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원준 SAP코리아 대표

[포커스] “실시간 기업 정보 분석은 경쟁력과 직결”
“애플·삼성전자·모토로라 등이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보면 불과 몇 달 단위로 승부가 결정됩니다. 민첩하게 시장 수요를 감지하고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동시에 효율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어야 시장을 이끌 수 있죠. 이를 위해 기업의 뇌와 신경망이 전 세계 작은 매장까지도 뻗쳐 있어야 합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로 잘 알려진 SAP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검색하고 분석하는 ‘SAP 인메모리 어플라이언스(SAP HANA)’를 최근 선보였다.

인메모리 어플라이언스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기업 안팎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검색하고 분석

SAP코리아의 형원준 대표는 “SAP 인메모리 기술을 통해 진정한 실시간 비즈니스를 구현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들을 며칠 돌려야 원하는 통계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인메모리 컴퓨팅을 이용하면 수십 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수억 건의 판매 정보를 몇 초 안에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빠른 분석이 가능한 것은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이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메인 메모리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데이터베이스는 한 줄 한 줄 데이터가 올라갔다면 인메모리 기술은 칼럼 단위로 저장된다. 그 덕분에 방대한 양의 복잡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검색 하고 접근할 수 있다.

“SAP 인메모리 어플라이언스를 출시한 지 불과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국내 대기업 중심으로 도입 문의가 몰리고 있습니다. 일본 노무라택시는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을 통해 소속 택시들이 복잡한 교통망의 구간별 차량 대수 및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어, 최적 코스로 손님을 빠르게 모실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형 대표는 SAP 인메모리 컴퓨팅 기술의 핵심 부문을 국내 SAP 연구·개발(R&D)센터의 한국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보였다. SAP는 2005년 서울대 차상균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의 실험실 벤처기업인 티아이엠 시스템을 인수한 후 2008년 글로벌 연구소인 SAP R&D센터 코리아로 개편했다.

독일계 기업 SAP는 기업용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선도 공급 업체로 ERP와 함께 고객관계관리(CRM),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형 대표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 중 약 80%가 이미 SAP의 ERP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형 대표는 지난 2008년 취임 후 ERP 중심이던 SAP의 사업을 인메모리 컴퓨팅과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사업 영역 확대로 SAP코리아는 지난 2010년까지 약 40%에 달하는 공격적인 성장률을 거뒀다.

한편 지난해 7월 SAP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업체 사이베이스를 인수하고 모바일 사업을 강화했다. 형 대표는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최근 출시한 SUP(Sybase Unwired Platform)는 플랫폼만 제공할 뿐”이라며 “어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도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원준 대표 약력

1963년생. 고려대 산업공학과 졸업. 미국 카네기멜론대 대학원 MBA. 88년 삼성전자 경영혁신본부. 2003년 i2테크놀로지코리아 사장. 2007년 i2테크놀로지 아태지역 총괄사장. 2008년 SAP코리아 사장(현).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