을 팔아도 다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부채, 그리고 끝없이 추락하는 경제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만 남았다.

게임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부채가 늘어나는 게임은 끝났지만 기왕에 저질러 놓은 일은 남았다. 수습이 쉽지 않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경제가 회복되려면 몇년, 경우에 따라서는 몇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치유 과정도 힘들어 빚을 탕감해 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탐욕은 한때지만 치료하려면 몇십 배의 고통이 따른다.’ 요즘 선진국 경제 상황을 보면서 ‘엔드 게임’이 남기고 싶은 말일 것이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데블스 딜
안드레아스 로이조우 지음┃김무겸 옮김┃384쪽┃시그마북스┃1만5000원
[Book] ‘승자의 법칙, 이노베이션’ 外
금융시장의 뒷이야기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저자는 20년 경력의 금융 교육 전문가다.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금융시장의 복잡한 구조와 관행, 최근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어느 날 주인공의 제자가 돌연 행방을 감춘다. 경찰이 그 뒤를 쫓는다. 엄청난 금융 사기 거래에 연루된 것이다.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다. 은행가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궁금해 한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한중 관계 2.0
신종호 외 지음┃288쪽┃한울┃2만4000원
[Book] ‘승자의 법칙, 이노베이션’ 外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양국의 지역 발전 전략과 분야별 교류 협력 사례를 분석했다. 경기개발연구원 12명의 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지난 20년은 한중 관계가 중앙정부 주도하에 경제·통상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한 시대였다. 지방정부와의 교류도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대부분 동부 연해와 동북 지역에 편중됐다. 협력 분야도 협소했다. 향후 20년 한중 관계는 지방정부의 주도하에 분야가 다양화되고 지역도 더 넓어지는 ‘한중 관계 2.0’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병호의 고전강독3
공병호 지음┃420쪽┃해냄┃1만4800원
[Book] ‘승자의 법칙, 이노베이션’ 外
아리스토텔레스의 역작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오늘의 관점에서 강독하고 그 현대적 의미와 해설을 덧붙였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아들에게 주는 윤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세계 최초의 체계적 윤리학서로 꼽힌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지향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복에 대한 정의와 그에 이르는 길을 철학적 사유를 통해 풀어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탁월성에 따르는 영혼의 활동’으로 본다. 이것이 현대적 의미의 성공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독도의 진실
강준식 지음┃364쪽┃소담출판사┃1만5000원
[Book] ‘승자의 법칙, 이노베이션’ 外
다양한 사료를 통해 독도가 자신들의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을 반박한다. 저자는 시대별로 바뀌어 온 독도의 이름을 추적한다. 독도의 옛 명칭은 우산도다. 하지만 일본은 사서에 등장하는 우산도에 대한 명확한 서술이 없는 만큼 우산도가 울릉도였다고 주장한다. 그 외 요도·삼봉도·가지도·석도 등 한국 고문서에 문자화된 독도의 옛 명칭은 그것이 현재의 독도라는 것을 증명하는 근거에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900년 고종이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를 발령했다. 여기에 석도가 독도라는 증거가 숨어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