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환 노출형 상품에 투자하라

2015년 국내 자산시장은 적지 않은 변화를 맞았다. 2008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는 ‘1%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고령화에 따라 60세 정년 제도의 도입과 임금 피크제로 고용 변화를 몰고 왔고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중후장대형 주력 산업들은 구조조정의 파고 앞에 섰다. 시장은 위아래로 요동쳤다.
금융 위기 이후의 글로벌 장기 침체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낳았다. 저성장·저금리·저물가로 대표되는 ‘뉴 노멀’의 구조적 문제에 접어들었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주요 선진국이 주도하는 경기 부양책으로 연명해 왔다. 정책적 부양에 따른 경기 회복은 이제 2016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다. 병신년 재테크 성공 전략은 금리 인상 이후 달라질 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야 한다.
2016년 글로벌 금융 환경을 좌지우지할 핵심 키워드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다. 미국은 2015년 12월 16일 첫째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제로 금리’ 시대의 종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금리 인상을 ‘거론’하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게 과거 이슈였다면 이제는 ‘실전’에 들어섰다.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선진국의 통화 완화 정책이 유동성 축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타이밍이다.
미국의 금리가 상승하면 신흥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흩어진 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미국에서 시작해 일본·유럽순으로 이런 확장이 마감되는 과정과 대전환의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변동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2016년이다. 사실상 금리 인상은 예고된 이벤트였지만 그 이후의 방향성은 아직 예고된 바 없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화정책의 속도·크기·파급력 등에서 예측할 수 없는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성장에 목마른 시대’…현금 흐름 중요
여기에 신흥국 부채 위기, 유가 이슈가 변수로 작용한다. 신흥국은 자금 조달 압박이 한층 심화될 수 있고 상반기 유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은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안정 지향형 투자를 권하고 있다.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저가 매수를 통해 알파 수익의 기회를 노리라는 조언이다. 윤동섭 한국투자증권 강남PB센터장은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박스권 장세로, 보다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상품으로 포트폴리오의 70%를 채우고 30%는 공격적인 상품으로 구성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상품으로는 원금 보장 주가연계증권(ELS)과 70%를 채권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 등을 추천했다. 그는 또한 “상반기에 종목 장세도 한 번 올 것 같다”며 “2015년 하반기에 조정을 받은 중소형주 펀드 등을 통해 수익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흐름’도 자산 운용 측면에서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2000년대에 ‘골디락스 경제’로 표현됐던 성장 시대가 가고 글로벌 차원에서의 저성장 시대가 다가왔다. 성장에 목마른 시대가 온 것이다.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내는 자산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가장 강력한 보호막 중 하나”라며 “현금 흐름이 있다는 것은 자산의 수익성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업 측면에서 보면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는 것은 지속적인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가능한 수익성 부동산, 주식시장에서의 배당주와 같은 자산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이 생존의 길을 가는 동안 주가·금리·환율 등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 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는 강세 흐름을 연출한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의 유동성이 낮아지고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다. 또한 달러 강세는 유가와 금값의 약세 흐름을 동반한다.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국 금리 인상과 연동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달러 보험, 달러 예금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환 헤지를 하지 않는 ‘환 노출형’ 상품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많이 출시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가 표시된 펀드 및 주식 등은 달러 강세에 따라 펀드 수익 외에 환차익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보다 안정적인 달러 투자를 원한다면 달러 예금도 있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예금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김현석 교보생명 노블리에 센터장은 “복잡한 상품보다 달러 예금이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환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 등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는 단순하게 투자하는 게 좋다”며 “원금 보장형 ELF 등의 파생 상품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어떤 추천 상품도 시장 상황에 따라 반전을 맞이할 수 있다. 달러에 투자하라는 조언은 전적으로 달러 강세라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수출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등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달러 약세 기조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반대의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 달러 약세, 유가 반등, 신흥 통화가치 상승 국면이 예상돼 신흥국과 원자재·금 등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재테크에 처음 도전하는 초보자라면 유망 상품보다 몇 가지 원칙을 기억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시기별·상품별로 재테크 전략을 세우는 방법이다. 위험 자산을 높일 ‘투자 시점’과 ‘상·하한선 기준’을 설정하고 몇 가지 투자 지표를 통해 투자 적기를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변동성 장세에서는 ‘따라가는 투자’는 금물이다. 최근 2009년 이후 이어지는 박스권 장세, 즉 추세가 없는 시장에서는 저점에서 매수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투자 전략이다. 상반기에는 보수적으로 ‘지키는 투자’에 방점을 찍은 후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알파’의 수익을 만들 수 있다.
오승훈 투자전략팀장은 “3분기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국내에서 예금이나 채권 혼합형 펀드에, 해외에서 달러 표시 해외 펀드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고 3분기 이후에는 ELS 등 파생 상품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을 확인하는 시그널로는 특히 ‘중국 기업의 부실화’ 징후가 꼽힌다. 중국 회사채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반기 중 위험 자산군으로 분류되는 유가나 비철금속의 바닥 시그널을 눈여겨볼 필요도 있다.
지키는 전략으로 단기 채권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노승규 하나은행 강남센터장은 “금리 인상 이후에 장기 채권보다 3개월짜리 단기 채권, 국내보다 미국·일본 등 국공채에 투자하는 흐름이 감지된다”며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변동성이 커질 때 유동성을 활용하는 전략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부 고액 자산가들은 PB센터를 통해 ‘옵션 스프레드 전략’을 쓰기도 한다. 금리 인상으로 가격이 떨어질 때 ‘알파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지난해 수익성이 저조했던 해외 크레디트 구조화 상품과 국내 장외 주식의 우량 종목을 발굴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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