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표준어를 써도 숨길 수 없는 사투리 본능.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빚어진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대학생활, 대외활동, 군대, 직장생활 등 사투리에 얽힌 웃픈 사연들을 준비했다. 매력만점 경상도 사투리의 세계에 빠져보자.
[사투리 탐구생활] 갱상도 말 단디 알아무라~
‘정구지’는 소가 먹는 풀이 아니거든!
광주에서 친구들과 국밥집에 간 적이 있어. 국밥을 먹기 전 친구한테 “정구지 좀 줘”라고 했지. 친구들은 당황한 얼굴로 “정구지가 뭐야?”라고 하더라. 못 알아들은 줄 알고 “소풀 좀 달라고!”라고 다시 말했어. 그런데 “소풀은 또 뭐야? 소가 먹는 걸 왜 여기서 찾아?”라고 묻는 거야. 표준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스마트폰으로 찾아봤는데 정구지는 경상도뿐만 아니라 전북, 충청지역에서도 쓰는 ‘부추’의 방언이더라고. 전라도에서도 쓴다고 큰소리 쳤더니 그 친구들은 광주 사람이라서 표준어를 쓴다네.

- 경남 합천 출신, 윤정환(전남대 화학공학 4)


‘파이다’는 ‘파다’의 피동사?
대외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가 내일 소개팅이 있다고 입고 갈 옷을 골라달라는 거야. 여러 옷을 찍어서 보여줬는데 내가 “이거 파이다. 다른 옷은 없나?”라는 말을 몇 번 했어. 친구가 “왜 계속 옷이 야하다고, 파였다고 하냐?”라며 화를 내더라. 내가 말한 ‘파이다’를 ‘구멍이나 구덩이를 만들다’라는 의미로 쓰는 ‘파다’의 피동사라고 생각했나 봐. ‘파이다’는 ‘별로다, 마음에 들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경상도 사투리인데 말이지.

- 울산 출신, 박진영(동아대 신문방송 4)


‘공굴 것’ 가져오랬는데 ‘공’ 가져온 후임
제주도에서 해군 유류병으로 근무했는데 우리 부대에 다양한 지역 토박이들이 많았어. 여름이라 더워서 생활관 문을 열어뒀는데 문을 고정하는 장치가 고장이 난 거야. 서울 토박이인 후임에게 “공굴 것 좀 들고 온나”라고 애기했어. 후임은 “예, 알겠습니다” 하고 생활관을 뛰어나가더니 곧이어 웬 공을 가지고 온 거야. ‘공굴 거 가지고 오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공 가지고 오라’는 말로 알아들었나 봐. ‘공구다’는 말은 ‘비워진 부분을 채워 넣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 대구 출신, 이수동(한서대 항공기계 2)


‘재래기’가 고기 이름이라고?
첫 직장을 서울로 발령받아 표준어를 쓰는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지. 회식 장소로 고깃집에 갔는데 그날따라 재래기가 너무 맛있는 거야. 가게 이모님께 “이모! 오늘 재래기가 너무 맛있네요. 재래기 좀 더 주세요~”라고 말했어. 그런데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보더라. 부장님께서 “재래기가 뭐야? 고기야? 우리는 재래기 시킨 적 없는데?”라고 물으시더라고. 경상도 사람들은 ‘겉절이’를 ‘재래기’라고 하는데 말이야.

- 경남 사천 출신, 최아름(직장인 24세)



초간단! 경상도 사투리 사전
(사투리 ? 표준어 ? 예)

맥지, 백지 ? 괜히 ? ex) 맥지 이캐놨네.

조푸 ? 두부 ? ex) 슈퍼에서 조푸 한 모만 사온나.

깰받다 ? 게으르다 ? ex) 아가 와 그리 깰받노?

언성시랩다 ? 지긋지긋하다 ?

ex) 인자 다 언성시랩다.

수군포 ? 삽 ? ex) 창고에서 수군포 좀 가져온나.

샤구랍다 ? 시다 ? ex) 아구~ 샤구랍어라.

단디 ? 제대로 ? ex) 단디 해라.

털팔이 ? 더펄이(붙임성 있는 사람) ? ex) 털팔이처럼 와 그카노?

문때다, 민때다 ? 문지르다 ? ex) 발로 이래 문때라.

맨크로 ? 처럼 ? ex) 바보맨크로 그랄래?


글 박수영 대학생 기자(동의대 신문방송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