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 5번 출구에 위치한 농협 뒤편 먹자골목. 이 골목 중 하나인 남부순환로358길은 ‘영동족발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길에만 서울 3대 족발 중 하나라는 ‘영동족발’ 지점 5개가 위치해 있다. 본점과 1~4호점이 60m 간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는 ‘양재동의 랜드마크’가 된 영동족발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손님 한 명이 1000명 되는 ‘피라미드 원칙’
영동족발이 양재동 먹자골목에 처음 자리를 잡은 것이 1985년이다. 당시만 해도 39m²(11평 안팎)의 규모에 테이블이라곤 5~6개가 전부였던 영동족발은 30년이 흐른 지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선 양재동 5개 매장 외에도 방이동에 지점 하나를 더 운영 중이다. 현재 영동족발 6개 매장의 테이블 수는 100여개, 종업원은 40여명이다. 연 매출도 50억 원이 넘는다. 점포가 늘고 테이블 수가 많아지다 보니 2013년엔 성남 상대원동에 165m²(50평) 규모의 족발생산 공장도 설립했다.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규모다.
지난 2009년부터 부모님과 형의 뒤를 이어 정용철 사장이 영동족발을 운영 중이다. 그는 성공 비결로 무슨 일이 있어도 원리원칙을 지키는 ‘철저함’을 꼽았다. 이를 잘 보여 주는 일화가 있다. 영동족발은 지금도 국내산 돼지의 앞다리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거래처의 실수로 수입산 족발이 일부 섞여 배달된 적이 있다. 정 사장은 수입산 족발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찾아내 폐기했다.
비슷한 일화는 또 있다. 2014년에는 가게 문을 아예 닫아 건 날도 여러 번이었다. 구제역이 발생해 국내산 돼지 앞다리의 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수입산이나 국내산 뒷다리를 섞어서 쓰라고 했지만 그는 끝내 듣지 않았다. 지금은 성남 공장에서 족발을 직접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료검수부터 조리,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정 사장이 꼼꼼히 챙긴다.
정 사장은 “족발은 원재료 값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비싼 편”이라며 “하루 장사를 안 하면 손해가 크지만 고객에게 최고의 족발을 내놓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는 영동족발의 트레이드마크인 ‘따뜻한 족발’의 탄생 스토리에서도 드러난다. 처음 따뜻한 족발을 내놓은 사람은 영동족발의 원조 사장인 정 사장의 어머니다. 정 사장은 “족발을 사러 왔다 사람이 많아 그냥 가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그걸 안타까워한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삶은 족발을 바로 썰어 내놓기 시작한 게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삶은 족발을 식혀 얇게 써는 과정을 건너 뛴 것이다.
이렇게 ‘고객 우선’을 강조하다보니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정 사장은 손님 대할 때마다 ‘피라미드 원칙’을 떠올린다. 한 사람이 기분 좋게 음식을 먹고 가면 그 사람은 또 다른 손님을 끌고 오기 마련이다. 반대로 한 사람이 기분 나쁘게 음식을 먹고 가면, 이는 10명이나 1000명의 손님을 놓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 사장은 “눈앞의 이익을 좇는다면 버티기 힘들다”며 “사람을 남길 줄 아는 장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연 인턴기자 new91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