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의 업무 지시에 선뜻 따르지 않고 반문하는 MZ 세대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실제 저럴까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많은 MZ들과 일해본 내 경험에 따르면 사실이다. 지시를 하다 보면 “제가 그것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물론 태도는 SNL의 개그맨들과는 많이 다르다. 솔직하게 묻는 것이다.
“이건 제 업무가 아닌 것 같은데요?”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를 뿐 MZ 세대들은 매우 합리적이다. 내 업무 범위 내에 있고, 업무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이렇게 반문하지 않는다. 이들은 디지털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트렌드에 민감해 선배 직장인들이 놓치는 부분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무례하게 남의 삶에 침범하지 않는다. 다만, 수평적 의사소통을 선호하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며 명확한 업무와 특히 공정성을 중시한다. 이런 가치관에 기반해 나오는 질문이“제가요? 이걸요? 왜요?”인 것이다.

짧고 적절한 비유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치킨집에서 장사가 잘될 땐 주방, 서빙, 청소 등 역할이 분명히 나뉘지만, 갑자기 손님이 줄면 설거지 담당도 전단지를 돌려야 할 때가 온다. 군대를 갔다 온 남성들에겐 취사병 예시가 잘 먹힌다. 내 보직이 취사병이라고 하더라도 전투가 벌어지면 총을 들고 싸워야 하지 않을까? 이런 비유를 통해 일단 마음이 열리면, 위기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협력 체계가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재택근무, 그리고 바나나 우유
‘3요’의 산맥을 넘고 나면 다음엔 복지라는 관문이 기다린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후한 복지 혜택이 언론과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복지는 ‘선물’이 아닌 ‘기준’이 되었다.
MZ들이 특히 선호하는 복지 중 하나는 ‘재택근무’다.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코로나19 때는 물론이고 워낙 재택근무 요구가 많아 우리 회사에서도 한때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오랜 재택근무를 거치면서 긴밀한 협업이 필요할 때는 재택근무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 온라인 회의를 할 때 카메라를 켜지 않고 오디오만 켜겠다는 사람이 많아 허용했는데, 한 직원이 자동차 운전과 개인사를 보면서 회의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극단적인 경우였지만, 자율과 책임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였다.
개인적으로는 재택근무를 하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 같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MZ세대의 재택근무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재택근무 확대 문제는 조만간 다시 논의될 텐데, 업무 효율성과 구성원 만족도를 모두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다른 스타트업처럼 우리 회사도 각종 음료와 간식을 제공한다. 그런데 건의사항을 받다 보니 바나나 우유 같은, 자기가 좋아하는 음료와 과자를 사 달라는 요구가 꽤 많이 올라왔다. 소소한 복지에서 오는 만족감을 MZ세대들은 그만큼 중시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른 음료 덜 사고 바나나 우유 사면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먼저, 100명쯤 되는 직원들의 선호에 맞는 다양한 간식을 어떻게 구매할 것인가? 담당자를 배정하고 상당한 공을 들여야 공정한 구매와 배치가 가능할 텐데, 회사 입장에선 추가로 자원을 써야 하는 일이다. 회사가 간식을 어디까지 제공해야 하는가 하는 원론적 검토까지 이어졌다. 심사숙고 끝에 다양한 간식 요청에 모두 부응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며, 회사를 더 빨리 성장시켜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게 진정한 복지 강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타니에게서 배우는 프로페셔널리즘
‘워라밸’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보니 팀장이나 주요 업무를 안 맡겠다는 MZ들도 꽤 있다. 싫다는데 강요할 방법은 없다. 이럴 때 회사는 리더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해 급여와 인센티브 결정권을 전적으로 준다. 어떤 이들이 적극적으로 동료와 조직을 위해 일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리더이기 때문이다.
워라밸도 중요하지만 나는 ‘직장인은 프로’라는 점을 MZ 동료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현역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라고 불리는 오타니 쇼헤이는 경기장에 쓰레기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줍는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인데, 오타니는 “쓰레기가 아니라 남이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말한다. 1994년생, 올해 31세가 되는 오타니는 대표적인 MZ세대이다.
MZ 세대는 더 이상 “시킨 대로 해”라는 말로 움직이지 않는다. 질문하고, 납득하며, 함께 일하는 법을 찾고 싶어 한다. 이 젊은 동료들을 이끄는 리더로서 내 역할은 이들이 가진 개방적 다양성과 공정이라는 장점에 오타니의 사례처럼 자기 헌신이라는 공동체적 가치와 프로페셔널리즘을 더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참 님은 인문학과 광고를 전공했으나 IT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첫 직장부터 과감하게 IT 업계로 뛰어들었다. 네이버에서 14년간 쌓은 성공적인 경력을 뒤로 하고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열정에 이끌려 스타트업 ‘마켓보로’에 합류했다. 식자재 유통의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는 마켓보로의 핵심 서비스 ‘식봄’을 이끌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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