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파나소닉의 변신’…한국 기업은  늦었다
입력 2015-11-17 16:29:14
수정 2015-11-17 16:29:14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
한국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필자에게는 우리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위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내는 방안이 항상 머릿속에 담겨 있는 화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 혁신 3.0’은 대표적인 혁신 방안 중 하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정책적 노력을 우리 기업들이 잘 받아들이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제조업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 경쟁력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 제조업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한국의 주력 제조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눈부실 정도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다. 이 가운데 조선·반도체·휴대전화·디지털TV 등은 그 점유율이 20~30%를 차지하고 있고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도 5%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주력 산업의 경쟁력 유지가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스마트 공장, 관건은 중소·중견기업
제조업이 강한 나라 중 독일은 어디서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독일은 세계 양대 경제권의 하나인 유럽연합(EU) 경제 전체를 먹여 살리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럽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등장하는 장면만 봐도 독일의 지위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독일의 힘은 역시 그들이 자랑하는 제조업 경쟁력 때문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달아야 할 일이다.
독일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일찌감치 도입한 정책적 노력은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불리는 제조업 혁신 노력이다. 핵심 내용은 ‘스마트 공장’이다. 강력한 제조업 기반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독일인의 치밀함에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스마트 공장은 공장 내의 모든 시스템, 심지어 투입될 원부자재까지 모두 IT로 연결해 공장 스스로가 가장 효율적인 제조 공법을 자동으로 만들어 가게 하는 기술이다. 경이롭기까지 한 새로운 개념의 공장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독일의 주요 제조업 공장들이 거의 모두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초보 단계다. 채 1000개에도 못 미치는 공장들이 초기 단계의 스마트 공장 기술을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주력 제조 공장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갖춰 가고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독일과 같이 전체 제조업의 효율성이 뛰어난 나라들과 경쟁하기에 버거울 것이 자명하다. 대기업과 함께 전체 제조업 경쟁력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까지도 이러한 개념의 공정 혁신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 숙제인 셈이다.
스마트 공장이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더 큰 혁신이 남아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어쩌면 한국이 독일·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본질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이러한 갭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열성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연구·개발(R&D)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3% 전후 수준인데 비해 한국은 4%를 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몇몇 분야에서 주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전체 제조업의 실력을 감안하면 미흡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 제품과 아이디어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만 나오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라는 화두가, 전국 17개 주요 도시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과연 혁신적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만약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성과를 기대한다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꼴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기업 M&A ‘특별법’ 국회 통과 시급
더 중요한 것은 작은 변화를 담은 것이라도 새로운 제품을 산출해 내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일이다. 이렇게 되려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산업 생태계로 쏟아져 들어와야 한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증기기관을 최초로 생각해 낸 사람은 증기선에서 일하던 소년이었다. 언제 어디서 세상을 바꿀 제품이나 기술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과연 한국의 제조 기업들은 이러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선 기존의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여 적용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반드시 뛰어난 공학적 기술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시야를 더 넓혀 서비스 분야 나아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산업구조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우리 제조업은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추격자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추격자 입장이 좋은 점은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목표로 기술력만 올리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세계의 산업 판도는 이미 중국이라는 가공할 만한 제조업 강자의 등장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12대 주력 제조업이 지난 15년간 전체 수출의 80% 전후를 차지하면서 높은 경쟁력을 구가해 온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우리 대기업들도 특정 분야에 역량을 모으고 자신 없는 분야는 재빨리 처분하는 선진국식 사업 구조 전환을 전개해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의 변화를 보면 깜짝 놀랄 만하다. 전자 업계의 선두에 서 있던 소니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파나소닉이 바이오 분야에 열정을 쏟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제조 기업들도 이른바 신수종 사업으로 사업을 전환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 오긴 했지만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어쩌면 제도적 여건이 이런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처분하려고 해도 다른 대기업이 이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기업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적어도 대기업만이라도 먼저 산업구조를 전환하려는 노력의 문을 여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필자에게는 우리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이를 위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내는 방안이 항상 머릿속에 담겨 있는 화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 혁신 3.0’은 대표적인 혁신 방안 중 하나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정책적 노력을 우리 기업들이 잘 받아들이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제조업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제조업 경쟁력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들어 제조업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한국의 주력 제조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눈부실 정도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다. 이 가운데 조선·반도체·휴대전화·디지털TV 등은 그 점유율이 20~30%를 차지하고 있고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도 5%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 주력 산업의 경쟁력 유지가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스마트 공장, 관건은 중소·중견기업
제조업이 강한 나라 중 독일은 어디서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독일은 세계 양대 경제권의 하나인 유럽연합(EU) 경제 전체를 먹여 살리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럽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등장하는 장면만 봐도 독일의 지위를 잘 알 수 있다. 이런 독일의 힘은 역시 그들이 자랑하는 제조업 경쟁력 때문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달아야 할 일이다.
독일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일찌감치 도입한 정책적 노력은 ‘인더스트리 4.0’이라고 불리는 제조업 혁신 노력이다. 핵심 내용은 ‘스마트 공장’이다. 강력한 제조업 기반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경쟁력을 더 높이겠다는 독일인의 치밀함에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스마트 공장은 공장 내의 모든 시스템, 심지어 투입될 원부자재까지 모두 IT로 연결해 공장 스스로가 가장 효율적인 제조 공법을 자동으로 만들어 가게 하는 기술이다. 경이롭기까지 한 새로운 개념의 공장이지만 더 무서운 것은 독일의 주요 제조업 공장들이 거의 모두 이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초보 단계다. 채 1000개에도 못 미치는 공장들이 초기 단계의 스마트 공장 기술을 접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주력 제조 공장에서는 이미 자체적으로 갖춰 가고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독일과 같이 전체 제조업의 효율성이 뛰어난 나라들과 경쟁하기에 버거울 것이 자명하다. 대기업과 함께 전체 제조업 경쟁력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까지도 이러한 개념의 공정 혁신을 도입해야 하는 것이 숙제인 셈이다.
스마트 공장이 갖춰졌다고 하더라도 더 큰 혁신이 남아 있다.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어쩌면 한국이 독일·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는 본질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이러한 갭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더 열성적으로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연구·개발(R&D)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3% 전후 수준인데 비해 한국은 4%를 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는 데 급급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몇몇 분야에서 주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전체 제조업의 실력을 감안하면 미흡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 제품과 아이디어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만 나오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라는 화두가, 전국 17개 주요 도시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과연 혁신적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까. 만약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성과를 기대한다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꼴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기업 M&A ‘특별법’ 국회 통과 시급
더 중요한 것은 작은 변화를 담은 것이라도 새로운 제품을 산출해 내는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일이다. 이렇게 되려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산업 생태계로 쏟아져 들어와야 한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증기기관을 최초로 생각해 낸 사람은 증기선에서 일하던 소년이었다. 언제 어디서 세상을 바꿀 제품이나 기술이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과연 한국의 제조 기업들은 이러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더라도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선 기존의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여 적용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반드시 뛰어난 공학적 기술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시야를 더 넓혀 서비스 분야 나아가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산업구조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우리 제조업은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추격자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추격자 입장이 좋은 점은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을 목표로 기술력만 올리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세계의 산업 판도는 이미 중국이라는 가공할 만한 제조업 강자의 등장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12대 주력 제조업이 지난 15년간 전체 수출의 80% 전후를 차지하면서 높은 경쟁력을 구가해 온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우리 대기업들도 특정 분야에 역량을 모으고 자신 없는 분야는 재빨리 처분하는 선진국식 사업 구조 전환을 전개해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전략이다. 그렇게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의 변화를 보면 깜짝 놀랄 만하다. 전자 업계의 선두에 서 있던 소니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급속히 전환하고 파나소닉이 바이오 분야에 열정을 쏟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제조 기업들도 이른바 신수종 사업으로 사업을 전환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 오긴 했지만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어쩌면 제도적 여건이 이런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처분하려고 해도 다른 대기업이 이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기업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적어도 대기업만이라도 먼저 산업구조를 전환하려는 노력의 문을 여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