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해결사'…스마트워터그리드 뜬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약 15%인 10억 명이 마실 수 있는 물 없이 살아가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9명 중 1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수인성 질병에 걸리며 이 병으로 20초당 1명의 어린이가 사망한다.

앞으로 물 부족 현상은 인구 증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가입 국가의 경제 발전으로 계속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구 증가보다 1.6배 빠르게 물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고 2025년까지 2000년 대비 30% 정도 물 사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기온 상승으로 물 부족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온 상승이 지표수와 지하수의 부족을 가져와 가뭄 지역에 더욱 큰 피해가 예상된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2025년 전 세계에서 최대 34억 명이 물 없는 고통 속에서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는 2050년에 전 세계 인구 90억 명 중 약 40%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50년 세계 인구 40%가 물 부족 경험

물은 위생, 식량 자원 생산과 같은 인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원자력발전소·화력발전소 등은 냉각을 위해 물을 필요로 한다. 냉각수가 부족하면 에너지 생산이 중단된다. 미국은 20~30년 후 총에너지 공급의 20%를, 유럽은 40%를 냉각수 부족으로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 보고서도 있다.

이에 따라 만일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된다면 자연스럽게 국가 간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1995년 당시 이스마일 세가겔딘 세계은행 부총재는 “20세기는 석유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면 21세기의 전쟁은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우물 하나를 얻기 위한 살육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로 확대될 전망이다.

물은 천연자원으로 생산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물관리가 중요하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많은 국가들은 정보통신기술(ICT)에서 방안을 찾고 있다. 기존의 수자원망에 ICT를 적용해 물의 관리와 사용을 극대화하고 물 부족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계획이다.

기존의 수자원망에 ICT를 적용한 게 바로 스마트워터그리드(SWG)다. 스마트워터그리드를 구성하는 요소 기술은 센서, 시스템 제어, 네트워크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스마트워터그리드의 센서 기술은 수자원 및 인프라 현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전송한다. 기존에는 물의 공급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물의 압력’을 측정하는 게 전부였다. 물의 수질 상태는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물의 샘플을 채취한 후 실험실에서 분석해 알아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워터그리드로 물의 ‘수질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관리자들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수질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 밖에 스마트워터그리드 센서는 수압·유속 등도 측정할 수 있다.

스마트워터그리드 제어 시스템에는 스마트 펌프, 스마트 밸브, 스마트 관개 기술이 있다. 스마트 펌프 및 스마트 밸브는 외부 환경 및 센서로부터 오는 정보들을 바탕으로 펌프와 펌프 밸브를 자동적으로 조절하거나 원격으로 관리자가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 펌프는 환경에 따라 유량을 제어할 수 있다. 만일 시스템에서 유량이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스마트 펌프는 센서로부터 오는 정보로 이를 탐지하고 유량을 증가시켜 막히는 부분을 뚫어 물의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 밸브는 외부 환경에 따라 파이프에 있는 물의 흐름을 제어한다. 일반적으로 누수 탐지 활동 및 하수원의 범람에 따른 수자원 오염을 방 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 관개는 토양의 상태와 날씨 등의 환경들을 센서를 활용해 하루 단위로 측정한다. 그리고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관개에 필요한 만큼 물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필요로 하는 곳에만 필요한 만큼의 물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물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관개수 사용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기기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거나 관리자 및 사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기반이 돼야 한다. 네트워크는 스마트워터그리드의 가장 중요하고 기반이 되는 인프라로, 서로간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네트워크 방식에는 유선을 거쳐 기기끼리 직접 통신하는 방법과 와이파이와 같은 무선통신 방법이 있다. 유선을 거쳐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보안이 우수하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센서들을 유선으로 연결하게 되면 무선 연결 방식에 비해 구축과 유지 비용이 수 배 정도 더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스라엘,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 수출

스마트워터그리드는 수자원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물 부족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터그리드는 누수에 따른 물 손실을 센서 탐지로 탐지하고 이를 방지해줄 수 있다. 누수에 따른 물 손실은 미국의 경우 전체 물 공급의 13.7% 정도나 된다. 도시별로 상황은 다르다. 오래된 도시는 많게는 누수로 약 40%의 물 손실이 발생하고 신도시는 2~3% 정도 발생한다. 누수 방지만으로도 물 부족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밖에 스마트워터그리드는 깨끗한 수질 관리를 돕는 역할도 한다. 평균적으로 배수 과정에서 물은 30~60% 정도 수질의 오염이 발생한다. 따라서 바이오 센서로 내부 세균 정도를 탐지하거나 수압 센서로 파이프 누수를 탐지해 수질 오염을 줄일 수도 있다.

스마트워터그리드는 미국·이스라엘·유럽·싱가포르·호주 등 많은 국가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200km 상수관망의 누수율이 10.5%(2008년 기준)나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 정부는 물관리 기반 시설 및 모니터링 시스템 전문 업체인 타카두(TaKaDu)를 중심으로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을 추진했다. 누수율의 정확한 탐지를 위해 수압 센서 등을 설치했고 누수율을 4% 이하로 절감시켰다. 또한 기상·음향·지리정보시스템(GIS) 자료 등을 활용해 향후 수자원 관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추가로 개발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IBM과 손잡고 스마트워터그리드 해외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하수 정화해 음용수 등으로 쓰기도

또 다른 대표 사례로 싱가포르가 있다. 싱가포르는 강수량은 많지만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땅이 부족해 만성적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용수들을 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며 음료수보다 물 가격이 비싼 나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싱가포르 정부는 물 부족 해결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해 스마트워터그리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싱가포르는 2007년부터 5년간 수처리 기술의 연구·개발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뉴 워터(New Water) 시스템을 활용해 전체 하수의 절반을 정수해 음용수 이상의 깨끗한 물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하루에 생산되는 물은 현재 4개 공장에서 하루 2억900만 리터로 전체 물 수요의 15%를 담당하게 했다. 깨끗한 물 생산을 위해 고도의 하수 처리 과정을 약 8년간 1조9000억 원을 투자해 선진화된 멤브레인 기술(전처리공정-초미세 여과-역삼투압-자외선 살균 과정)을 개발했다. 이 때문에 산업 용수와 조경수를 100% 재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미국은 507km에 이르는 허드슨강에 고효율 스마트 센서를 설치, 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브라질은 아마존 지역을 3D화, 물 사용을 지형 및 생태계에 따라 측정할 수 있게 됨으로써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보다 40% 많지만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된다. 한국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더욱 극심해질 물 부족 해결과 세계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2년 4월부터 건설교통기술 연구·개발 사업으로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단을 구성해 물관리 인프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서울시가 별도로 도시 내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CT를 도입해 스마트 정수장 구축, 지능형 상수관망, 수도 계량기 원격 검침, 아리수 종합 정보 시스템 개선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정수장은 센서 기반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해 수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지능형 상수관망은 수돗물의 공급량과 수요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물 부족 사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하고 원격 검침 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아리수 종합 정보 시스템은 누수 징후 감시 프로그램 고도화, 지리 정보 시스템 데이터 기반을 바탕으로 물관리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1조4000억 원을 들여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 주도로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워터그리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2가지 과제가 있다.

스마트워터그리드는 다른 기술과 달리 수익의 가시성이 없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터그리드는 수질 개선 및 물 부족 해결이라는 막연한 공익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에서는 스마트워터그리드 사업 추진을 망설이는 곳이 많다. 그래서 정부는 민간 사업자가 직접 나설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이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프로토콜 통합 및 표준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별로 물 공급 및 수질을 관리하고 있다. 만일 스마트워터그리드 적용 시 프로토콜이라는 네트워크 호환성 문제가 남아 있게 되는데, 이에 대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유성민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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