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지도] R&D센터 ‘입주 러시’…판이 커진다



보통 상권을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 세 가지가 있다. 교통편, 배후 수요, 환경이다. 서울 시내 상권 중에서도 전통적인 ‘슈퍼 메가 상권’으로 손꼽히는 양재는 이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지는 곳이다. 대형 상권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두루 타고난 셈이다.

최근 양재 상권이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재역과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서초구 우면동과 양재동 일대에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초 연구·개발(R&D)특구’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창출되는 새로운 배후 수요가 양재역 중심 상권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양재시민의숲과 양재천 인근에도 새로운 상권이 조성 중이다.

◆ ‘교통, 수요, 환경’ 삼박자 갖췄다

양재는 예부터 ‘말죽거리’로 불렸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 혹은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이들이 쉬어 가며 말에게 죽을 쑤어 먹이던 곳이라는 의미다. 오래전부터 서울과 남부 지방을 연결하는 ‘첫 관문’이나 다름없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부순환로·강남대로·경부고속도로 서초나들목 등이 하나로 모인다. 이 때문에 서울 도심에서 분당·판교·수원 등 수도권 남부로 나가는 주요 도로망이 관통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든 버스를 이용하든 서울 시내에서 경기 남부 지역으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거쳐야만 하는 ‘길목’인 셈이다.

교통관리안전공단에 따르면 2014년 5월을 기준으로 양재역 버스 정류장의 1일 평균 이용객은 약 5만여 명(월 150만 명)에 달한다. 국가교통DB센터(KTDB)에 따르면 지하철 양재역(3호선+신분당선 12만2000명)과 양재시민의숲역(신분당선 1만5900명)의 1일 평균 이용객은 총 13만7900명에 달한다.

양재 상권은 배후 수요 또한 탄탄하다. 서초구청을 비롯해 크고 작은 업무 시설이 밀집해 있다. 양재역 인근의 SPC 본사에 머무르는 상주인구만 해도 2000여 명, LG전자는 1900여 명에 달한다.

이 밖에 양재시민의숲역을 중심으로 현대·기아차 사옥과 하나로마트·aT센터·삼호물산 등이 모두 모여 있다. 대기업 외에 중소 규모의 기업들도 여럿 포진해 있다. 여기에 주택가 수요 또한 적지 않다. 롯데캐슬주피터아파트·도곡현대아이파크3차아파트 등 대단위 아파트 단지들 외에도 단독·다세대주택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현재 양재1동(4만7683명)과 양재2동(2만3968명)의 거주민 수는 7만1651명에 달한다. 양재 상권은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한 광역 상권뿐만 아니라 오피스 상권과 주택가 상권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 'R&D밸리' 조성 기대감 '활짝'

최근 들어 상권 성장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요소가 환경이다. 도심 상권 중에서도 양재는 양재 시민의 숲과 양재천을 끼고 있어 풍부한 녹지를 자랑한다. 1986년 만들어진 양재시민의숲은 그 면적만 해도 25만8949㎡에 이른다. 소나무, 느티나무, 잣나무 등 25만 그루의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1994년에는 양재시민의숲 맞은편으로 조각공원과 야외공원장이 있는 서초문화예술공원이 조성돼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018년까지 양재시민의숲 재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양재시민의숲에서부터 산책코스를 따라가면 양재천으로 연결돼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영동1교부터 영동2교까지의 구간은 ‘연인의 거리’로 불린다. 지난 2009년 서초구가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던 구간을 녹지대 산책로로 정비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이후 2013년 화장실과 가로등 등을 재정비했다. 덕분에 야간 ‘조명이 예쁜 산책로’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다.

실제로 이 일대에 ‘R&D 밸리’가 조성되는 데도 이 같은 환경적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양재시민의 숲을 중심으로 한 양재동과 우면동 일대에는 KT와 LG 등 대기업을 비롯해 280여개의 중소기업의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도심형 R&D 혁신지구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연구원들의 ‘창의성’이 중요한 연구개발센터를 조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업무 환경’이다. 산책을 즐기다가 곧바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작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곳곳에 산책로와 쉼터를 조성하려면 넓은 녹지 공간이 필수 요소다. 서울 강남권과 인접해 있어 교통편이 좋다는 점과 우수한 인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 또한 이곳이 ‘도심형 R&D 혁신지구’로 낙점된 이유 중 하나다.

양재시민의 숲 인근에는 이미 KT연구개발센터(1991년 설립)와 서울시 품질시험소(1999년 양재 이전), LG전자 우면 R&D캠서프(1975년 설립)과 서초R&D 캠퍼스(2009년 설립) 등이 위치해 있다. 현재 현대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 사옥도 2020년 본사를 삼성동 한전 부지로 옮기면 글로벌연구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삼성 서울 R&D센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면동에 위치한 이 R&D 센터는 삼성전자가 서울 시내에 처음으로 세우는 R&D 기지로, 소프트웨어와 디자인 연구소 등이 중심이다. 입주가 완료되면 연구 인력만 1만여 명이 상주하게 된다.

배후수요가 늘어나면 양재 상권 역시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현대차 본사와 LG전자 서초 R&D캠퍼스 인근에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매헌역)역이 개통된 이후, 역을 중심으로 신흥 상권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역 주변 상권은 양재천 상권과도 거리가 멀지 않아 향후 발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 중 하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늘어난 배후수요로 강남역, 양재역 등 기존 상권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와함께 양재시민의숲역 등 인근 지역에도 곳곳에 신흥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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