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새로운 ‘강자’ 떠올라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산업’ 부문은 지난 조사와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가 1, 2위에 올랐다. KDI는 2008년 처음 시작된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지난번 처음 1위에 오른 뒤 이번 역시 1위 자리를 지키며 2년 연속 연구 기관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들 기관 외에 국회예산정책처도 6단계 순위가 상승하며 11위에 올라 국책 기관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번 경제·산업 부문 싱크탱크 조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책 연구 기관의 강세’라고 정리할 수 있다. KDI는 지난 조사에서 ‘대외적 영향력’ 부문만큼은 삼성경제연구소에 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외적 영향력(KDI 554점, 삼성 515점), 연구 보고서의 질(KDI 540점, 삼성 382점), 연구 인력의 역량(KDI 575점, 삼성 437점) 등 주요 3개 조사 지표에서 모두 삼성경제연구소에 앞섰다. 특히 연구 보고서의 질 부문에선 큰 폭의 점수 차로 2위와 간격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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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J·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순위 급등
KDI 외에도 전통의 국책 연구소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4위)·산업연구원(5위)이 톱 5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번에 이어 ‘빅 3’ 체제를 이어갔다. 이번 조사에서 상위 5개 연구소 중 단연 눈에 띄는 곳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다. 지난 조사에서 8위에 머물렀던 KIF는 이번 조사에서 4계단 뛰어오르며 3위에 올랐다.

KIF는 1990년 12월 당시 32개 은행장들이 참여해 설립 발기인 총회를 열고 이듬해 4월 25일 설립된 한국 최초의 금융 전문 연구 기관이다. 금융 전문 싱크탱크 중 한국 최대의 연구 인력을 보유해 금융 경제와 산업 전반에 관한 폭넓은 연구·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오랜 전통을 발판으로 한 폭넓은 금융 관련 통계, 각종 정책 협의회 및 간담회, 국제 심포지엄 및 워크숍, 주요 금융 관련 보고서와 간행물 발간 등 한국 금융 산업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어려운 금융 관련 현안과 전문 용어 등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메일 레터 발송 등 금융의 대중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반적인 국책 연구소의 선전과 반대로 기업 연구소는 하락세가 뚜렷했다. 삼성경제연구소를 제외한 주요 기업 연구소 모두 지난 조사에 비해 순위가 하락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조사보다 1단계 하락하며 7위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고 현대경제연구원(12위)·포스코경영연구소(13위)·SK경영경제연구소(23위) 등 주요 기업 연구소 대부분이 순위가 하락하는 부진을 보였다. 상위 10개 연구소 가운데 기업 연구소는 삼성과 LG뿐으로, 나머지 기업 연구소는 모두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지난 조사에서 국책 연구 기관의 순위 급등을 이끌었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3계단 미끄러지며 6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순위 상승이 두드러진다. 전체 순위에서 15위이지만 지난 조사에 비해 무려 17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투자 환경이 무르익으며 ‘한국 최고의 해외 진출 정보 솔루션 제공’이라는 연구소의 목표가 시장 관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순위 상승이 가장 두드러진 기관은 GS&J 인스티튜트다. GS&J는 지난 조사에 비해 무려 45계단이나 상승하며 이번 조사에서 26위에 올랐다. 2005년까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이정환 이사장이 이끄는 곳이다. 이 이사장은 총리실, 농림부, 대통령 자문 농어업위원회,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등에서 왕성하게 활동해 온 농업경제 분야의 한국 최고 귄위자 중 한 명이다. 농촌경제연구원 퇴임 직후 민간 농정연구소인 GS&J를 설립해 한국 농정 연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의 최대 화두였던 ‘경제 민주화’와 함께 기업 지배 구조 관련 싱크탱크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8위로 처음 100대 싱크탱크에 이름을 올린 것이 좋은 예로, 이는 지난 조사에 비해 43계단이나 상승한 기록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8계단 뛰어오르며 33위에 올랐다.
[2014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KDI 2년째 1위… 기업 연구소 약세 여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