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제 1140호 (2017년 09월 27일)

큐레이션으로 알아보는 '숨겨진 취향'

[트렌드='추천 앱'의 비밀]
빅데이터·자체 알고리즘 통해 영화·도서·맛집·패션 콘텐츠 제공


(사진) 넷플릭스 홈페이지. (/한국경제신문)


세계 190여개 국가에서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6월 봉준호 감독이 신작 ‘옥자’를 기존의 영화 배급 시스템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큰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가 1억 명의 회원을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추천 알고리즘인 ‘시네매치’가 큰 역할을 했다. 시네매치는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넷플릭스를 많이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정확도는 높아진다. 또 사업 초창기부터 축적해 온 데이터를 통해 신작이나 인기작 위주가 아닌 구작이나 숨겨진 명작을 추천함으로써 호평을 얻었다.

◆앱만 켜면 쏟아지는 ‘개인의 취향’ 

넷플릭스의 ‘시네매치’처럼 자신도 모르는 자기의 취향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추천 애플리케이션(앱)’이 콘텐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성행 중이다.

요즘 ‘나 영화 좀 본다’는 유저들이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 앱은 ‘왓챠(WATCHA)’다. 왓챠는 자신이 본 영화·드라마·도서 등에 별점을 매기면 아직 자기가 보지 않은 작품들 중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예상 별점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올해 8월 기준으로 회원 303만 명, 월평균 사용자 80만 명을 자랑하는 국내 영화 추천의 대표 앱으로 자리 잡았다.

왓챠의 사용자들은 개인의 영화 취향을 기록하고 다음에 볼 작품을 추천받기 위해 앱을 사용한다. 또 요새 인기 있는 영화 콘텐츠에 대한 타인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추천뿐만이 아니다. 스타트업 ‘맵씨닷컴’의 패션 추천 앱 ‘맵씨’는 남성들에게 코디법을 추천한다. 맵씨는 남성 소비자와 패션 디자이너를 연결해 ‘코디’에 대한 남성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유저들이 직접 코디에 나서고 이를 구매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만약 맵씨 사용자가 맵씨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의 상품들로 코디를 완성해 다른 유저들의 호응을 얻고 구매로까지 이어지면 판매 금액의 15%를 적립금으로 돌려준다.

6월 출시된 ‘원데이텐미닛’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딥러닝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패션 취향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한다. 유저가 선호하는 스타일과 연령대를 선택하면 취향을 분석해 좋아할 만한 패션 아이템 100벌을 매일 제공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에 ‘좋아요’를 누르고 비선호 제품은 왼쪽으로 상품 이미지를 밀어 리스트에서 제외한다.

도서 시장에서도 추천 앱이 각광받는다. 도서 앱 헌드리더는 소프트마인과 보라보라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도서 앱으로 총 9종의 언어를 지원한다.

헌드리더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추천한 도서와 하버드대·칭화대·도쿄대 등 명문 대학의 추천 도서 리스트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제공한다.

국내 추천 앱의 원조를 추적하다 보면 ‘맛집 앱’을 만나게 된다. ‘오늘 뭐 먹지’라는 영원한 고민에서 현대인들을 잠시나마 해방시켜 준다. 맛집 앱들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해 주변에 있는 맛집을 추천한다.

유저가 직접 후기를 남김으로써 광고성이 아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대표적 앱으로는 ‘망고플레이트’, ‘식신’ 등이 있다.

스타트업들만 추천 앱을 내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정보기술(IT) 기업들 또한 ‘추천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6월 사용자가 미리 지정한 주제의 콘텐츠를 자동 추천하는 ‘디스코’를 출시했다. 디스코는 네이버의 인공지능(AI) 기술인 ‘클로바’의 추천 엔진을 탑재해 이용자의 취향을 학습한다.

카카오는 ‘포스팅 추천’에 주목했다. 카카오는 올 7월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 ‘레이지(Lazzy)’를 출시했다. 레이지는 날씨나 운세, TV 동영상, 커뮤니티 인기 글과 같이 반복적이고 습관적 이용 패턴을 가진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용자가 매번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개별 서비스를 옮겨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적극적 참여가 정확한 추천을 부른다

이러한 ‘추천’은 어떻게 이뤄질까. 앱마다 택한 방식은 다를 테지만 영화 추천 앱인 왓챠의 내부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 추천 방식을 알아봤다.

영화를 볼 때 개인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다르다. 어떤 이는 영상미를 중시하고 어떤 이는 스토리의 구성을, 또 다른 이는 출연 배우를 중요하게 본다.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는 기준에 따라 영화에 별점을 주는데, 왓챠는 사용자의 별점을 분석해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용자들을 모은다.

그 후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이들이 매긴 영화 별점을 통해 아직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한 ‘자신의 예상 별점’을 왓챠가 매겨 준다. 예상 별점이 높은 영화들을 사용자에게 추천한다.

이러한 추천에는 왓챠가 수년에 거쳐 자체 개발한 추천 엔진 ‘핀셋’이 사용된다. 핀셋은 사용자가 쌓일 때마다 머신러닝 기술을 통해 추천 엔진 스스로 시스템을 개선한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왓챠의 예상 별점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평을 유저들로부터 듣고 있다.

데이터 축적량 또한 정확한 추천의 필수 조건이다. 왓챠에 축적된 별점 평가 수는 9월 기준 3억6000만 개를 돌파했다. 왓챠 관계자는 “아무리 정확한 추천 엔진이 있더라도 별점 자료가 없다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이는 큰 경쟁력”이라고 설명한다.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도 뒷받침돼야 한다. 자신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많이 남기면 남길수록 정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왓챠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망고플레이트 등도 유저들의 별점·후기·콘텐츠 선택 등을 통해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결국 정확한 추천은 앱 스스로가 개발한 추천 엔진과 쌓아 온 빅데이터 그리고 사용자의 적극적 참여가 ‘삼위일체’를 이뤄야만 한다.

◆만약 햄릿이 ‘추천 앱’ 사용했더라면 

쏟아지는 정보 속에 현대인들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다. 이러한 현상을 ‘햄릿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주인공 햄릿처럼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버리거나 결정 자체를 미루는 증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타인이 만든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배포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앞서 소개된 추천 앱들 또한 넓은 의미의 ‘큐레이션 서비스’다.

박상희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추천 앱을 사용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에 대해 “결정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추천 앱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자신의 판단을 따를 때는 선택한 뒤 후회할 수 있지만 알고리즘의 판단을 따르면 책임을 스스로에게 묻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추천 앱이 추천하는 그 콘텐츠, 믿을 수 있을까

추천 애플리케이션(앱)을 한 번이라도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유저들은 추천 콘텐츠를 향한 의문을 한 번쯤 품어 봤을 것이다. 혹여 추천하는 콘텐츠가 업체가 일정한 대가를 받고 노출하는 광고 상품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그것이다.

광고를 추천인 것처럼 가장해 눈속임한 업체들이 발각된 사례는 종종 있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 불만족 이용 후기를 비공개하고 자사의 광고 상품을 구입한 숙박 업소를 추천해 소비자를 유인한 숙박 앱 사업자 3곳에 시정 명령과 총 7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숙박 앱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일부 배달 앱이 자사 광고 상품을 구입한 음식점들의 후기를 좋게 노출해줌으로써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았다. 이러한 사례는 추천 앱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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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9-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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