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연착륙'으로 가는 중국 경제


지난 1월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8.5% 감소한 367억4000만 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6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연초부터 한국의 경제 상황이 녹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수출 단가 하락도 문제지만 그보다 작년과 달리 수출 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물론이고 자동차·반도체·무선통신 기기 등 한국 수출의 78%를 차지하는 13대 수출 품목의 수출이 예외 없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수출 감소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유효수요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더해 한국 제품의 경쟁력 저하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지난 1월 21.5% 감소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어느 정도 세계경기 회복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중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 수준이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에는 보다 직접적인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지나친 비관론도, 지나친 낙관론도 올바른 평가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경기 둔화 배경에는 경기순환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연평균 10%대의 고속 성장해 온 결과 경제 규모가 커졌고 그 결과 성장 속도 둔화는 불가피해졌다. 고도성장 과정에서 중국은 점진적인 개방을 추진해 왔다.

국영기업을 근간으로 하면서 민영기업을 활성화하고 상품 시장을 자유화하면서 생산요소 시장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이중적인 방식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외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과잉생산이 누적되는 구조적 불균형 문제가 심화됐다. 중국 정부는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소 시장에 대한 직접적 개입을 줄여 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정책 방향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임금 상승에 따른 저소득 근로 계층의 소득 증가로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소비성향이 높아진 점, 서비스 부문의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 여전히 연간 50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이긴 하지만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 이하 수준으로 축소되면서 대외 부문의 재균형이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은 중국의 구조적 불균형이 점진적으로 해소돼 가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경제에 걸맞은 국제적 위상 확보와 실리를 취하기 위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정지 작업은 공격적인 대외 원조 확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등을 통해 이미 이뤄지고 있지만 올해 10월로 예정돼 있는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공식 편입이 상징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달러화가 국제적인 기축통화로서 누리는 실리는 단순 계산이 안 될 정도로 막대하다. 제조원가가 2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달러 지폐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게 함으로써 얻는 미국의 화폐 주조 차익(seigniorage)은 물론이고 이자 없는 부채 증가와 환율 변동 리스크 완화 등이 기축통화의 대표적인 이점이다.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재정수지 적자와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 위기를 미국만이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2014년 6월 4조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 3조4000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의 외화보유액 감소가 투기 세력의 공격에 대응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3개월 수입액(4000만 달러), 단기 외채(1조 달러), 외국인 주식 투자 잔액(6000만 달러) 등 필요 외화보유액은 1조6000억 달러 정도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서도 수익이 나지 않는 외환을 과다하게 보유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불황형 흑자이기는 하지만 무역수지 흑자로 달러 유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실물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과다 외환 보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물론 세계경기 둔화로 주가가 하락하고 부실 투자가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홍콩 시장과의 역·내외 환율 격차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당분간 위안화의 평가절하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투자 효율성 저하, 금융 부실 확대, 재정 건전성 저하 등 경제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위안화를 국제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경제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험난한 연착륙(bumpy soft landing)을 예측하듯이 절반 이상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한국은 외환시장과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바꿔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에 진출했던 많은 부품·소재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중국 기업에 경영자 인수(MBO : Management Buy Out) 방식으로 매각했던 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한국의 대중 수출 경쟁력을 잠식하고 있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시장 발굴, 서비스 시장 진출 등 나갈 방향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석유화학은 물론이고 자동차·반도체·무선통신 기기 등 한국 수출의 78%를 차지하는 13대 수출 품목의 수출이 예외 없이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한국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이 올해 1월 21.5% 감소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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