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대박’임성기 회장, 통 큰 보너스

한미약품 전 직원에 1100억 원 주식 나눠줘…“마음의 빚 갚았다”

제약 업계 대박 신화의 주인공인 임성기(76) 한미약품 회장의 ‘통 큰 결정’이 신년을 달구는 화제로 떠올랐다.

임 회장이 최근 1100억 원 상당의 개인 보유 주식 90만 주를 한미약품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내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그룹은 지난 1월 4일 임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90만 주를 한미약품 그룹 직원 약 2800명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2800명의 직원들은 1인당 약 4000만 원씩 거머쥔 셈이다.

임 회장은 근속 연수나 업무 평가와 상관없이 월급여의 1000%에 해당하는 주식을 모든 직원에게 일괄 지급하도록 주문했다. 증여될 주식 수량은 2015년 12월 30일 종가(12만9000원)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임 회장은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배경으로 임직원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꼽았다. 임 회장은 1월 4일 e메일을 통한 신년 인사말에서 “땀 흘려가며 열심히 일해 큰 성취를 이룬 한미약품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 왔다”며 “이번 결정이 임직원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다. 2015년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2000만 주를 보유했던 임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약 2조 원이 넘는 평가 차익을 내며 제약 업계의 최고 주식 부호에 등극했다. 이번 증여로 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36.2%에서 31.9%로 낮아졌다.

2010년 매출 급감으로 경영난

한미약품은 지난 한 해 동안 글로벌 제약 기업인 일라이릴리·베링거인겔하임·사노피·얀센 등에 총 8조 원(초기 계약금 75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계약액, 기술료 등과 관련된 국내 제약 산업의 모든 기록을 한 제약 업체가 새로 쓴 셈이다. 지금의 한미약품이 있기까지 임 회장은 물론이고 임직원들은 수차례 위기의 순간을 견뎌내야 했다.

한미약품은 2010년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뒤 의사 처방이 줄어 매출 급감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임 회장은 경영난에 허덕이던 시절에도 믿고 따라와 준 임직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임 회장은 “지난 5년간 한미약품은 급격한 영업 환경 변화, 약가 일괄 인하 등의 위기 상황을 힘겹게 헤쳐 나왔고 영업 적자, 월급 동결 상황 등을 인내해 준 덕분에 연구·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1940년생. 중앙대 약학과 졸업. 1995년 한미약품공업 회장. 1999년 한미제약협회 회장. 2003년 한미약품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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