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닭고기로 몰리는 미국 소비자들
미국 물가가 크게 오르자, 육류제품 중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닭 날개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저녁 메뉴로 닭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4월 21일 기준 미국 내 닭고기 제품의 1년간 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매 판매는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자 소득에서 식품 지출 비중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먹거리 물가 압박이 커지자, 소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육류 대신 비교적 저렴한 닭고기 소비를 시작한 것이다.

미국 최대 육가공업체 타이슨의 도니킹 CEO는 "최근 닭고기 수요가 늘었는데, 그중 일부는 소고기를 먹던 사람들이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타이슨은 올해 치킨 관련 신제품을 확대 출시할 예정이다.

식료품 가게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닭 날개 요리 전문점 윙스톱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1.6% 늘었다. 윙스톱 마이클 스킵워스 CEO는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매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내 2위 닭 가공업체 필그림프라이드 파비오 산드리 CEO도 패스트푸드 체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간 닭 사료로 사용되는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치킨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닭고기 수요가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으로 도매 닭고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닭가슴살 가격은 이미 전년 대비 30% 올랐고, 닭 날개 가격은 2배 이상 치솟은 상황이다. 또 미국 농무부는 수요 증가에 따라 3월 말 기준 냉장창고에 보관 중인 닭고기 양이 지난해 대비 11% 감소했다고 전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