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에게 사랑받는 ‘필름 카메라’
필름 카메라만이 줄 수 있는 '찍는다'는 경험
필름 현상소도 MZ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

최근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Z세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며 자라 온 세대를 디지털 세대라고 하는데, 이런 디지털 세대에게 필름 카메라는 특유의 감성과 '찍는다'라는 행위 자체로 사랑받고 있다. 필름 카메라의 인기로 문을 닫았던 필름 현상소의 대를 잇는 2세대 필름 현상소도 함께 등장하면서 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 맛집, 아이폰 6s 삽니다”최근 중고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중고 시장에서 아이폰6s를 찾는 이용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출시한 지 9년이나 지났지만 해당 기종은 15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며 같은 연도에 출시한 삼성의 갤럭시 S6에 비해 6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구형 모델의 아이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다름이 아닌, 카메라 기능 때문이다.

대학생 김아루씨는 "아이폰6s로 촬영할 경우, 흐릿한 처리와 색 바랜 결과물이 마치 필름 카메라로 찍는 것과 같아 사용한다"고 말했다. 필름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비슷한 느낌을 내는 아이폰6s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충무로의 1세대 필름 현상소인 포토피아의 조재현 이사는 "최근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현상을 하러 오는 젊은 손님들이 늘었다"라며 젊은 층의 필름 카메라 선호 증가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한 물 간 기계지만 20대들에게는 필름 카메라가 마치 새로운 물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당근 마켓에서 15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아이폰 6s
당근 마켓에서 15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아이폰 6s
필름 카메라는 2000년도에 디지털로의 전환이 일어나며 사용하기 어렵고 비싸기만 한 물건으로 취급받게 됐다. 사람들은 디지털카메라의 깨끗한 화질에 감탄하며, 필름 카메라를 '옛날물건’으로 취급했다. 디지털이 픽셀 데이터로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과 달리, 필름은 수많은 입자로 구성되기에 불규칙적으로 알맹이가 퍼져있는 필름 그레인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필름 그레인 현상으로 인한 결과물이 소위 말하는 'MZ 감성'에 맞은 것이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것처럼 일련의 과정을 내 손으로사진 동아리 회원들을 통해 종합해 본 필름 카메라 사용자들의 사용 이유는 화질이 좋지 않고 흐릿하며, 노이즈로 경계가 불분명하고 전체적으로 따듯한 느낌의 사진이었다. 이러한 감성 있는 결과물이 그들로 하여금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감성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필름 카메라 애호가 주영빈 씨는 필름 카메라 사용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필름 카메라는 보통 12장, 36장이 찍히는데 이 숫자 안에 내가 원하는 걸 담으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찍은 사진을 직접 암실에서 인화를 위한 작업을 하다 보면 촬영 당시의 상황과 분위기 같은 전반적인 과정이 내 손에 담기는 것 같아 값지다"라고 말했다.

빠른 결과를 내는 디지털카메라보다 기술적 우위에 있진 않지만 한 장, 한 장 정성을 담으며 찍는 과정의 가치가 사용자들로 하여금 필름 카메라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과거의 필름 현상소 대를 잇는 2세대 필름 현상소 등장MZ 세대의 필름 카메라 선호가 강해지며, 과거 필름 현상소의 대를 잇는 2세대 필름 현상소도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 필름 현상소와 가장 큰 차이점은 '홀의 유무'다. 젊은 층의 감성에 맞는 감각적인 홀과 인화 체험과 같은 서비스는 그들로 하여금 필름 현상소를 하나의 새로운 즐길 거리로 생각하게 하였다. 성북동에 위치한 필름 현상소 '위켄드 필름(WKND Film)'에 방문해 가게 운영 실태와 20대들의 방문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고퀄리티 카메라는 ‘뒷전’···'필카' 찾는 Z세대
“필카 덕분에 매달 최고치 찍어요”
김동규 위켄드 필름 대표


가게에 방문하는 주요 고객들의 나이는 어떻게 되나요.
"소위 말하는 MZ 세대가 주요 고객이고, 90% 이상이 20대 고객들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이유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젊은 분들은 늘어나는데, 필름 현상소는 상대적으로 노후화되고 부족하다고 생각해 창업했습니다"

디지털 세대인 MZ 세대가 왜 필름 카메라를 찾는다고 생각하나요.
"디지털 세대는 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랐다 보니까 굳이 디지털카메라를 몇백만 원씩 주고 사려고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디지털을 이용한 사진은 기록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필름 카메라는 '찍는다'라는 행위 자체를 느끼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경험을 흥미롭게 받아들여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필름 카메라 선호가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레트로 열풍과 함께 매달 매출이 상승하다가 코로나 때, 아무래도 야외 활동이 자제되고 여행을 못 가다 보니 카메라를 사용할 시간이 적어져 매출이 꺾였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요즘은 다시 매출이 회복하고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과 비교해서도 매출이 오른 편이고, 코로나 때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매출이 올랐습니다. 저번달보다 이번 달이 많이 올랐고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성북동 위켄드 필름에서 제공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사진
성북동 위켄드 필름에서 제공한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사진
'옛날 것'이던 필름 카메라가 다시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랑을 받으며 우리는 잠시 잊고 살았던 필름의 감성을 일상에서 다시 접할 수 있게 됐다. 더 빠른 것, 기술적인 것을 요구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불필요한 과정과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필름 사진은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해주는 것 같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이정빈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