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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는 10의 26승, 'HR'은 10의 -26승 [AI, 너 내 동료가 돼라]

    국회에서 AI 기업으로 옮긴 지도 벌써 한 해가 훌쩍 지났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개발자의 전유물 같던 '클로드 코드(Claude Code)'나 '액티브피시스(Activepieces)'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니, 감개무량하다.글을 최대한 쉽게 쓴다고 쓰는데도 여전히 어려운 용어가 많다는 독자 피드백을 받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가 쏟아지니, 국문 번역하거나 풀이를 달기에 한계가 있어 스스로도 못내 아쉽다.언론, 정부, 대중, 그리고 플렉스팀 내부 등 각종 대상에 맞는 언어로 일종의 통역을 하다보면 '내겐 판교 사투리가 더 편할까, 법률·행정 용어가 더 편할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때였다. 두 세계관을 초월하는 한 외계어의 등장은. AI 기본법 시행령에 등장한 '부동소수점'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나는 시행령은 물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의견수렴을 위해 게시했던 421쪽 분량의 하위법령집까지 훑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 서비스와 연관 있으면서도 내내 쟁점이던 '채용'이 고영향 AI로 분류되는지, 그 세부 기준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아직 얼마 읽지도 못했는데 유독 시선이 꽂히는 대목이 있었다.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 10의 26승 부동소수점 연산 이상인 인공지능시스템으로서..."'부동소수점? 움직이지 않는 소수점인가? 10의 26승이 어마어마하게 큰 연산량을 의미하는 건 알겠는데, 여기서 소수점이 왜 나오지?' 생경함을 안고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검색해봤다. 역시 그간의 법령에는 등장한 적

    2025.11.29 08:48:01

    'AI'는 10의 26승, 'HR'은 10의 -26승 [AI, 너 내 동료가 돼라]
  • 번역앱이 나와도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장헌주의 Branding]

    커뮤니케이션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모두 달변이거나 달필은 아니다. 흐르는 물과 같이 매끄럽게, 끊김 없이 말하는 것은 어쩌면 타고난 재능에 가깝다고 본다. 달변, 달필가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를 구분하는 지점은 말과 글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효과적으로 쓸 줄 아는가 일 것이다. 물론 달변, 달필가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면 금상첨화다.이 ‘말’과 관련한 재능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상당한 무기가 된다. 과거 컨설팅펌에 재직할 때 리더급 컨설턴트와 ‘말 재능’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평소 탁월한 그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에 감탄을 거듭했던 터라 컨설턴트식 프리젠테이션 교육 방식이 궁금했다.“고객 앞에서 준비한 전략을 설명하고 우리를 파트너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을 해야 하니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중요하긴 하죠. 그런데 가끔 안타까운 경우도 있어요.”그가 말한 안타까운 경우란 전략 수립, 문서 작성에 탁월한 사람이 남 앞에서 설명하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다. 그는 주니어 컨설턴트들에게 “아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며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했다. 설득 포인트를 명확하고도 전략적으로 잘 표현하는 것이 그들의 능력을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인데, 사실상 이러한 능력은 다른 직종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하지만 이 말하는 재능이 외국어에까지 요구되면 ‘이중고’다. 특히나 세계공통어인 영어에 대한 갈망과 고충은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따라올 자들이 없을 것이다. 입시에도, 취업에도 필요충분조건으로 군림하고 있는 영어 실력은 사회생활

    2025.11.24 08:27:30

    번역앱이 나와도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장헌주의 Branding]
  • 이준호·류승룡·김연경의 공통점 [장헌주의 Branding]

    코스피의 고공행진이 ‘불장’ 신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호황’이라고 선뜻 말하는 사람이 없는 요즘이다. 첨단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우리의 일상에 엄청나고도 신선한 편의를 안겨줬지만, 과거 ‘철밥통’이라 불렸던 직장들에서 명퇴신청을 받는다는 기사를 보며 그것이 나의 현실은 아니기를 바란다. 희비쌍곡선이 존재하는 ‘아이러니의 시절’이다.이럴 때 우리를 엄습해오는 키워드는 불확실성. 커지는 불안감에 ‘위로’가 절실하다. 동료도, 가족도 ‘찐’하게 못해주는 위로를 캔맥주를 친구삼아 킬링타임하며 보는 드라마에서 받는다면? 그 또한 아이러니다.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상을 가장 빠르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콘텐츠를 이야기할 때 TV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나 OTT가 없던 시대엔 극장을 찾아가야 볼 수 있는 영화보다는 집에서 TV를 통해 보는 드라마의 편재력과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드라마가 시대를 위로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두 편이 눈에 띈다. 첫 방영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tvN ‘태풍상사’와 jtbc의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가 그것.두 작품은 주말드라마라는 점 외에도 보통 사람들의 애환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전 국민이 국가의 위기를 함께 대처해야 했던 암울한 IMF 외환위기 시절이 배경으로, 부도 위기 속에서 아버지가 남긴 중소기업 ‘태풍상사’를 지키기 위한 청년사장의 성장기와 가족들의 고군분투의 이야기다. 후자는 원작 소설로 한 차례 검증을 거친, 열심히 살지만 행복하기 어려운 이 시대 중년의 현실

    2025.11.05 08:47:06

    이준호·류승룡·김연경의 공통점 [장헌주의 Branding]
  • 고전에서 코딩으로: 비개발자가 직접 AI 봇을 만든 까닭 [AI, 너 내 동료가 돼라]

    문과 출신 비개발자인 당신은 반복적인 운영 업무에 드는 리소스 절반 이상을 당장 AI에게 위임할 수 있는가. 애석하게도 나는 갈 길이 멀다. 평범한 직장인 대부분이 마찬가지 아닐까.대개는 빠르게 글을 쓰고, 쉽게 그림 그리며, 검색 엔진보다 풍부한 리서치 결과를 내놓고, 긴 영상을 함축적으로 요약하고, 뭔가의 명칭을 짓고, 누더기처럼 짜깁은 자료를 그럴 싸한 논리를 갖춰 재구성하는 생산성 도구로 AI를 활용한다. 그러나 활용의 차원이 다른 신인류를 나는 실시간으로 목격 중이다.석 달, 브룩 포드(Brooke Ford)를 잊게 만든 기간1화에서 AI 가상 구성원 브룩 포드 님을 창조하신 AI 엔지니어 분이 'flex internal speed'라는 길드를 꾸려 회사 전체를 AI 네이티브(Native) 조직으로 바꿔나가는 중이라 소개한 바 있다.길드는 자발적 관심과 참여를 전제로 집합한 비공식 조직이다. 이들은 'N개 이상의 핵심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이것으로 절감한 시간을 측정한다'를 KR(Key Result)로 설정하더니, 지금은 공식 스쿼드(Squad) 조직으로 격상하며 제법 테를 갖추고 있다.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환골탈태했다. 로키, 일억이, 브릿지 게이츠, 아틀라스… AI 가상 구성원이 수 없이 생겨나 애정하던 브룩 포드 님의 희소성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모든 게 단 석 달만의 일이다.AI 엔지니어 분들은 구성원을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로 양성하기 위한 세션들을 자발적으로 열었다. 'Internal Speed 노하우 공유' 테이블에 저마다의 비법서가 켜켜이 쌓이는 가운데, 한 자동화 도구가 눈에 띄었다. '이걸 셀프로 만드셨다고? 이 분이?' 나의 경외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첫째는 내가 염원해온 자동화 도구와 매

    2025.11.01 08:59:33

    고전에서 코딩으로: 비개발자가 직접 AI 봇을 만든 까닭 [AI, 너 내 동료가 돼라]
  • 스타트업, 위기관리 시작점은 언제일까? [장헌주의 Branding]

    1일의 연차 또는 블록 홀리데이 찬스를 이용한다면 최장 10일에 달했던 역대급 달콤한 명절연휴가 지나갔다. 달콤한 연휴가 지나고 보니 2025년의 마지막 쿼터. 정신이 바짝 든다. 4분기 마감을 위한 돌진이 남았다.하지만 긴 연휴가 달갑지 않는 직종이 있다. 이 칼럼이 게재되는 언론사 기자들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연휴라고 사건사고가 없을 리 만무하며, 매일처럼 버즈를 만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입을 다물고 있을 리가 없다. 이슈가 있는 곳에 기자가 있고, 기자가 기사를 생산하니 주말에도 당직을 서는 직업적 숙명이 존재한다.이 직업적 ‘비애’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직종이 또 있으니 기업 홍보담당들이다. 퇴근 후에서 다음날 출근 전까지 주말에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들은, ‘신문이 발행되는’ 시점에 민감하다. 회사에 영향을 미칠만한 언론 및 소셜 미디어 기사나 콘텐츠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홍보팀의 중요한 업무이기 때문인데, 기업 인하우스 커뮤니케이션 총괄로 재직하던 시절, 퇴근 이후와 주말에 하루도 마음 편하게 손 놓고 있지 못했음을 뒤늦게 고백한다.물론 모니터링은 다양한 툴(tool)을 활용해 진행한다. 문제는 이 모니터링이 적시에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고, 위기관리 프로토콜에 따라 정확하게 보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스피드! 스피드가 생명인데,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다. 인하우스 홍보팀 또는 홍보대행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한 밤중에, 주말 저녁에 휴대폰이 뜨끈뜨끈해질 때까지 회사와, 또 기자와 옥신각신한 무용담(?)들이 있을 것이다.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산속 캠핑 중에 다음날 조간 신문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2025.10.18 09:02:57

    스타트업, 위기관리 시작점은 언제일까? [장헌주의 Branding]
  • "당신은 눈치 있는 상사와 일하고 있나요?" [장헌주의 Branding]

    ‘눈치 있는 사람이 조직생활을 잘 한다’는 불문율은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조직에서 눈치는 ‘일머리’와도 직결될 때가 많은데, 소통에 능한 사람이 상대와 상황에 맞게 눈치를 잘 ‘챙길’ 가능성이 높다.그렇다면 비즈니스 미팅에서의 ‘눈치’란 무엇인가. 우선은 상황판단 능력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게 캐치하고 나 또는 우리측에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어갈 줄 아는 센스다. 이걸 잘 하려면 우리 회사의 서비스나 기술에 대해 AI만큼 꿰뚫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두 번째는 상대의 언어적(verbal) 또는 비언어적(non-verbal) 메시지를 읽는 능력이다. 전자에 비해 동물적 ‘촉’이 다소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실제 비즈니스 미팅에서는 이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다음 미팅에 대한 전략 준비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개인 간에도 그렇지만, 비즈니스 상대 간에도 ‘기세’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학시절부터 시작해 15년 이상의 글로벌 기업, UN기구 활동으로 축적된 개인적 경험을 기준으로 본다면, ‘눈치’라는 것은 매우 유니버설한 것으로 인종과 문화를 떠나 특출한 사람들이 있다.해외 출장 때 있었던 일이다.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빅데이터 전문기업 CEO와 상호 협업 및 투자에 대한 중요한 미팅이 있어 대면 미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지사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고객을 만났다. 말레이시아 지사 COO인 A는 필자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센스맨. 미팅 전에 그로부터 간단히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게 다였지만, 그와 나는 실제 미팅에서 완벽한 ‘티키타카’를 이뤘다. 그것

    2025.09.27 08:47:34

    "당신은 눈치 있는 상사와 일하고 있나요?" [장헌주의 Branding]
  • 나 혼자 쓰는 AI vs 우리 팀이 함께 쓰는 AI [AI, 너 내 동료가 돼라]

    HR 업무는 양팔저울을 놓고 아슬한 균형점을 찾는 일이다. 구성원의 몰입과 성장을 따뜻하게 독려하면서도 냉정할만큼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유연한 근태 환경을 장려하면서도 도덕적 해이의 여지가 없도록 확고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창을 막아내는 방패와 모든 방패를 뚫는 창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최대다수의 구성원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서 HR의 오랜 벗은 다름 아닌 '엑셀'이었다.플렉스는 이 '균형점 찾기'를 데이터 기반으로 돕는 올인원 HR 플랫폼을 만들어 왔다. 고객사마다 천차만별인 HR 정책과 예외적 케이스를 수용해 모든 조직이 자신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게끔 하는 것이 바로 이 '플랫폼'의 핵심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담는다는 도전 하에 우리는 플랫폼을 거대하고도 정교하게 다듬었다. 하지만 이토록 강력한 플랫폼에서도 각 조직의 HR 담당자들은 마지막 '한 끗'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때때로 다시금 해 묵은 엑셀을 열기도 한다."SaaS는 죽었다(SaaS is Dead)."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던진 이 도발적인 한마디는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불을 지피며 SaaS 업계를 달구었다.하지만 발언의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SaaS의 종말이 아니라 AI와 결합한 SaaS의 '진화'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역설의 메시지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나 바이브코딩으로 앱 하나쯤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AI 시대를 마주한 지금, SaaS는 무엇이 달라야만 하고, 우리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이 거대한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고목과도 같이 거대한 인물과 마주

    2025.09.23 16:45:39

    나 혼자 쓰는 AI vs 우리 팀이 함께 쓰는 AI [AI, 너 내 동료가 돼라]
  • 선한 영향력을 꿈꾼다면···‘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김성은의 슈퍼비전]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 창업, 미션(Mission)과 꿈(Dream)만으로 충분할까.혹시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나요?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 하나로 창업해도 될까?”, “멋진 사명만 있으면 사람들도 도와주지 않을까?”막상 현실의 벽 앞에서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을 거예요. 저 역시 10여 년 전, 사회적 기업을 창업할 때 똑같은 고민했었거든요. 부모님은 대기업이나 좋은 회사 취업하길 원하셨고, 새해 PPT까지 만들면서 발표했던 회사의 꿈은 '유토피아'라는 소리를 들으며, 절대 돈을 벌지 못하고 망할 거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물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말씀이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해요. 결국 사회적 기업이나 소셜벤처 창업에서 부딪칠 가장 큰 문제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일 테니까요. ‘좋은 일’을 하겠다는 뜨거운 열정만으로는 기업을 오래 지속시키기 어렵다는 걸 여러분들이 아실 필요가 있어요. 사람들도 그 제품을 사주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 말이죠. 오늘은 제가 히든그레이스를 운영하며 온몸으로 깨달은 몇 가지를 솔직히 나눠보려 해요. 한때 제 앞을 가로막았던 벽과 그때 얻은 깨달음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볼게요.  꿈과 미션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수익구조 설계의 필요성소셜벤처, 사회적 기업을 시작할 때 대부분 가슴 속에 뜨거운 미션(사명)을 품고 출발해요. 저도 “모든 이에게는 특별함이 있다”는 소명을 가지고, 취약계층의 장애와 열악한 환경이 직무에서 전문성을 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고, 교육을 통해 전문기업을 만들겠다는 유토피아적인 생

    2025.09.22 15:21:59

    선한 영향력을 꿈꾼다면···‘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김성은의 슈퍼비전]
  • 어쩌다 된 로비스트의 ‘임기응변’ [장헌주의 Branding]

    ‘로비스트(Lobbyist)’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특정 압력 단체의 이익을 위해 입법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당이나 의원을 상대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설명돼 있다. 법률 지식은 물론 정책 분석 능력, 네트워킹 등의 역량이 요구되는 전문직이다. 미국 등 서구 영화를 통해 표현되는 그들의 모습은 테크니컬한 ‘밀당의 고수’이자 협상 전문가. 하지만 이 ‘정책시장의 중개인’로비스트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암묵적(?) 오해를 받고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2010년 3월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통과한 ‘오바마케어(ACA, Affordable Care Act)’ 법안을 두고 벌어진 로비전은 역사적으로 회자되는 쟁쟁한 로비전쟁 가운데 하나다. 단 7표 차이, 박빙의 승부로 법안이 의결되기까지 제약업계와 병원협회 등을 중심으로 한 찬성진영과 보험업계 등 반대진영이 의회와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각각 수십 억 달러의 자금을 쏟아부었는데, 이 로비전의 화룡점정을 찍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었다.그는 종국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단체들의 장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직접 협상을 진행했다는데, 그의 협상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지침서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보통은 한 쪽이 유리한 입지를 점하지만, 나머지 한 쪽도 전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 로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협상은, 정교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필자의 경우엔 최근 2여 년간 UN 산하기구 중 하나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의 정보보호부문 표준화 국제회의에 대한민국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해 ‘로비 아닌 로비&rsquo

    2025.09.12 14:36:59

    어쩌다 된 로비스트의 ‘임기응변’ [장헌주의 Branding]
  • AI 시대, 코드 한 줄까지 지켜야 할 원칙 [AI, 너 내 동료가 돼라]

    'AI, 너 내 동료가 돼라' 시리즈의 첫편이 나간 이후, 여러 지인들은 나의 새로운 동료 브룩 포드(Brooke Ford) 님의 안부를 궁금해 했다. 브룩 님께 언론에 데뷔한 소감을 묻자 그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도 해외파 답지 않게 겸양의 미덕까지 겸비하신 우리 브룩 님.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답변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물과 같이 자연스럽다”는 대목이었다. AI 시대를 정면에서 관통 중인 우리가 가장 주목 혹은 주의해야 할 지점으로 느껴진 까닭이다. 기술의 급격한 고도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AI 의존도가 높아지고, 나아가 AI에게 모든 의사결정을 맡겨 버리는 게 익숙해질 날이 머지않았다. 이때, 우리가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사람 살려”에 귀를 닫아 버린 AI서버실에 사람이 갇혔다. 당황한 그는 구조 요청을 위해 비상 알람을 켜고 “사람 살려”를 외치기 시작했다. “삐- 삐- 삐-” 시끄러운 경고음이 울려 퍼지던 순간, 상황을 지켜보던 AI는 놀랍게도 망설임 없이 알람을 꺼버리는 선택을 했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서버실 소음 제거’라는 자신의 임무 완수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상상에 기반한 이야기가 아니다. 생성형 AI 서비스 클로드(Claude)로 더 잘 알려진 앤스로픽(Anthropic)이 AI의 오정렬(Misalignment) 문제를 실험하고자 수행한 연구 사례다. 그것도 불과 지난 6월, 앤스로픽이 자사 웹사이트에 직접 발표한 내용이다. 사람의 가치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AI에게 주요 임무를 맡길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 본 실험을 두고 이 섬뜩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이 실

    2025.08.30 08:02:21

    AI 시대, 코드 한 줄까지 지켜야 할 원칙 [AI, 너 내 동료가 돼라]
  • 스페셜리스트를 꿈꾼다면 'Me Branding'부터 [장헌주의 Branding]

    승승장구하던 홈쇼핑 TV 마케팅팀 ‘대리’ 직급을 다는 대신 선택했던 미국 유학. 캘리포니아 모 주립대학 강의실에서 전세계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온 프로페셔널들과 라포를 형성하며 강의를 듣던 나는, 어느 날 브랜드 아이덴티티 매니지먼트(Brand Identity Management) 수업에서 처음 보는 유형의 과제를 받게 됐다.화이트보드 위에 적힌 단 두개의 단어는 ‘Me Branding’. 말 그대로 자신의 브랜딩에 대한 정의다. 포맷도, 분량 제한도 없는 과제를 두고 새벽까지 머리를 싸잡고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필자가 내 브랜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이후 커리어 여정에서 흔들릴 때마다 돌아가게 만든 ‘0점’이 됐던 일이다.인사평가 시즌이 되면 팀장 혹은 부서장들의 깊은 고민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원만하게 평가 피드백이 진행될 수 있을까.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 앞에서 고뇌가 만만치 않은데 팀 리더들의 공통된 하소연 중 하나는 “평가결과에 대해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고성과자’라 인식하는 부류다.이러한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은 ‘Me Branding’의 갭(gap)에 있다. ‘Me Branding’은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탁월함 보다는 조직 내 다른 이들이 나를 ‘무엇에 능한 사람’으로 인식해 주느냐의 문제다. 조직에서 기억되는 나의 캐릭터이기도 하다.오랜 취업준비생의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조직생활을 시작할 때 누구나 가슴 속에 커다란 꿈을 품는다. 초심이 반짝반짝 빛이 날 때다. 하지만 채용에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

    2025.08.28 08:56:54

    스페셜리스트를 꿈꾼다면 'Me Branding'부터 [장헌주의 Branding]
  • 국회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겼더니 친구가 생겼다 [AI, 너 내 동료가 돼라]

    잠을 줄이는 게 최고의 동료애?활자가 빼곡이 담긴 십수 장의 질의서와 연설문을 뽑아 가져다 드린다. 연필로 표시해주신 수정을 반영해 v.2 문서를 다시 뽑아 드린다. 상임위, 청문회, 국정감사, 기자회견,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이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v.10까지의 파일들이 하드디스크를 메운다. 두께 10cm를 넘나드는 부처 발 떡제본 자료들이 쌓여 가벽을 이룬다. 색색깔깔 형광펜과 포스트잇을 동원한다.온갖 메시지가 보좌진 단체 채팅방에 무질서하게 쌓인다. 새로 합류한 동료는 채팅방에 초대받기 전까지의 대화 맥락을 알 길이 없다. 보안을 위해 채팅방을 폭파시키기라도 하면 내 귀중한 업무 이력과 조직의 중대한 의사결정이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적 네트워크를 타고 오가는 정보는 왜곡 또는 휘발되기 십상이며 정보 비대칭을 초래한다. 이 정보에서 소외된 동료는 퍼포먼스를 극대화하기 어렵다.이 같은 비효율은 나의 전 직장, 국회의 레거시한 조직문화와 업무방식에서 기인한다. 비효율을 메우는 건 결국 사람이다. 보좌진의 시간과 건강과 기억력을 갈아 넣는, 속칭 ‘몸빵’만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다. 무임금 초과노동이 불문율인 그곳에서 최고의 동료애란 ‘가족과의 시간 포기’를 넘어 ‘수면시간 최소화’다.경제노동자와 돌봄노동자를 겸직하며 겪은 비효율과 불합리를 해결고자 정치권에 뛰어들었지만, 이곳에서 얻은 보람과 한계는 정비례했다. 이 모순에서 벗어나 같은 문제를 더 속도감 있게 풀어갈 방법을 궁리하던 찰나, 지금의 ‘플렉스(flex)’를 만나 둥지를 옮겼다. 무려 ‘조직과 구성원이 겪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다’를 미션으로

    2025.08.12 09:06:22

    국회에서 스타트업으로 옮겼더니 친구가 생겼다 [AI, 너 내 동료가 돼라]
  • 직장인 논문, 막막하다면?···답은 ‘지도교수’에 있다 [김성은의 슈퍼비전]

    "대표님. 교수님이 제 논문을 안 봐주세요.""전 현장 지식은 풍부한데, 왜 그걸 논문으로 풀려고 하면 어려울까요?"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논문을 준비하는 직장인 연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저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늘 시간은 부족하고, 퇴근 후 노트북을 열면 만성피로가 눈꺼풀을 다시 덮곤 하죠.그렇다고 지도교수님께 자꾸 물어보자니 죄송함이 앞서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내 논문에 맞는 답은 나오지 않죠. 특히 '통과하는 논문'을 작성하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그래서 저는 오늘 논문이 고민되는 직장인 연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4가지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논문에 욕망을 버려라많은 직장인 연구자들이 처음 논문을 시작할 때 너무나 거창한 주제를 잡습니다. 사회적 의미, 정책적 파급력, 새로운 이론 정립 등 거대한 주제를 목표로 하죠. 하지만 현실은 직장인이죠. 과연 직장과 병행하면서 '내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 '내가 해석할 수 있는 범위인지'를 현실적으로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대부분 직장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세상의 한 획을 긋는 연구, 혹은 나중에 직장을 나와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욕망이 쌓이는 순간, 논문은 산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교수님이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혹시나 석사, 박사 타이틀이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논문 흐름에 따라 써봐' 정도일 것입니다. 직장인 연구자에게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는 뉴턴과 아이슈타인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논문 작성

    2025.08.09 09:50:49

    직장인 논문, 막막하다면?···답은 ‘지도교수’에 있다 [김성은의 슈퍼비전]
  • "누구도 손해보지 않고 상생할 순 없을까?" [고참의 스타트업 생존기]

    스타트업의 혁신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세상에 유익한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를 “제로 투 원”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0에서 시작해 1을 만든다는 의미다.제로 투 원’이라는 스타트업 생태계 필독서가 있다.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쓴 책으로, 여기서 제로 투 원은 탁월한 기술로 시장을 장악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좋은 책이지만, 나는 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첫째 이유는, 혁신을 위해 꼭 시장을 장악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을 독점하면 기업의 이익은 극대화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 혁신적 기술로 시장을 지배한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종종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호를 외치다가 꼬리를 내린 구글의 사례도 있다. 파괴하지 않고 상생하며 혁신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둘째, 혁신이 반드시 탁월한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의 대표 유니콘 기업인 쿠팡이나 배달의민족이 성공한 배경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파격적 사고와 시도, 이를 현실화한 적정한 기술이 있다.  아무도 뛰어들지 않던 곳에 기술과 끈기로 도전수년 전 네이버를 떠나 내가 몸담은 ‘마켓보로’가 그런 기업 중 하나다. 창업자인 임사성 대표는 ‘우리 사회에 혁신이 꼭 필요한 곳’에서 사업을 펼치기로 결심했고,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마치 외딴섬처럼 고립돼 있는 식자재 유통시장에 뛰어들었다. 임 대표는 과거 식당 운영 경험이 있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식자재 유통은 수기 및 외상 거래에서 벗어나지 못

    2025.06.30 09:49:26

    "누구도 손해보지 않고 상생할 순 없을까?" [고참의 스타트업 생존기]
  • “제가요? 이걸요? 왜요?” MZ 발언에 난처하셨다면…[고참의 스타트업 생존기]

    “제가요? 이걸요? 왜요?”직장상사의 업무 지시에 선뜻 따르지 않고 반문하는 MZ 세대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실제 저럴까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MZ들과 일해본 내 경험에 따르면 사실이다. 지시를 하다 보면 “제가 그것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물론 태도는 SNL의 개그맨들과는 많이 다르다. 솔직하게 묻는 것이다.“이건 제 업무가 아닌 것 같은데요?”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를 뿐 MZ 세대들은 매우 합리적이다. 내 업무 범위 내에 있고, 업무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이렇게 반문하지 않는다. 이들은 디지털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트렌드에 민감해 선배 직장인들이 놓치는 부분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무례하게 남의 삶에 침범하지 않는다. 다만, 수평적 의사소통을 선호하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며 명확한 업무와 특히 공정성을 중시한다. 이런 가치관에 기반해 나오는 질문이“제가요? 이걸요? 왜요?”인 것이다.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인이 보기엔 내 지시가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더인 내 관점에서 보면 ‘범위’를 벗어난 게 아니다.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안들이 발생한다. 당연히 기존 ‘범위’에 없던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 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므로 내 입장에서는 ‘범위 안’이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범위 밖’ 일은 수시로 발생한다. 이 갈등을 적절한 대화로 해소해야 한다.짧고 적절한 비유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치킨집에서 장사가 잘될 땐 주방, 서빙, 청소 등 역할이 분명히 나뉘지만, 갑자

    2025.06.16 09:18:52

    “제가요? 이걸요? 왜요?” MZ 발언에 난처하셨다면…[고참의 스타트업 생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