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를 살피는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내가 이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재상’이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인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수치인 ‘스펙’이 ‘인재상’에 어떻게 대입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대기업 취업 정보 제공업체인 에듀스(www.educe.co.kr)가 연구 발표한 ‘대기업 채용 특성 분석’을 보면 얼추 답이 나온다. 연구를 진행한 양미예 에듀스 전임연구원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에 지원한 수만 명의 지원자를 분석해 스펙과 인성, 역량, 진로 적성이 합격 여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기업의 채용 기준에 대한 분석도구인 ‘Auland DIAGNOSE TEST™(아우란트 진단검사)’를 통해 대기업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계량적·비계량적 차이를 규명한 것이다. 스펙과 인재상 사이의 모호한 기준을 밝혀줄 가이드라인이 나온 셈이다.

지금부터 그 핵심 내용을 공개한다. 특히 대기업 지원자라면 눈 크게 뜨고 볼 것.


대기업 합격 스펙은?

학교, 학점, 토익, 취업 마인드, 기타 스펙 등 다섯 가지를 ‘취업 준비’ 요소로 놓고 분석했더니 이 가운데 학교, 학점, 토익 점수가 유의미한 스펙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상위권 학교 출신일수록 합격 비중이 높고, 학점과 토익 점수 역시 합격자의 평균 점수가 불합격자의 평균 점수보다 높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이 스펙 비중을 줄인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교, 학점과 토익 점수가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학점은 현대·기아차 합격자가 가장 높았고 토익은 SK 합격자의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다. 소문으로 떠도는 “SK는 토익, 현대·기아차는 학점을 중시한다”는 설은 어느 정도 사실인 셈이다.

또 합격자들의 취업 마인드 수준도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지원하는 분야·기업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고, 취업에 대한 의지가 확고할수록 합격률이 높았다. 반면 해외 어학연수 경험, 자격증 수, 인턴십 경험, 동아리 활동 경험 등 기타 스펙은 합격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 트렌드] 대기업 채용 분석, 스펙·인성·적성이 합격·불합격에 미치는 영향은?



인성·역량 얼마나 보나?

그렇다면 수치화된 스펙이 합격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 비슷한 수준의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동일 기업, 동일 직무를 지원할 때 당락의 결과는 다르다는 게 그 방증이다. 스펙이 아니라 다른 중요한 요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다. 바로 인성과 역량이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의 ‘인재상’ ‘자기소개서’ ‘면접 질문지’ 등을 분석해 공통적인 인성·역량 항목을 파악했더니 다음과 같았다.

‘인성’에 대한 분석부터 보자. 먼저 ‘개인적 인성’에 해당하는 성실성, 자신감, 인내·지속성, 책임감, 추진·적극성에서 합격자와 불합격자 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적 인성’에서는 사교성과 이타심이, ‘환경적 인성’에서는 도전 정신에서 합격자의 평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성실하고 열정적이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사교적인 사람을 뽑는다는 의미다.
[취업 트렌드] 대기업 채용 분석, 스펙·인성·적성이 합격·불합격에 미치는 영향은?
‘역량’ 평가에서도 눈길을 끄는 결과가 나왔다. 계획·조직화, 창의·혁신성, 성취 의욕·업무 열정 부문에서 합격자의 평균점이 높았다. 또 리더십, 설득·영향력 발휘, 타인 배려·협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이가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보너스 하나. 삼성그룹만 분석한 결과는 어떨까. 삼성그룹 입사자와 불합격자의 인성 및 역량의 차이를 살펴봤더니, 다른 대기업들과 다른 한 가지가 발견됐다. 인성 평가 항목 전반에서 유의미한 평균 차이가 있었던 것과 달리, 삼성그룹 합격자는 개인적 인성 부문에서만 합격자 평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리더십, 타인 배려·협조 등 대인관계 관련 평가 항목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삼성의 인재 평가 기준이 개인의 전문성과 역량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 박수진 기자│조사 이시경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