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임종훈 단독 대표 체제 전환 논의

한미약품그룹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 본사.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놓고 벌어진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차남의 승리로 일단락된 가운데 이번엔 임종윤·종훈 형제 간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와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의견차를 보이며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13일 제약·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창업주의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14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임시 이사회에서는 임 대표의 모친이자 공동대표인 송영숙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할 예정이다. 임 대표가 단행한 임원 인사를 송 회장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생긴 데 따라 공동 대표체제에서 임 대표 단독 대표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장남인 임 사장은 모녀와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경우 투자 유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송 회장 해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임시 이사회 소집에 대해서도 형제 간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형제들은 상속세 납부 재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매각 또는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 사장과 신 회장 주도로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계열 투자회사인 EQT파트너스에 50%가 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모친 송 회장, 동생 임주현 사장과 협의 없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지분 매각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임 사장의 동생 임 대표 측 역시 EQT파트너스에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는 지난 1월 12일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계약이 발표된 후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이 통합을 주도했지만,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3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한 형제가 가족 간 화합을 내세워 모친인 송 회장과 공동대표체제를 택하면서 갈등을 봉합하는 듯 했으나 임 대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며 다시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