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생활주택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1∼2인 가구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오는 2018년 4934만 명을 정점으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2030년에는 4863만 명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저출산이 가장 큰 이유다. 이 때문에 주택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반면 줄어드는 인구에 비해 주택 수요의 기본 단위인 가구 수는 증가하는 추세다. 주택의 실질적 수요자인 가구 수는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2010∼2030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가구 수는 올해 1715만 가구에서 2020년 1901만 가구로 10.9% 증가하고 2030년에는 1987만 가구로 올해보다 15.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2인 가구 비중은 43.4%(2010년)→47.1%(2020년)→51.8%(2030년)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20년 뒤에는 2가구당 1가구는 1∼2인 가구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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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주거 면적보다 낮은 주택 많아

정부는 이처럼 1∼2인 가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들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상품을 내놓았다. 일종의 ‘미니 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은 지난해 5월부터 도입된 새로운 주거 형태로 단지형 다세대·원룸형·기숙사형으로 나뉜다.

국토해양부는 주차장 면적과 용적률 등의 기준을 대폭 완화해 올해 전국에 도시형 생활주택 2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은 지난해 1580가구에 그쳤으나 올 들어 9월까지는 총 9010가구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문제는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이다. 1인당 주거 면적은 그 나라의 주거 수준과 연결된다. 정부는 ‘1인당 주거 면적이 넓을수록 주거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주거 복지 향상과 국토 관리의 형평성을 제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1인당 주거 면적은 매년 넓어지고 있다. 1995년 17.2㎡였던 1인당 주거 면적은 2000년 20.2㎡, 2005년 22.9㎡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일본 36㎡(2003년), 영국 38㎡(2002년), 프랑스 37㎡(2002년) 등 선진국에 비하면 면적이 좁다.

국토부는 도시형 생활주택 가운데 다세대는 전용면적 85㎡ 이하, 원룸형은 12~30㎡, 기숙사형은 7~20㎡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 때문에 현 주거 수준이 뒷걸음치지 않을까 내심 걱정되는 대목이다.

현재 분양 중인 도시형 생활주택을 살펴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분양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은 면적이 10.5∼15.9㎡에 불과하다. 현재의 1인당 주거 면적에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고시한 1인 가구 최저 주거 수준(12㎡)과도 거의 차이가 없다. 강동구 길동의 H단지는 19∼27㎡, 구로구 구로동 W단지는 24∼44㎡로 여기에 2명이 거주한다면 우리나라의 평균 이하 크기의 집에서 사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건설 업체들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빠른 속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오피스텔을 섞어 복합형 주택으로 짓는가 하면 빌트인 냉장고, 시스템 에어컨, 붙박이장 등을 갖춘 주택과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설치한 단지도 등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차별화·고급화를 꾀하더라도 도시형 생활주택의 한계 때문에 슬럼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거주용이 아닌 투자 및 투기 상품화돼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