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강자에서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세계 양대 스포츠 이벤트인 이 두 대회가 브라질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브라질은 최근 MBC ‘아마존의 눈물’에서 소개된 아마존 열대우림이나 삼바 축제 정도만 떠올릴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 상파울루는 세계에서 헬리콥터가 가장 많이 운항되는 도시다.

또한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은 세계 3위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엠브라에르(Embraer)사가 브라질 기업이다. 라틴아메리카 최대이자 세계 3위 규모인 상파울루 증권거래소를 통해 브라질은 라틴아메리카의 금융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브라질의 국토 면적은 세계 5위를 자랑하며 남미 대륙의 47.7%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는 2억 명에 이른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비옥한 토지 및 농업에 적절한 기후 덕분에 세계적으로 드물게 내수만으로 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나라다.

2억 명에 달하는 인구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다. 1990년대 카르도주(Cardoso) 정부가 닦아 놓은 인플레이션 억제 등 안정적인 기반 아래2000년대 룰라(Lula) 정부는 꾸준히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브라질] 내수시장 ‘탄탄’…세금·고용비용 ‘부담’
라틴아메리카 금융 허브 부상

브라질 경제의 성장세는 여러 가지 지표로 나타난다. 2004년 이후 브라질 경제는 2008년까지 연평균 4.8%의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여파로 마이너스 0.2%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성장세를 회복해 2010년에는 7.5%의 성장률 달성이 예상된다. 브라질 경제성장의 안정세는 2000년대 들어 가계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고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이룬 성과다.

더욱이 1997년 37%에 불과하던 중산층 인구가 2008년 49%에 달하면서 브라질 소비시장이 안정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기대감을 높여 주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등 연안 인근 심해저에서 잇따라 발견된 거대한 유전은 브라질 경제 발전에 촉매가 될 전망이다.

브라질 정부는 부족한 국가 인프라망을 확충하기 위해 2007년 성장 가속화 프로그램(PAC:Programa de Aceleracao do Crescimento)을 채택해 각종 사회 인프라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의 코레일이 입찰에 참가하고 있는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간 고속철 사업도 이런 계획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2014년 월드컵 및 2016년 올림픽을 위해 경기장 이외에 호텔·공항·도로·철도 등의 각종 부대시설이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룰라 정부의 8년간 성과는 다음 정권에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10월 3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집권 노동자당의 후보 지우마 호우세프(Dilma Rousseff)가 46%를 득표하며 1위를 차지했다.

호우세프 후보는 브라질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룰라 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냈고 이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 호우세프 후보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해 10월 31일 결선투표에 따라 이번 대선의 최종 결론이 나지만 당선이 유력하다.

브라질은 넉넉한 환경 덕분에 전통적으로 해외에 대한 투자 또는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점차 변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의 육류 가공 업체 JBS가 2008년 미국 스미스필드 푸드(Smithfield Food)의 쇠고기 영업부문을 5억6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등 브라질 기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 자본의 브라질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 스페인계 산탄데르(Santander)은행은 브라질의 방코 헤알(Banco Real)을 인수했고 최근에는 미국계 투자 그룹 블랙스톤(Blackstone)이 브라질의 운용 회사인 파트리아(Patria)에 대한 합작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브라질 국영 석유 개발 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뉴욕거래소와 상파울루거래소에서 동시에 합계 680억 달러(약 82조 원)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모 증자를 했다. 세계의 자본이 브라질로 몰려들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 기업들의 브라질 진출도 다양하다. 삼성과 LG는 1990년대 중반부터 브라질 시장에 진출해 가전제품을 직접 생산 및 판매하면서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현대자동차도 곧 브라질에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고, 만도와 현대모비스도 브라질 공장을 신축 중이다.

동국제강은 포스코와 함께 브라질 최대의 자원 개발 회사인 발리(Vale)와 합작으로 고로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과 STX 등 조선 업계도 리우데자네이루를 중심으로 진출해 있다.

금융회사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한국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이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우리은행도 현지법인을 설립 중이다. 미래에셋은 현지에 설립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통해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의 금융 중심가 파리아 리마 지역에 신축 중인 오피스 빌딩을 매입했다.

차부품·IT·금융·인프라 ‘투자 유망’
[브라질] 내수시장 ‘탄탄’…세금·고용비용 ‘부담’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현대자동차의 진출로 관련 부품 업체들의 투자가 이미 시작됐지만 제너럴모터스(GM)와 피아트(FIAT) 등 브라질 현지의 외국 메이커를 겨냥한 자동차 부품 업체의 투자는 앞으로도 비전이 높아 보인다. 브라질의 정보기술(IT) 산업이 미숙한 만큼 IT 관련 설비 제품의 제조 및 판매도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구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부·민간 합작 방식(PPP)의 인프라 사업 진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억 명의 소비 시장을 겨냥한 각종 소비재 산업, 이미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풍력발전 또는 석유 시추 등 에너지 산업도 주목할 대상이다.

브라질 자체적으로 금융 산업이 발달해 있고 미국을 포함한 해외 금융자본의 투자도 활발하다는 점에 착안해 보면 브라질 현지 또는 미국 등을 경유한 각종 금융 상품에 투자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렇다고 브라질 시장이 장밋빛 미래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우선 행정절차를 비롯한 비즈니스 리듬이 한국과 달리 느린 편이다. 법인 설립에 2달 이상이 소요되고 공장 설립을 위한 환경 인·허가도 1년 이상이 걸린다.

브라질의 세금은 또 하나의 난관이다. 브라질의 조세 부담액은 국민총생산(GDP)의 40%에 육박하고 기업들의 세금 부담도 연간 매출액의 34%에 이른다. 높은 세 부담은 높은 물가로 이어진다. 연방·주 및 시정부가 각각 과세 권한을 가져 브라질 전역에 약 3000개의 과세 규정이 있다는 것은 투자에 걸림돌이다.

항상 전문가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무 분야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노동자 1인 고용을 위해 임금 이외에 드는 추가 사회비용이 임금의 약 102%에 달한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관계 법령과 법원의 판결 경향도 사전에 체크해야 한다. 소비재 산업의 경우 제품 하자나 피해 발생에 따른 소비자 소송이 빈발하므로 소송에 따른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풍부한 천연자원, 넓은 내수시장, 지속적인 경제성장 덕분에 세계의 투자자들이 브라질을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이머징 마켓과 달리 브라질은 기본적인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고 분야에 따라서는 세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소위 브라질 코스트라고 불리는 브라질 고유의 비즈니스 환경을 고려하면 준비 없이 브라질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브라질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브라질의 산업구조와 정책 방향을 검토하고 비교 우위에 있는 종목을 엄선해야 한다.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추가적인 비용과 리스크를 한국에서 충분히 검토한 후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비된 한국 기업들에 브라질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브라질] 내수시장 ‘탄탄’…세금·고용비용 ‘부담’
법무법인 지평지성 정철 변호사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연수원 제31기 수료.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법학 대학원(Gould School of Law) 법학 석사.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