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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받고 연락 뚝”…창업자들이 놓치는 치명적 실수 [텍스트 브이로그]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첫 투자 유치는 특별한 순간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진 설득과 검증의 시간이 끝나고 투자금이 입금되는 순간, 창업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성취감과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당장의 생존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긴다.실제로 많은 창업자가 투자 유치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회사의 비전과 성장 가능성을 설명하고, 수없이 많은 질문에 답하며, 시장성과 실행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한다. 투자자를 만나기 전에는 발표 자료를 수십 번 수정하고, 숫자 하나까지 점검하며 긴장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된 이후부터다. 투자금을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긴밀하게 소통하던 창업자가 막상 투자 이후에는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분기 보고서는 형식적으로 작성되고, 투자자가 먼저 연락하지 않는 이상 회사 측에서 선제적으로 소통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하지만 투자자는 단순히 돈을 넣어준 사람이 아니다. 명백한 회사의 주주이며, 경영 정보를 공유 받을 권리가 있는 이해관계자다.상장기업은 법적으로 공시 의무를 가진다. 비상장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그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라면 투자금 사용 내역과 경영 현황,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투명한 정보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문제는 많은 창업자가 투자 이후의 관계를 ‘관리’의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 유치를 거래의 종료로 인식하는 순간, 관

    2026.09.04 08:30:08

    “투자받고 연락 뚝”…창업자들이 놓치는 치명적 실수 [텍스트 브이로그]
  • 소비자가 발품 팔던 시대는 끝…자동차 유통의 다음 승부처는? [정상연의 Car 톡]

    지금부터 자동차를 사러 가보자. 먼저 어떤 차를 살지 정한다. 가까운 전시장을 찾는다. 차량을 직접 보고 영업사원과 상담하면서 트림과 옵션을 고른다. 견적을 받은 뒤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할부를 이용해 계약한다. 차량이 출고되면 등록을 거쳐 자동차를 인도받는다. 너무 당연한 과정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그런데 어느 순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를 사는 경험이 등장했다. 테슬라는 온라인에서 차량과 사양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방식을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하게 만들었다. 전시장을 찾아 영업사원에게 견적을 받고 가격을 협상하던 기존의 과정과는 꽤 다른 경험이다.물론 테슬라가 등장하면서 자동차 유통시장이 갑자기 바뀌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자동차의 판매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자동차 시장에서는 이보다 훨씬 큰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오는 길이 많아지고 있다과거의 자동차 유통을 아주 단순하게 그리면 하나의 직선에 가까웠다. <완성차 제조사 → 판매망 → 소비자> 국내 자동차 시장은 완성차 제조사가 생산뿐 아니라 판매 과정에도 강한 영향력을 가진 구조로 성장해왔다. 소비자가 전시장을 찾아 자동차를 보고, 현금이나 할부로 직접 구매하던 시장에서는 이 구조가 단단하게 작동했다.하지만 지금은 이 직선 옆으로 다른 길들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에서 차량을 탐색하고 구매 조건을 알아보는 소비자가 늘었고,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와 금융상품을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리스와 장기렌트가 성장하면서 금융사와

    2026.08.22 08:40:02

    소비자가 발품 팔던 시대는 끝…자동차 유통의 다음 승부처는? [정상연의 Car 톡]
  • 교육 해도 안 되는 AX…키는 누가 쥐고 있을까 [텍스트 브이로그]

    지난 회에서는 AX를 시작한 회사들이 왜 기대만큼 빨라지지 않는지를 다뤘다.짧게 되짚어보자. 회사들은 놀랍도록 비슷한 네 단계를 지난다. 전사에 AI를 깔고 교육을 돌리는 환호의 시기, 계정은 줬는데 정작 쓰는 사람이 적은 정체의 시기, 누군가 사내 시스템에 AI를 연결하고 해커톤이 열리는 잠깐의 신남, 그리고 ‘분명 뭔가 많이 일어나는데 왜 체감은 10~20% 뿐인가’라는 의구심의 시기다. 이 마지막 구간에서 리뷰되지 않은 AI 코드가 장애를 내고, 검토되지 않은 보고서가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지는 사고가 터진다.원인은 '검증세'였다. 도입 전에는 AI에게 시키면 딸깍 끝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 결과가 제대로 된 것인지 확신하는 데 막대한 시간이 든다. 이 비용이 세 가지 부채로 드러난다. 산출물이 빠르게 쌓이면서 다음 작업이 오히려 더뎌지는 기술부채, 만들어진 결과를 내가 이해할 수도 확신할 수도 없는 인지부채, 그리고 시스템은 돌아가는데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다시는 알 수 없는 의도부채다.그렇다면 이 구덩이는 어떻게 건너야 할까.우선 가장 흔한 오답부터 걷어내자. 교육을 한 번 더 돌리고 AX 전담팀에 사람을 더 붙이는 것이다. 이건 첫 단계, 환호의 시기에 이미 다 해본 처방이다. 정체의 원인이 '쓸 줄 몰라서'가 아니라 '결과를 믿을 수 없어서'인데, 같은 약을 용량만 늘려 다시 쓰는 셈이다. 필요한 건 두 가지 재설계다. 검증을 두껍게 만드는 일, 그리고 일의 파이프라인 자체를 다시 짜는 일이다.검증이 두꺼우면 그 보호막 안에서 AI는 마음껏 날뛸 수 있다. 어디서 왔든 오리처럼 생기고 오리처럼 수영하고 오리처럼 울고 오리알을 낳는다면, 그건

    2026.08.21 08:27:01

    교육 해도 안 되는 AX…키는 누가 쥐고 있을까 [텍스트 브이로그]
  • AI 시대, 대한민국은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역사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만든 국가를 기억한다. 지금 인공지능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국가 운영의 방식과 사회 시스템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명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세계는 그 전환의 출발선에 서 있다. 이제 국가의 경쟁력은 기술 개발의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미래를 선택하고, 그것을 국민의 삶 속에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새로운 경쟁의 기준이 되고 있다.세계는 이미 AI 기술 자체를 넘어 AI 국가 모델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은 초거대 AI와 AI 반도체를 앞세워 기술 패권을 강화하고, 중국은 국가 주도의 과감한 투자로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신뢰할 수 있는 AI’와 윤리 규범을 통해 글로벌 기준을 선점하고, 일본은 ‘Society 5.0’을 바탕으로 AI와 로봇을 사회 전반에 융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전체를 AI 실증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미래 정부와 도시의 새로운 운영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경쟁의 무대는 기술 개발을 넘어, 이를 어떤 사회와 국가 시스템으로 구현하느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세계를 선도할 것인가. 미국이 기술을, 중국이 산업을, 유럽이 규범을 주요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면, 대한민국은 ‘AI를 가장 인간답게 구현하는 디자인 국가’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AI 경쟁은 더 큰 데이터센터와 더 빠른 반도체,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술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면, 그 가능성을 국민의 삶에 어떤 가치와 경험으로 전환할 것인지는 국가의 선택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제시할 차별화된 강점은 기술 자체에 머무르지

    2026.08.20 08:27:01

    AI 시대, 대한민국은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 'AI·디지털·국민주권 정부'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지금까지 국내 디자인 담론은 산업디자인, 공공디자인, 서비스디자인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도시 환경을 개선하며 공공서비스의 이용 편의를 높이는 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인공지능이 국가 운영의 방식과 질서 자체를 바꾸고 있는 지금, 기존의 디자인 접근만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다. 이제 디자인은 제품과 공간, 서비스를 넘어 정책과 행정, 나아가 국가 운영 전반을 설계하는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다시 말해, 정부 역시 디자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 디자인은 더 이상 결과물을 만드는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기술과 사람, 정책과 행정, 도시와 사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국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구체화하는 새로운 국가 운영의 프레임이자 혁신의 방법론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대한민국 정부는 오랫동안 법과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편성하며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관리하는 정부’를 지향해 왔다. 전자정부를 통해 행정은 디지털로 전환되었고, 국민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디지털화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정책을 만들고 행정을 제공하는 과정 자체를 시민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디자인 행정(Government by Design)’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디자인 행정은 행정 절차의 외형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민의 경험과 행동을 분석하고, AI가 제공하는 데이터와 예측을 활용해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실제 이용하기 편리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공급자의 논리에서 출발한 정책을 국민의 삶과 경험을 중심으로 재구

    2026.08.14 08:27:02

    'AI·디지털·국민주권 정부'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 자동차 유통시장엔 왜 ‘소비자 배려’는 없을까 [정상연의 Car 톡]

    자동차는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다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를 누구보다 깊이 연구한다. 신차 한 대를 개발하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엔진 성능과 연비는 물론, 문을 닫을 때의 소리, 손이 가장 편하게 닿는 핸들의 위치, 장거리 운전에도 피로를 덜 느끼는 시트까지 수없이 고민한다. 최근에는 차량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감정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설계한다. 자동차가 공장을 떠나기 전까지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다. 하지만 정성을 다해 만든 차량이 공장을 떠나는 순간부터 이를 바라보는 기준은 조금씩 달라진다.공장을 떠나는 순간, 자동차는 효율의 대상이 된다자동차는 생산을 마치고 공장을 떠나는 순간 하나의 재고 자산이 된다. 재고가 하루 더 머무를수록 보관비와 금융 비용이 발생하고, 물류 일정이 늦어질수록 회전율도 떨어진다. 그래서 유통 단계에서는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가 핵심 기준이 된다.자동차 유통 관계자로부터 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탁송 일정이 밀리면 다음 배송을 맞추기 위해 차량을 대로변에 세워두고 차 키를 약속된 장소에 둔 채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물론 이것이 업계 전반의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이 일화는 자동차가 고객에게 전달되기 직전까지 하나의 ‘물류 자산’으로 관리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산업은 생산, 물류, 금융, 영업을 각기 다른 업무로 나누지만, 고객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자동차 경험’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그 전체 경험을 책임지는 주체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가장 저렴한 상품이면 선택받을

    2026.08.08 08:30:02

    자동차 유통시장엔 왜 ‘소비자 배려’는 없을까 [정상연의 Car 톡]
  •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되려면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철강과 에너지, 도로와 항만, 제조업은 산업화 시대 국가 경쟁력을 결정했고, 반도체와 인터넷, 데이터는 정보화 시대 디지털 패권을 이끌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 국가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제는 기술의 보유보다 기술을 인간 중심의 가치로 구현하는 능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 AI가 새로운 문명의 엔진이라면, 그 엔진이 향할 방향을 설계하는 것은 디자인이다.인공지능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설계(Design)’에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강력한 기술이지만, 기술만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사람의 삶과 산업, 도시와 행정 속에서 새로운 가치로 구현하는 일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AI가 기술의 가능성을 확장한다면, 디자인은 그 가능성을 사회적 가치로 완성한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기술의 방향을 설계하는 역량에서 결정된다.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을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AI 고속도로 구축, 산업 전반의 AI 전환(AX), 공공서비스 혁신, 의료·바이오 AI 육성, K-AI 개발과 핵심 인재 양성 등을 국가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AI를 새로운 산업을 넘어 경제와 산업, 행정 혁신을 이끄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그러나 AI 인프라와 컴퓨팅 성능만으로 AI 강국은 완성되지 않는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고 예측하는 기술이지만, 그 기술을 무엇을 위해 활용하고 국민의 삶과 산업, 도시의 경쟁력으로 연결할 것인지는 디자인의 영역이다. 결국 AI 시대 국가 경쟁력은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기술을 사회적 가치로 구현하는

    2026.08.06 08:30:03

    이재명 정부가 'AI 3대 강국' 되려면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 내 제품이 안 팔리는 이유 [텍스트 브이로그]

    무릇 창업가란 대단한 용기와 결단으로 회사를 세운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졌고, 누군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품었으며, 또 누군가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선점하고 싶었을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창업자는 전력을 다해 최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그러나 시장의 반응이 뜨겁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지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나름의 답을 찾아본다. 결론은 대부분 ‘제품의 부족’으로 귀결된다. 다시 로드맵을 그리고 두문불출 개발에 매달린다. 그러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애석하게도 이 과정은 하나의 사이클이 되어, 자금이 바닥나는 순간까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우선,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이 있다. 시장은 내가 제품을 만들어 내는 속도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며, 소비자 역시 내 제품에 시간과 관심을 쏟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그럼에도 많은 회사들은 갓 출시된 제품의 판매 부진 원인을 제품 안에서만 찾으려 한다.제품에는 죄가 없다. 시장의 속도와 반응을 면밀히 살펴 가며 그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좋은 제품'의 정의를 다시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첫째, 고객이 필요로 하고, 둘째, 가격이 합리적이며, 셋째, 회사가 설명한 그대로 잘 작동하는 물건이다.하나씩 짚어보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란 결국 충분한 시장 수요가 있는지의 문제다. 애초에 고객의 수요가 별로 없었을 수도 있고, 솔루션의 존재여부를 몰라 고객 스스로 수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즉, 그냥 감내하며 살아온 ‘불편함의 일상화’가 우리 제품의 가장 큰

    2026.08.05 09:01:40

    내 제품이 안 팔리는 이유 [텍스트 브이로그]
  • '민선 9기' 부산이 지금 해야할 일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2028년, 부산은 세계디자인기구(WDO)가 선정한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apital)로 세계 무대에 선다. 중국 항저우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얻어낸 이 영예는 도시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아서가 아니다. ‘포용 도시(Inclusive City)’와 ‘참여 디자인(Engaged Design)’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통해 경제·사회·문화·환경의 복합적인 도시 문제를 해결할 역량과 가능성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결과다.그러나 세계디자인수도는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선이다. 부산이 앞으로 증명해야 할 것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능력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운영하고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다.도시 경쟁력은 더 이상 스카이라인이나 랜드마크가 결정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민의 삶을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다. 미래 도시는 화려함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가장 똑똑하게 작동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부산은 이러한 미래 도시를 가장 먼저 실현할 수 있는 도시다. 세계적인 항만·물류 인프라와 해양산업에 AI와 해양공간 디지털 트윈을 결합하면 도시 전반을 실시간으로 분석·예측하는 지능형 운영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행정 혁신을 넘어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미래 도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그러나 미래 도시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AI와 데이터는 시민의 신뢰와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때 비로소 공공의 가치가 된다. 결국 도시 혁신의 성패는 기술의 성능이 아니라, 기술을 사람 중심으로 구현하는 역량에 달려 있다.바로 이 지점에

    2026.07.29 08:48:49

    '민선 9기' 부산이 지금 해야할 일 [박재현의 New 디자인 선언]
  • 휴가지에서 비극을 막는 법 [황궁남의 반려동물백서]

    수년 전 타 지역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던 어느 뜨거운 여름날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병원 문이 거세게 열리며 들어온 것은 붉게 충혈된 눈과 헐떡이는 숨소리, 그리고 넋이 나간 표정의 보호자였다. 품에 안긴 아이는 납작한 코와 짧은 구강 구조를 가진 프렌치 불독이었다. 아이의 몸은 마치 난로처럼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사정은 이러했다. 보호자는 아이를 위해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두고 외출을 했다. 보호자 나름대로는 아이를 배려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하필 그날, 예상치 못하게 에어컨이 고장으로 멈춰 섰다. 닫힌 방문과 밀폐된 실내, 차츰 차오르는 폭염의 열기.단두종 아이들은 구조적으로 체온 조절 능력이 일반적인 아이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주둥이가 짧아 호흡을 통해 열을 배출하는 효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멈춘 실내는 순식간에 찜통으로 변했고, 아이는 홀로 그 열기 속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버텨내야 했을 것이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이의 체온은 이미 생명을 위협하는 수치까지 치솟아 있었다. 열사병은 단순한 더위의 문제가 아니다. 체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전신의 장기들이 파괴되고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긴급한 생사의 기로다. 의료진 모두가 붙어 냉각 처치와 수액 투여를 하며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아 아이는 고비를 넘겼지만, 그날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감싸 안던 보호자의 눈빛과 긴장으로 흘러내린 땀, 헐떡이던 아이의 숨소리는 여전히 여름이 올 때마다 내 기억 속에서 묵직하게 되살아난다.돌발 상황은 언제나 우리의 예측 너머에서 찾아온다. '에어컨을 틀어두었으니 괜

    2026.07.29 08:30:02

    휴가지에서 비극을 막는 법 [황궁남의 반려동물백서]
  • 도시엔 빈 방이, 지방엔 빈집이 : 유휴공간의 두 얼굴 [정규호의 체류경제]

    한국에 머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은 며칠 여행하고 떠나는 대신 몇 주, 몇 달을 산다. 내국인도 지방에서 한 달을 살아 보고, 일하는 도시를 옮겨 다니며 머문다. 여행과 정착 사이, '한동안 머문다'는 생활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체류경제다.머물려는 사람은 이미 많다. 지방에서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부모를 간병하러 올라와 몇 주를 지내는 가족, 이사 일정이 어긋나 임시 거처가 필요한 사람, 인테리어 공사 동안 나가 있어야 하는 집주인, 전세를 알아보는 동안 "일단 짧게 살아보겠다"는 세입자, 한국에서 한 달을 살아 보려는 외국인. 전부 여행이 아니라 생활이다. 잠깐이지만 분명히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그런데 이 흐름을 가로막는 병목은 엉뚱한 곳에 있다. 머물려는 사람은 느는데, 머물 공간이 없다. 호텔은 취사도 세탁도 안 되니 몇 주를 지내기엔 맞지 않고, 전월세는 2년을 요구하니 한 달짜리 삶에는 과하다. 체류경제의 진짜 관문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다. 그리고 그 공급은 새로 짓는 데 있지 않다. 답은 이미, 도처에 비어 있다.비어 있는 공간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그 얼굴이 지역마다 다르다. 도시에는 빈 '방'이 쌓이고, 지방에는 빈 '집'이 쌓인다. 두 개의 비어 있음을, 각각 살펴보자.수도권 : 비어 있는 것은 '집'이 아니라 '방'이다도시에는 빈집이 드물다. 대신 다른 형태로 비어 있다. 다 지어놓고 주인을 못 찾은 미분양 주택이 수도권에만 약 1만 8천 가구에 이르고, 이 가운데 완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물량이 4천 가구를 넘는다(2026년 2월 말 기준). 여기에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오피스텔과 상가·오피스의 공실까

    2026.07.28 08:30:05

    도시엔 빈 방이, 지방엔 빈집이 : 유휴공간의 두 얼굴 [정규호의 체류경제]
  • "같은 차, 다른 견적"…자동차 계약서에 숨겨진 비밀 [정상연의 Car 톡]

    자동차 시장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차량 가격은 오르고 금융상품은 다양해졌다. 할부뿐 아니라 리스와 장기렌트까지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는 이제 '얼마에 사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느냐'를 먼저 고민하게 됐다.선택지가 많아진 것은 분명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계약 구조도 훨씬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차량 가격과 금리 정도를 비교하면 됐다면, 이제는 어떤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누구를 통해 계약하느냐가 월 부담과 계약 조건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자동차를 계약할 때 고객은 보통 한 사람만 만난다. 자동차 구매를 도와주는 상담자든, 리스·렌트 상담자든 고객이 마주하는 사람은 한 명인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계약서 뒤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객이 모르는 사이 딜러사와 중개인, 위탁상담사, 금융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하나의 계약에 얽혀 있다. 고객은 한 사람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사람을 거쳐 자동차를 계약하는 셈이다.그렇다면 계약 구조가 점점 복잡해지는 시대에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동차 금융의 시대, 계약은 왜 더 복잡해졌을까자동차를 '사는' 방법은 이미 하나가 아니다. 신형 그랜저는 최대 500만 원 가까이 가격이 올라 시작 가격이 4천만 원대를 넘어섰고, 하반기 출시될 아반떼 8세대 역시 300~500만 원 인상이 예상된다. 이제는 '국민 세단'조차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가격대에 들어섰다.그래서 소비자의 고민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차를 살지 말지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이용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일시불보다 할부를, 할부보

    2026.07.27 10:23:01

    "같은 차, 다른 견적"…자동차 계약서에 숨겨진 비밀 [정상연의 Car 톡]
  • 당신을 끌어들이는 '브랜드 터치포인트'의 비밀 [장헌주의 Branding]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 그 어디라도!”연일 섭씨 30도를 웃도는 여름의 폭염은 집안에 있을 때조차로 가쁜 숨을 쉬게 한다. 주말 아침 일어나자 마자 환기를 위해 베란다 문을 열지만, 돌아오는 것은 프레시한 아침 공기 대신 후끈한 열기. 오늘은 어디로 가면 이 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를 고민이 시작된다.쇼핑몰? 서점? 아울렛? 다양한 옵션 중에 보통은 가족과 함께 움직일 때 편리한 공간을 우선순위에 둔다. 싱글도 마찬가지다. 장시간 머물러도 불편함이 없는 장소, 다른 말로 ‘하루 종일 머물러도 괜찮을 곳’이 최우선 순위가 된다.유통기업들은 이러한 우리의 심리와 욕구를 귀신같이 간파한다. ‘고객 경험형 복합 쇼핑공간’이라 불리는 곳에는 하루 종일 머물러도 좋을 만큼 먹을 공간, 쉴 공간, 책 볼 공간, 쇼핑할 공간, 문화공연을 즐길 공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영화를 보는 공간 등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우리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잘 설계해 둔 공간에서 적절한 소비로 보상한다.집 근처에 몇 달 전 오픈한 대형쇼핑몰 S에는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픈하기 전부터 주변 집값을 움직이게 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연출하는 S몰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시니어부터 유아까지 전 연령층을 품는 공간이다. 그 중 귀한 고객은 위(시니어), 아래(비경제활동 인구) 제외하고 ‘지갑을 열 수 있는 30~50대’일 것이다.오픈하는 족족 랜드마크가 되는 S몰의 인기는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브랜드 터치포인트(Brand Touchpoint)에 기인한다. 브랜드 터치포인트란 소비자가 브랜드를 접하게 되는 접점을 말하는데, 이는 구매 전-구

    2026.07.25 08:32:01

    당신을 끌어들이는 '브랜드 터치포인트'의 비밀 [장헌주의 Branding]
  • "불 꺼진 공장이 미래"…'스마트' 넘어 '다크팩토리'가 온다 [김의정의 에어-인사이트]

    한국에서 '스마트팩토리'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본 게 언제쯤일까.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단어는 제조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정부는 그 무렵 스마트팩토리 지원사업을 시작했고, 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사 공장을 '스마트팩토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스마트제조혁신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장 보유 중소·중견 제조기업 중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곳은 31,782개사에 이른다.그런데 최근 세계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 너머의 또 다른 단계, '다크팩토리(Dark Factory)'가 다음 목표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무인 공장을 뜻하는 이 개념은, 이미 자동차·전자·로봇 산업 곳곳에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스마트팩토리가 3만 개나 있다면, 그중 다크팩토리에 해당하는 곳은 몇 개일까. 답은 아직 많지 않다는 쪽에 가깝다. 이 격차의 이유를 이해하려면, 우리가 종종 뒤섞어 쓰는 두 개념을 먼저 구분해야 한다.스마트팩토리는 제조의 전 과정을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연결·최적화하는 공장이고, 다크팩토리는 그 위에서 사람 개입을 최소화한 자율 운영 공장이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개념 자체는 다르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의 곳곳에 센서를 달고 데이터를 수집해 그 데이터로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을 관리하는 공장을 말한다. 사람이 여전히 그곳에 있다. 다만 종이와 감으로 일하지 않고, 실시간 대시보드와 데이터로 일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반면 다크팩토리는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동화된 'Lights-out Manufacturing'을 지향한다. 공정의

    2026.07.24 14:14:45

    "불 꺼진 공장이 미래"…'스마트' 넘어 '다크팩토리'가 온다 [김의정의 에어-인사이트]
  • "혁신 보다 안전"···에너지 스타트업의 딜레마 [텍스트 브이로그]

    나는 전력·에너지라는 규제 산업이자 핵심 인프라 산업에서 창업했다. 막 창업을 했을 무렵엔 이 분야에 필요한 기술이고, 좋은 기술이면 당연히 고객이 선택하고 시장도 열릴 줄 알았다.하지만 이 산업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다. 좋은 기술을 만들고도 팔 시장이 없어 멈춰 서기를 여러 번,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다 런웨이가 먼저 바닥나는 팀들을 여럿 지켜봤다. 그 시간을 지나오며 배운 것들을 지금 규제 산업이나 인프라 산업에서 창업하는 팀들에게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기후테크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다시 에너지 분야로 속하는 이 산업에서 겪었던 특성을 통해, 규제산업이자 인프라 산업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특히나 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유독 높은 허들이 되는 특성들이다. 이 지형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하게 소진하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먼저,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만들면 고객이 선택한다. 그러나 규제·인프라 산업에서는 ‘살 수 있는 시장’이 제도로 만들어지고, 제도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우리가 해왔던 사업 중 일부도 그랬다. 한때 빠르게 성장하던 국내의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화재 사고와 지원제도 축소 이후 민간의 신규 설치가 사실상 멈췄다. 글로벌 시장에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멈춰선 상태 그대로다. 이미 설치되어 당장 운영할 수 있는 수많은 배터리조차 그것을 운영해 가치를 제공할 시장이 없어 경제성을 잃고 잠들어 있다.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기술을 팔 시장이 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제품

    2026.07.19 08:48:01

    "혁신 보다 안전"···에너지 스타트업의 딜레마 [텍스트 브이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