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서 선진국으로…해외투자 중심 이동

“제2의 ‘해외 펀드’ 붐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한 해를 전망하는 자산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상이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해외 펀드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것은 2016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이하 해외 주식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 때문이다.






1차 해외 펀드 붐도 비과세로 촉발
해외 주식 펀드의 1차 전성기는 2007년 5월부터 시작된 해외 주식 펀드의 매매 차익 비과세 시행으로 촉발됐다. 2007년 5월 말 19조1138억 원이었던 해외 주식 펀드는 2008년 7월 60조9851억 원까지 늘었다. 비과세 혜택이 펀드 유입액을 크게 늘린다는 이때의 경험이 이번에도 통할 것이라는 게 자산 운용 업계의 전망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상승세가 꺾인 해외 주식 펀드의 설정액은 현재 17조 원대에 머물러 있다.
2000년대 중반 일었던 해외 주식 펀드 붐과 2016년 예상되는 해외 주식 투자의 차이점은 바로 투자처다. 2000년대 중반의 유망 시장은 중국이나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이른바 신흥국 관련 주식 펀드였다. 2016년 전망은 완전히 엇갈린다. 브라질은 이미 국가 부도설이 나돌 정도로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고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도 고성장 기조에 마침표를 찍은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2016년 해외 주식 펀드의 유망 지역으로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주식 펀드를 꼽는다.
가장 주목받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은 2015년 12월 제로 금리 시대를 마감하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알렸다. 미국은 2015년 2분기 이후 고용·소비·기업이익·투자 등의 경기 지표가 모두 증가세로 돌아서며 장기 불황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실업률은 자연 실업률에 근접한 5.1%까지 떨어졌다. 소비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최근 5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3%대 성장을 기록했다. 양적 완화를 통해 통화 확대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과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일본 등에 비해 미국은 선진국 시장 중 사실상 유일하게 경기 호조세에 들어선 상태다.
유럽은 지난해 뜻하지 않게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와 파리 테러 같은 잠재적 리스크가 불거지긴 했지만 경기 회복을 위한 불씨를 살려 가는 중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것과 반대로 유럽은 2015년 3월부터 시행한 양적 완화 시행 기간을 2016년 9월에서 2017년 3월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015년 12월 통화정책 회의를 통해 추가 양적 완화를 시사했고 현재 0.20%인 예금 금리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다소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아베 신조 총리의 통화 완화 정책과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5년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에 그치면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늘어난 수익만큼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은행(BOJ)도 추가 부양 조치에 나설 예정이지만 2017년 3월까지 물가 목표치 2% 달성 등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신실크로드 전략)’ 정책 등을 통한 인프라 투자를 주목해야 한다. 하지만 철강·화학·부동산 등 과잉투자 진단을 받아 구조조정을 앞둔 업종은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2016년 중국 경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의 중국 A주 편입, 선강퉁(선전·홍콩 간 교차 거래) 시행 등이 자산시장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직접 투자, 방산·필수 소비재 ‘주목’
해외 주식 펀드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 투자자라면 ‘글로벌 자산 배분 펀드’ 가입이 편리하다. 선진국·신흥국 등 지역 배분은 물론 주식·채권·원자재·대체 투자 등 투자처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펀드를 말한다. 주식은 물론 안정적 투자가 가능한 채권 등에 투자 자산을 배분함으로써 ‘은행 이자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기대하는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과거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2016년 자산 배분 펀드는 주식 부문에 60% 이상의 비율을 둔 상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순자산 규모가 21조 원을 돌파하고 관련 상품도 200개 넘게 출시된 상장지수펀드(ETF)도 해외투자 상품으로 주목받는다. 문남중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6년 ETF 시장은 펀드 시장 전망의 연장선상에서 주식형 ETF에 대한 선호가 단연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상반기에는 완만한 경기 개선세와 정책 수단이 남아있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고 하반기 들어선 강달러 압력 완화로 신흥국(중국·인도·러시아) 및 원자재 관련(유가·금·은) ETF의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주식시장의 장밋빛 전망은 해외 주식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그친다. 98%의 해외 주식을 통해 국내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투자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 해외 주식 직접 투자의 매력이다. 1500여 개에 달하는 미국 증시 ETF 투자나 페이스북·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양길영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선진 시장 투자 전략과 유망 기업’ 보고서를 통해 ‘방위산업체’와 ‘파생 상품 거래소(CBOE홀딩스·CME그룹 등)’, ‘글로벌 필수 소비재’ 부문을 2016년 3대 해외 주식 직접 투자 전략으로 꼽았다. 보호무역 확대 및 지역 분쟁 증가에 따른 전 세계 국방비의 증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헤지(파생상품) 수요 증가, 달러 강세 영향에서 벗어나며 탄탄한 자체 성장률을 보일 미국 중심의 글로벌 필수 소비재 기업 등을 주요 투자 부문으로 추천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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