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프랜드 "카피 제품 판매 중단하라" VS 교원그룹 "법적으로 문제 없다"
[단독] 바디프랜드-교원, '자가 필터 교체형 직수 정수기' 놓고 격돌
(사진) 바디프랜드 임직원 200여 명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교원그룹 사옥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고 있다. /최은석 기자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자가 필터 교체형 직수 정수기' 시장을 두고 관련 업체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자가 필터 교체형 직수 정수기는 원터치 탈착식 필터 교체 시스템을 적용해 방문 기사의 관리 없이 사용자가 간편하게 필터를 교체할 수 있는 정수기다. 사용자는 주기적으로 배송되는 필터를 별도의 공구 없이 교체하면 된다. 세균의 온상으로 지적된 '저수조'(물이 고여 있는 공간)를 없앤 것도 특징이다.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 임직원 200여 명은 9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교원그룹 사옥인 교원내외빌딩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중소기업 시장인 자가 필터형 정수기 사업에 무임승차한 교원그룹은 각성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2시간 동안 집회를 벌였다.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5년 9월 30일 정수기 필터 제조사인 피코그램과 공동 개발한 국내 최초 자가 필터 교체형 직수 정수기인 'W 정수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방문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인건비를 줄여 월 최저 1만4900원이라는 낮은 렌털료를 구현했다.

W 정수기는 소비자들에게 이른바 '반값 정수기'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 바디프랜드에 따르면 이 정수기는 GS·현대·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4사를 통해 출시 1년여 만에 약 4만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교원그룹이 자가 필터 교체형 직수 정수기인 '웰스 미니 S'를 출시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피코그램과 공동 개발한 원터치 필터 교체 시스템 등을 대기업인 교원그룹이 무단으로 베껴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다"며 "교원이 모방 제품 판매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항의집회는 물론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원그룹이 바디프랜드의 제조 협력사인 피코그램에 다분히 고의적으로 접근해 바디프랜드의 W 정수기와 동일한 제품인 교원 웰스 미니S 정수기를 출시했다"며 "제품 기획 및 개발비 30억원, 홈쇼핑 방송비 250억원, 매체광고비 50억원 등 총 33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해 어렵게 창출한 새로운 시장에 무임승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원그룹은 바디프랜드 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피코그램은 2014년 6월 1일 바디프랜드와 정수기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다. 피코그램은 정수기 필터 및 부품을 제조한 후 바디프랜드에 납품하며, 바디프랜드는 해당 정수기의 독점판매권을 소유하기로 계약했다.

다만 피코그램에게도 상표권 및 디자인권에 대한 통상실시권(특허권자가 아닌 제3자가 허락이나 법률 규정 등을 통해 정해진 시간적·장소적·내용적 제약의 범위 안에서 특허발명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채권적 권리)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계약기간은 2년으로, 이 계약은 지난해 5월 31일 만료됐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독점 판매 계약 만료 후 피코그램이 먼저 우리 회사에 제품 판매를 의뢰해 왔다"며 "지난해 9월 9일 자가 교체형 정수기인 웰스 미니 S 관련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 2일 제품을 정식 출시한 만큼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피코그램이 독점 판매 계약 시 합의한 통상실시권에 따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피코그램의 정수기를 판매하려고 했지만 바디프랜드는 대형마트를 상대로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발송하는 등 지속적으로 영업을 방해해왔다"며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질하는 쪽은 오히려 바디프랜드"라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