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업 ‘관심’…이랜드, 어떤 카드 꺼내나



이랜드월드 등 3개 계열사 신용 등급 하락, 킴스클럽 내놓았지만 ‘역부족’ 평가

이랜드그룹이 5년여 만에 신용 등급 강등이라는 악재에 부딪쳤다. 이랜드그룹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킴스클럽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궁극적인 재무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후속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2015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이랜드그룹 계열 3사의 장·단기 신용 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회사채 신용 등급을 각각 ‘BBB+’에서 ‘BBB’로 조정했다. 또 이랜드파크 기업어음(CP) 신용 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그 결과 이들 이랜드 계열사의 신용 등급은 2010년 하반기 ‘BBB+’로 올라선 이후 5년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신용 등급이 ‘BBB’라는 것은 원리금 지급 능력이 양호하지만 경제 여건 악화에 따라 지급 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회사채 시장에서 ‘A’ 등급 이하는 비우량 등급, ‘BB+ 등급 이하는 투기 등급으로 분류된다.

중국서 번 돈으로 M&A 드라이브
이번 이랜드그룹 계열사 신용 등급 강등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를 대상으로 했다는 데서 관심이 모아진다.
먼저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이다. 이랜드그룹은 25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고 총자산은 6조6000억 원이다. 창업자 박성수 회장은 이랜드월드를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 이랜드월드는 박 회장이 40.59%, 부인 곽숙재 씨가 7.94%, 이랜드월드가 자사주 45.47%를 보유하고 있다.
의류 및 유통을 총괄하는 이랜드리테일은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이자 일종의 중간지주회사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의 지분 63.5%를 가지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파크(85.3%)·이월드(76.9%)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의류업을 기반으로 하는 이랜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수·합병(M&A)이다. 1995년 영국 의류 브랜드 글로버럴 인수로 시작된 이랜드의 M&A는 2004년 뉴코아, 2006년 까르푸 인수로 이어졌다.
2010년 들어서면서 M&A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해 2680억 원에 대구 동아백화점, 950억 원에 서울 그랜드백화점 강서점 등을 인수한 후 2011년 이탈리아 패션 잡화 브랜드 만다리나덕(700억 원)과 제화 업체 엘칸토(200억 원) 등을 인수했다. 2012년 이탈리아 패션 잡화 브랜드 코치넬리(500억 원), 2013년 미국 패션 브랜드 케이스위스(2000억 원), 2014년 제주·청평 풍림리조트(300억 원) 등이 지난 몇 년간 이랜드 M&A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랜드가 2010년대 들어 과감한 M&A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사업의 성장에 있다. 이랜드는 중국 시장 진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기업이다. 1994년 상하이에 생산 지사를 설립해 1996년 브랜드를 론칭한 이랜드는 현재 현지법인 3곳을 통해 중국 내 44개 브랜드, 770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2014년 한 해 기준 중국 매출은 2조50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서 창출된 현금을 바탕으로 그룹의 외형을 과감히 키운 것이다.
문제는 그간 급성장해 오던 중국 사업의 실적 저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월드의 연결 기준 매출 기여도가 30%에 이르는 중국 법인 3사 합산 영업이익률은 2014년 16%대로 떨어졌고 2015년 3분기에는 11.4%까지 낮아졌다. 이에 따라 이랜드월드의 연결 영업이익률도 8.5% 내외에서 6.1%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수희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업황 및 소비 패턴 변화로 그룹 전반의 영업 실적이 저하됐다”며 “중국의 백화점과 패션 시장의 위축에 따라 주요 수익원인 중국 법인 3사의 수익성이 예전만 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일시적으로 차입금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9월 기준 지주사 격인 이랜드월드의 연결 기준 차입금 총액은 4조3486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4년 말 3조5419억 원보다 1조 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또한 차입금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 이랜드월드의 3분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61% 수준에 육박한다. 차입금 의존도는 총자본에 대한 총차입금 비율을 말하는데, 차입금 의존도가 높을수록 금융비용의 부담이 커 수익성이 떨어지고 안정성도 낮아지기 때문에 보통 30% 미만일 때 재무구조가 건전하다고 본다.
한신평 관계자는 “이랜드 차입금은 대부분이 1~2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이라며 “이미 재무 부담이 상당해 현재와 같은 사업 전략이 지속된다면 자칫 재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갖고 있는 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목표다.

중국 법인, 홍콩 등 상장 가능성도
이랜드그룹은 2015년 12월 이랜드리테일이 운영 중인 하이퍼마켓 사업 부문 킴스클럽을 공개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이랜드리테일이 운영 중인 NC백화점·뉴코아아울렛·2001아울렛·동아백화점 등에 입점한 37개 킴스클럽 전체 점포다. 이랜드는 이들 점포를 분할하지 않고 일괄 매각함으로써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킴스클럽은 연매출 1조 원 수준을 올리고 있는 흑자 사업인데다 대형 마트 추가 출점을 원하는 기업들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각가가 높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및 신용 평가사들은 이랜드그룹의 노력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다른 신용 평가사들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의 신용 등급을 추가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5년 말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 등급 조정 가능성을 뜻하는 ‘등급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수정하고 짧은 시간 내 등급 변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즉 그간의 작업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추가 자산 매각, 기업공개(IPO) 카드를 꺼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그동안 이랜드의 기업공개 정책에 소극적이었다. 이랜드는 국내 계열사 가운데 이월드 한 곳만 상장해 있다.
실제로 이랜드 역시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추진해 오긴 했다. 이랜드리테일은 2014년 전환상환우선주 발행 당시 2015년 3월 말까지 IPO 주간사를 선정하고 12월까지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 3년 내인 2017년에 상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랜드 관계자는 “계획대로 2017년까지 상장하는 것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국 법인도 홍콩·싱가포르 등에 상장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공식적인 방향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킴스매각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현재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 되고 있다”라며 “일부 신평사 결과는 중국 SPA 확장과 유통 신규투자 등에 따라 일시적인 현상일 뿐, 상반기 내로 분위기가 반전 될 것으로 확신 한다” 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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