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2종의 ‘연비 배틀’

올해 5월 국산 휘발유 하이브리드카가 출시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친환경차의 체감 연비는 얼마나 될까. 하이브리드카의 대표 주자 도요타자동차 ‘프리우스’와 클린 디젤의 대표 주자 폭스바겐 ‘골프1.6TDI 블루모션’을 몰고 직접 고속도로를 나가 봤다.

프리우스는 서울 역삼역 차고지에서 광주광역시청을 왕복하는 607km 구간, 골프1.6TDI는 청담동 차고지에서 광주시청을 왕복하는 610km 구간을 운행했다. 고속도로인 만큼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조건이었다.

프리우스는 시속 40km 이하 저속에서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스트롱 하이브리드카’다. 따라서 신호등이 많은 시내 구간이나 정체 구간에서 서행할 때 연료 소모가 없는 모터 주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지속적으로 엔진이 켜져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카&라이프] 출퇴근 ‘프리우스’, 레저용 ‘골프’ 우세
한 번 주유로 서울~광주 왕복 거뜬

프리우스의 공인 연비는 리터당 29.2km, 연료 탱크는 45리터다. 이론상으로 1314km를 갈 수 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비교적 고속으로 운행한 결과 그 절반밖에 가지 못했다. 종료 지점에 도착하자 총 운행 거리는 606km. 연료 게이지가 거의 바닥(empty)에 가까웠고,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66km였다. 계기판에 찍힌 평균 연비는 100km당 4.1리터였다. 1리터로 환산하면 24.4km다.

골프1.6TDI는 흔히 말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아니다. 엔진의 힘을 보조하는 전기모터가 없다. 대신 유럽을 대표하는 클린 디젤 기술을 자랑한다. 골프1.6TDI는 운행 중 차량 정지 시 엔진이 멈췄다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다시 엔진이 작동하는 ISG(Idling Stop & Go)가 장착돼 있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떼만 배터리가 충전되는 회생 브레이크를 달았다. 엄밀히 말하면 이 두 장치를 단 것을 ‘마이크로 하이브리드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프1.6TDI의 연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프리우스와 동일한 경로를 왕복해 주행거리가 610km를 기록한 시점에서 연료 게이지의 8분의 5가 남았다. 계기판의 평균 연비는 리터당 21.5km였다. 골프1.6TDI의 연료 탱크가 55리터로 프리우스보다 10리터 많기는 하지만 광주 왕복으로 프리우스는 연료를 거의 소모한 반면 골프1.6TDI는 한 번 더 왕복하고도 연료가 남을 정도다.

다만 골프1.6TDI는 ISG가 장착돼 정지·출발을 반복할 때마다 정지한 엔진이 엄청난 소음과 진동을 내며 시동이 걸리는 것이 거슬렸다. 가솔린엔진에 ISG를 단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부감이다. 폭발력이 강한 디젤엔진의 한계다. ISG를 끄는 버튼은 따로 없었다.

테스트 결과 시내 주행이 많고 출퇴근 시 안락한 승차감을 원한다면 프리우스(3790만 원), 장거리 주행이 많고 레저용으로 활용한다면 골프1.6TDI(3190만 원)가 적당할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제공 도요타자동차·폭스바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