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강자' 스크린 야구, 창업도 '홈런' 칠까

커지는 스크린 스포츠 시장…잦은 업그레이드 비용 '숨은 덫'


바야흐로 스크린 스포츠의 전성시대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주요 상권에 가면 건물 곳곳에서 스크린 골프장이나 스크린 야구장 간판을 흔히 목격하게 된다. 선두 주자 격인 스크린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스크린을 통해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종목 또한 야구·승마·사격·양궁 등으로 다양해졌다.

스크린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커지면서 창업 열기도 뜨겁다. 하지만 고가의 기계 구입비와 건물 임차료 등을 고려하면 장밋빛 전망만 그리며 뛰어들기엔 위험 요소가 너무 크다. 스크린 스포츠 전성시대, 그 속살을 들여다봤다.

“모임이나 회식 장소로 종종 스크린 야구장에 간다. 4~5명이 모여 한 게임(1시간)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이 5만원 정도여서 부담도 없고 게임을 하면서 맥주나 안주도 즐길 수 있어 더 좋다.”

사회인 야구 활동 10년 차 직장인 김모(39) 씨는 최근 스크린 야구장을 가는 게 취미가 됐다. 따로 장비를 챙기지 않아도 틈틈이 운동을 할 수 있고 동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한다.

김 씨는 “‘부어라 마셔라’ 식의 회식 문화가 질려 지난 송년회 땐 2차로 직장 동료들을 데리고 스크린 야구장에 갔다. 여자 직원들도 소형 언더로 게임을 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며 “야구를 잘하지 못해도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스크린 야구의 묘미”라고 말했다.

스크린 사격·승마 등 종목 다양해져

날씨와 상관없이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실내 운동인 스크린 스포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스크린 스포츠가 대중적 여가 문화로 자리 잡게 되면서 ‘스크린 스포츠 전성시대’의 포문을 연 스크린 골프에 이어 야구·승마·사격·양궁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시장 규모도 날로 커지고 있는 추세다.

2007년 100억원대 수준이던 국내 스크린 스포츠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5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커졌고 2017년에는 5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가상 스포츠 관련 특허 출원은 2004~2008년 222건에서 2009~2013년 538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특허 출원 종목 또한 스크린 골프 중심에서 야구·승마·사격·양궁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가운데 최근 스크린 야구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4년 3월 문을 연 리얼야구존이 당시 국내에 처음으로 스크린 야구 매장을 오픈할 때만 해도 전국에 3개 매장에 불과했다. 현재는 선발 주자인 리얼야구존 등 4~5개 업체가 전국 각지에 100여 개 매장을 열고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얼야구존 관계자는 “2014년에는 전국에 매장이 3곳에 불과했는데, 2015년 상반기엔 11군데로 늘었고 하반기부터 계약 건수가 갑자기 불어나 현재는 오픈 예정인 것을 포함해 총 계약 건수는 78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스크린 야구의 특성상 소요 공간의 규모가 330㎡(100평)에 이른다는 점을 떠올리면 무서운 성장 속도다.

스크린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이 7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야구가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이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스크린 골프가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초반인데 당시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 뛰어들어 황금기를 누리고 있던 박세리 선수 열풍이 대단했다”며 “이것이 스크린 골프를 찾는 이용객을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크린 골프가 초기 흥행몰이에 성공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스크린 야구 또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기는 매출로 이어지고 있다. 리얼골프존에 따르면 그동안 오픈한 53개 매장은 월평균 5000만원 이상의 매출과 2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잘나가는 매장은 하루 방문객 수가 100명, 월매출이 7000만~8000만원대에 이르고 있다. 월평균 매출은 4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리얼야구존은 매장 1곳을 여는 데 임차료를 제외하고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정도가 소요된다(실평수 100평 정도의 공간에 방 4개를 만든다는 조건). 일단 매장을 열면 설치된 시스템 한 대당 사용료와 본사에 기계 업그레이드에 드는 관리비를 내는 것 이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에는 골프존과 같은 대형 업체가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골프존유원그룹은 자회사 골프존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스크린 야구 스트라이크존(STRIKEZON)을 1월 말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골프존의 가세로 스크린 야구 업체 간 영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 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승마·사격·양궁 등 다양한 종목의 스크린 스포츠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크린 사격은 가족 단위가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점차 몸집을 키워 나가는 중이다.

스크린 사격 업계 1위인 ‘건빵’ 관계자는 “스크린 사격은 골프나 야구와 같은 프로 스포츠가 아니라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스크린 사격은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아 가족 단위로 많이 이용한다. 매장 시설이나 인테리어 또한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국내에서 스크린 사격을 접할 수 있는 매장이 그리 많지 않다. 건빵 관계자는 “건빵이 국내에 가장 처음으로 스크린 사격을 도입했는데, 총기를 사용하는 종목이다 보니 여러 제약이 많았다. 게다가 시뮬레이터 기계와 총기를 모두 구비해 놓는 비용이 다른 종목의 스포츠에 비해 상당히 고가”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에 전국적으로 10개 매장이 있었는데, 그동안 마케팅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요즘 스크린 스포츠 수요가 많이 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조 스크린 골프 업체 “이미 포화 상태, 초기 비용 회수 어렵다”

스크린 스포츠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자 투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스크린 스포츠 사업은 예비 창업자의 관심을 꾸준히 끄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그리며 뛰어들기엔 위험 요소가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스크린 골프 시장은 더욱 그렇다. 서울 지역에서 3년 전 매장을 연 스크린 골프 사업자 김모 씨는 “기계만 설치해 두면 될 것이란 생각에 선뜻 뛰어들지만 몇 년이 지나도 초기 투자금 회수조차 어려운 게 업계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스크린 골프는 스크린 스포츠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연습용으로 들여온 게 시초인데, 약 10년 전부터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국내 스크린 골프 시장 규모는 약 2조5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현재 시장에는 점유율 1위의 골프존(76%)과 그 뒤를 잇는 마음골프, 게임소마,·SG골프 등을 포함해 20여 개 업체가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2008년 600여 개였던 스크린 골프장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7000여 개를 넘어섰다.

스크린 골프가 누구나 한번쯤 창업으로 생각할 만한 대중적인 아이템이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스크린 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다 보니 규모가 큰 신규 매장이 생기면 주변 매장이 일시에 어려워지는 등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각하다.

업계 관계자는 “스크린 골프장은 상권 보호가 되지 않는 사업이다. 그렇다 보니 신규 매장이 대형으로 생기면 그 주변의 중소형 매장이 일시에 죽는 식으로 전체 시장이 줄고 있고 폐업률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털어놓았다.

수년이 지나도 초기 투자금조차 건지지 못한 곳도 많다. 경기도 지역에서 스크린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대표는 “시뮬레이터 기계 한 대를 구입할 때 평균 6000만원 정도 들고 여기에 임차료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룸 하나당 1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1~2년 주기로 계속 엄청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시뮬레이터를 제공하는 업체가 언제 신제품을 출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계만 사두면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시뮬레이터 기기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거의 초기 투자비용의 절반 이상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야 한다. 김 대표는 “2009년 6월 A사의 시뮬레이터를 구입해 영업했는데 1년 만에 새 제품이 나오고 다시 1년이 지나 또다른 신제품이 나왔다.

워낙 제품 간 차이가 커 신제품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영업이 안 될 정도였다. 기존 버전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도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결국 기계 1대당 3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이고 업그레이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스크린 골프 사업자 대부분이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이 망해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매출이 안 나와 사업을 접고 싶어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속 영업을 하게 되고 결국 ‘적자의 늪’을 벗어날 수 없는 사업자들도 많다는 얘기다.

한 스크린 골프 사업자는 “스크린 골프뿐만 아니라 다른 스크린 스포츠 매장들도 기계를 사면 업그레이드 등 추가로 드는 비용들이 상당하다. 게다가 대형 매장과 시뮬레이터 공급 업체 직영점 등이 가세하면서 영업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창업 붐이 일고 있다고 무조건 뛰어들기보다는 실제 여러 케이스를 접해 보고 투자 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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