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지도] 강남보다 높은 소득…국제기구·학교 ‘메카’ 송도

상권 재편 '시동'…'커넬워크' 쇼핑 명소로


한때는 ‘유령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달고 있던 송도가 서서히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유엔 산하 기구와 녹색기후기금(GCF)이 자리한 초고층 건물(33층)인 G타워가 늠름한 위용을 자랑한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센트럴파크는 서해안의 바닷물을 끌어들인 해수공원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채드윅송도국제학교를 비롯해 글로벌 대학의 캠퍼스들이 속속 들어오며 국제도시로서의 교육적 기능도 강화되고 있다. 향후에는 이 일대가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며 미래 산업인 바이오 분야의 연구 인력들이 대거 유입될 전망이다. 국제 비즈니스를 위한 ‘업무 기능’에 ‘풍부한 녹지’, ‘우수한 교육 환경’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셈이다.

사람이 모여드는 속도가 빨라진 만큼 최근에는 상권의 성장 속도 역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한 커넬워크 상가 등엔 주말마다 국제도시 송도를 ‘구경 나온’ 나들이객으로 북적거린다. 인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덕분에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송도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바이어들을 접대하기 위한 호텔이나 쇼핑센터 등의 관광 시설도 점차 구색을 갖춰 가고 있다.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근린 상권’의 기능을 넘어 외부 유입 인구가 늘어나며 ‘관광 상권’의 기능까지 흡수하는 ‘매머드급 복합 상권’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곳곳서 대형 쇼핑몰 공사 중, 바이오 기업 입주 기대감도

지난 11월 18일 찾아간 송도는 유난히 찬바람이 세게 불었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와 남동구의 해안을 매립해 간척지 위에 세워진 도시인 송도는 그 면적만 55㎢에 달한다. 여의도의 12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국내 최초의 해수공원이라는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국제기구들이 대거 입주해 있는 G타워 등 고층 빌딩들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다.

불과 2~3년 전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대로변을 중심으로 덩그러니 솟아 있는 고층 빌딩이 ‘텅 빈’ 느낌을 강하게 풍기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하지만 면적이 워낙 넓은 때문인지 센트럴파크 주변을 제외하곤 여전히 군데군데 나대지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2002년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육성하기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는 2020년까지 지식정보산업단지·바이오단지·글로벌캠퍼스 등 19개 단위 지구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 계획이 시작된 지 10여 년. 하지만 호기만발했던 청사진과 달리 더디기만 했던 그동안의 개발 속도 때문인지 송도는 ‘미완의 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송도 상권은 얘기가 다르다. 송도 내의 다른 지역과 달리 개발이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다다른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상권의 활기가 살아나고 있다. 2006년 아태정보통신기술연구센터(UN APCICT)를 시작으로 세계은행 한국 사무소(2013년), 녹색기후기금(GCF, 2013년) 등의 국제기구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포스코건설(2010년)·대우인터내셔널(2015년) 등 해외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 국내 대기업 본사들의 이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뉴욕주립대(2013년)·유타대(2014년)·연세대 국제캠퍼스(2015년) 등 국제대학 캠퍼스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중에서도 송도를 ‘인천의 강남’으로 거듭나게 한 계기는 따로 있다. 2010년 개교한 채드윅송도국제학교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편성돼 있는 이 학교는 화상 시스템을 통해 미국 채드윅학교와 동일한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열 높은 국내 학부모들의 수요를 송도로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인천공항과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다는 이점 때문에 최근에는 역이민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영향인지 송도는 인천 내에서도 인구당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15년 10월 말을 기준으로 현재 송도 내의 거주민 수는 한국인 9만2917명, 외국인 2297명이다. 그 숫자로만 보면 대형 상권을 형성하기에는 그리 많지 않다. 이와 비교해 신용 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KCB)와 KB국민은행 등에 따르면 송도 1동의 가구당 연평균 소득액은 3816만 원, 송도 2동은 4262만 원이다. 전국 평균이 3079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3918만 원)보다 높다.

여기에 최근 들어 이 상권에 기대감을 불어넣는 요소는 또 있다. 송도가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셀트리온을 포함해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송도에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삼성 또한 송도를 기반으로 바이오 생산 시설 및 연구 시설에 대규모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은 현재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1공장을 이미 송도에 운영 중이며 제2공장 준공과 제3공장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송도 상권의 배후 수요가 다시 한 번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송도는 주거 인프라 등이 탄탄한 만큼 기대가 되는 상권”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신도시와 비교해 서울과의 접근성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경제구역청에 따르면 2020년 송도 개발 계획이 예정대로 완료된 이후 송도의 거주 수요는 25만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과거 지나친 기대감으로 ‘묻지 마’ 투자의 광풍이 불었던 곳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상권 : 송도 상권의 맏형…주말보다 평일 ‘북적’

깨끗하게 잘 닦여 있는 빌딩과 도로변이 주는 선입견 때문일까. 거대한 빌딩이 주는 압도감으로 송도는 사람보다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도시다. 그런 송도에서도 유독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지역이 있다. 송도 해양경비안전본부(구 해양경찰청)를 중심으로 하는 상권이다.

2005년 송도 내 첫 입주 아파트인 풍림 아이원 3단지(504가구)와 6단지(344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며 단지 내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처음 형성됐다. 이미 자리 잡은 지 10년 정도가 된 만큼 이제는 송도 내 중심 상권으로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현재는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 외에도 연세대 국제캠퍼스 등 대학생 수요를 비롯해 송도 내의 직장인들이 술자리를 위해 주로 찾는 회식 상권으로 발전하는 중이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옆으로 드림시티 상가, 센타프라자 상가 등 7층 정도 높이의 상가 건물들이 밀집돼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외견상으로는 수많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조금은 어수선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점이 바로 해양경비안전본부 상권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짧은 동선’ 내에서 다양한 업종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 건물들은 대부분이 1층엔 음식점, 2층엔 병원과 대형 주점, 3층부터는 학원과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덕분에 수요층도 다양하다. 학원을 이용하는 10대부터 병원을 이용하는 60대까지 오전부터 밤늦도록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송도 내 직장인과 거주민,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상권이다 보니 주말보다 평일에 사람이 더 많은 것도 특징이다.


SK텔레콤의 비즈니스 빅 데이터 플랫폼 지오비전에 따르면 이 지역의 주중 평균(월~금) 유동인구는 5만1923명, 주말 평균은 3만6599명으로 분석됐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요일은 금요일로 5만6345명(점유율 16.93%)이다. 오성공인중개사 이정연 실장은 “주요 고객은 주민·회사원·송도 거주 외국인”이라며 “평일 상권은 안정됐지만 아직 대형 유통 업체가 들어오지 않아 주말엔 쇼핑하러 외부로 나간다”고 말했다. H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주말엔 가족끼리 캠핑을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공휴일이 겹칠 땐 공항이 가까워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송도 중심 상가의 시세는 어떨까. 중심 상가는 아파트 단지에 가까울수록 높은 권리금을 형성하고 있다. 풍림 아이원 2단지와 가장 가까운 ‘해돋이로 120번길’에 있는 가게는 49㎡(15평) 기준 권리금이 7000만~1억 원이며 먹자 골목인 ‘신성로125번길’과 ‘컨벤시아대로’의 가게 권리금은 5000만~7000만 원이다. 권리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보증금과 월세는 비슷하다. 중심 상가의 보증금은 5000만 원 선이며 월 임대료는 300만~350만 원 정도다.

컨벤시아대로를 건너 대우푸르지오 월드마크와 힐스테이트 거리의 가게 시세는 33㎡(10평) 기준 권리금은 2000만~3000만 원이며 보증금은 2000만~3000만 원, 월 임대료는 110만~130만 원 선이다. 대우·현대 상권은 주상복합이기 때문에 업종이 제한적이다. 고깃집과 술집은 민원이 많기 때문에 입점이 어렵고 매물도 많지 않다.


하지만 송도 상권의 ‘맏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해양경비안전본부 상권도 최근에는 점차 위기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인천대입구역 등을 중심으로 인근에 대형 쇼핑몰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내에 대형 상권이 새롭게 형성된 뒤에도 이 상권이 송도 내의 ‘핵심 상권’으로 남아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양경비안전본부 상권 내의 사람들 또한 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Y 공인중개사는 “아무래도 주변에 대형 상권이 들어온다면 상권 자체가 분산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송도에는 2020년 개발 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입주할 아파트들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아파트가 입주하면 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상권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송도 내에서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뿌리가 단단한 상권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아시아 음식 전문점 종업원 A씨는 “이곳은 송도의 시작과 함께해 온 상권이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커넬워크 상권 : “손님 20%가 외국인”…중국인 관광객도 발길

커넬워크 상권은 송도 내에서도 대표적으로 ‘관광 상권’의 특성을 지니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이 일대는 ‘국제도시’ 송도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나는 지역이다.

이 상권의 핵심 축은 단연 센트럴파크라고 할 수 있다. 공원 한가운데 커다란 해수로가 관통하는 센트럴파크는 국내 최초의 ‘해수공원’으로도 유명하다. 가까운 서해 바닷물을 실시간 정화해 1급수 상태의 해수를 끌어들인다. 이 수로에서는 수상택시 등을 즐길 수 있어 젊은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공원 한쪽에 자리 잡은 한옥마을도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은 국제도시로서 비즈니스 차 한국을 찾은 외국 바이어 등을 접대하기 위한 한옥호텔(2015년 오픈)과 한옥식당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실제로 외국에서 바이어들이 올 때면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송도의 전경을 보여주고 한옥마을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한옥호텔에서 머무르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센트럴파크 맞은편에 자리한 커넬워크는 최근 이 지역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손꼽히는 상권이다. 2009년 오픈한 커넬워크는 사실 초반만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쯤부터다. 2013년 이랜드 리테일 ‘엔씨큐브’가 입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커넬워크는 봄·여름·가을·겨울 4개 동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 쇼핑몰마다 가운데 수로가 흐르고 있는 테라스형 상가다. 쇼핑을 즐기는 동시에 수로변에서 휴식을 즐기는 데도 안성맞춤이다. 이 때문에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을 중심으로 한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 같은 유동인구가 자연스럽게 센트럴파크몰로 옮겨가며 센트럴파크와 마주한 대로변을 중심으로 스트리트형 상가가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센투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엔씨큐브 이후 상권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며 “도미노 효과처럼 새로 분양하는 몰의 시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커넬워크는 2012년 3.3㎡(1평)당 2000만 원 초반이었던 매매가가 현재 2500만 원을 호가한다. 센트럴파크 몰은 2012년 3.3㎡당 1800만~2000만 원에 분양됐는데 현재 2015에는 240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임대료는 아직 변동이 없는 상태다. 상가 입주가 최근 2~3년 내에 이뤄졌기 때문에 초기 임대료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커넬워크는 46㎡(약 14평) 기준으로 수로 쪽은 월세 400만 원, 보증금 5000만 원, 권리금 7000만 원이다. 도로 쪽은 수로 쪽에 비해 약간 저렴한 편으로 46㎡(약 14평) 기준 월세 300만 원, 보증금 4000만~5000만 원, 권리금 5000만~7000만 원 정도다. 센트럴파크 몰은 50㎡(15평) 기준으로 월세 250만~300만 원, 보증금 3000만~5000만 원, 권리금 3000만~8000만 원이다.

커넬워크와 센트럴파크 몰은 외국인 이용률도 높다. 다국적 커피 전문점을 15년 동안 운영한 ‘카페 유로패스’의 진민정 대표는 “전체 손님의 20%는 외국인”이라며 “근처에 국제기구와 국제학교가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인천신항에 중국 발 크루즈가 정박하면서부터 커넬워크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이곳 가게들 대부분이 한국어 메뉴와 함께 영어나 한자어 설명을 같이 표기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영향이 크다.

취재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강여름·이지연 인턴기자Ⅰ사진 김기남·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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