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연구자, 지도교수와의 협업으로 논문 쓰는 방법

"대표님. 교수님이 제 논문을 안 봐주세요."
"전 현장 지식은 풍부한데, 왜 그걸 논문으로 풀려고 하면 어려울까요?"

직장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며 논문을 준비하는 직장인 연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저 역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논문을 쓰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늘 시간은 부족하고, 퇴근 후 노트북을 열면 만성피로가 눈꺼풀을 다시 덮곤 하죠.

그렇다고 지도교수님께 자꾸 물어보자니 죄송함이 앞서고, 인터넷을 뒤져봐도 내 논문에 맞는 답은 나오지 않죠. 특히 '통과하는 논문'을 작성하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논문이 고민되는 직장인 연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4가지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논문에 욕망을 버려라
많은 직장인 연구자들이 처음 논문을 시작할 때 너무나 거창한 주제를 잡습니다. 사회적 의미, 정책적 파급력, 새로운 이론 정립 등 거대한 주제를 목표로 하죠. 하지만 현실은 직장인이죠. 과연 직장과 병행하면서 '내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 '내가 해석할 수 있는 범위인지'를 현실적으로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대부분 직장 데이터를 사용하거나 세상의 한 획을 긋는 연구, 혹은 나중에 직장을 나와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욕망이 쌓이는 순간, 논문은 산으로 가기 마련입니다. 교수님이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혹시나 석사, 박사 타이틀이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논문 흐름에 따라 써봐' 정도일 것입니다. 직장인 연구자에게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는 뉴턴과 아이슈타인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모든 논문 작성의 기준은 '지도교수'로부터 시작된다
저에게 어떤 주제와 방법으로 논문을 써야 하는지 물어보는 연구자가 많습니다. 제가 천재가 아닌 이상 제가 모든 학과에 맞는 주제를 제시해드리긴 어렵습니다. 근데 통과할 수 있는 논문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 방법은 지금까지 지도교수님이 통과시켰던 제자들의 논문을 보는 방법이죠. 우리가 수능시험을 볼 때 기출문제를 먼저 보듯이, 여러분들이 논문을 쓰려고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도교수님의 제자들과 학과가 어떤 논문 주제와 방법을 썼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AI를 활용하면 거의 1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그 안에서 주제를 정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논문을 통과하는 방법입니다.
연구계획서 작성이 우선
논문을 다 쓴 다음에도 상대적으로 바뀌기 쉬운 말랑말랑한 영역이 어디일까요? 바로 '서론과 이론적 배경' 입니다. 그 말은, 곧 서론과 이론적 배경은 연구의 방향성을 확실히 알기에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말이 되죠.

하지만 많은 직장인 연구자들은 그걸 교수님께 가져갑니다. 가뜩이나 바쁜데, 40~5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서론과 이론적 배경을 볼 시간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 원고를 내미는 순간, 교수님은 직감적으로 아실 거예요. 그 원고에는 연구자의 연구 방향성이 없고, 그냥 Ctrl+C-Ctrl+V 했다는 것을요.

그래서 지도교수와 여러분의 연구 아이디어를 일치시키는 방법은 1~2장짜리 연구계획서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가설-주제-분석방법-차별점-한계점’을 일치시킨 연구계획서라면, 지도교수와 빠르게 소통하고 주제를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 연구는 ‘질적연구’보다 ‘양적연구’를 선택
대부분 통계를 사용한 양적연구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통과하는 연구는 양적연구가 훨씬 쉽고 간단합니다. 그리고 교수님과 심사위원들의 지적도 덜 받습니다. 왜냐하면 통계는 영어와 같이 보편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개인의 주관성이 들어갈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처음 연구를 진행하시는 분들께는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카이제곱 검정, t-test, ANOVA, 회귀분석, 구조방정식 같은 양적연구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성은 히든그레이스 대표
김성은 히든그레이스 대표
김성은 님은 연구논문과 데이터 분석, AI를 기술을 활용하여 취약계층 전문 일자리를 양성하고 직접 고용하는 일자리 제공형 사회적 기업 ‘히든그레이스’를 2013년에 창업했습니다. 13년간 약 8만명의 연구자의 논문을 상담·분석한 그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사랑 받은 <한 번에 통과하는 논문> 책 시리즈를 펴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