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뽑은 '올해 주목할 핀테크 기업 7'

8퍼센트 뉴지스탁 와디즈 피노텍 (주)핀테크 원투씨엠 틸론 등
P2P 대출서 로보어드바이저까지…IT 접목해 소비자 불만 파고들어

핀테크 산업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핀테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국내에선 다소 늦긴 했지만 2014년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핀테크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전자 상거래에서 시작된 핀테크 산업은 이제 대출, 자산 관리 운용,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P2P(개인 간 거래) 대출, 로보어드바이저, 비트코인 기반 결제 등 기존의 금융 산업을 초월하는 서비스를 내놓는 핀테크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핀테크 기업과 제휴하고 사내 핀테크 부문을 강화하는 추세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기존의 금융사가 파악하지 못한 소비자의 니즈를 발견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키’를 핀테크 기업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다.

국내 핀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는 선두 주자는 누구일까. 한경비즈니스는 핀테크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서강대 교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김광현 D캠프 센터장,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전무 및 핀테크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 ‘핀테크 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선두 주자 7곳을 선정했다.

이들의 국내외 활약상을 소개한다.


P2P 대출 분야 1위 ‘8퍼센트’

서울 이태원에서 수제 맥주 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가게가 번창해 부산 해운대로 매장 확장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이미 금융권 대출이 꽉 차 있어 추가 대출 여력이 없었고 사채를 이용하자니 연평균 20%대에 이르는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때 다수의 투자자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P2P 플랫폼을 알게 됐다. 단 몇 분 만에 5000만원을 연 10%로 1년, 매월 25일 원리금을 균등 상환하는 조건으로 빌릴 수 있게 됐다.

최근 P2P 대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위의 사례와 같은 P2P 대출이 처음 시작된 것은 2006년이지만 시장이 급격히 커진 것은 금융권에 핀테크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4년부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P2P 대출 잔액은 2013년 말 36억4000만원에서 2014년 말 57억8000만원으로 58.7% 증가했다. 작년 말에는 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한국금융연구원은 추산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6개에 불과하던 업체 수도 현재 50여 개로 늘어났다.

2014년 11월 설립된 8퍼센트(대표 이효진)는 P2P 대출 중개 금융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대출 액수를 플랫폼에 올리면 8퍼센트가 자체 툴로 채무자의 신용 등급을 분석해 금리를 정하고 이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각각 소액을 모아 대출해 준다.

이 회사의 평균 대출금리가 7.94%여서 사명을 ‘8퍼센트’로 결정했다. 국내 핀테크 열풍에 올라타며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 지난 2월 23일 기준으로 6223명에 달하는 투자자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누적 투자 금액 142억원, 대출 실행 건수는 770건에 달한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8퍼센트는 빠르게 성장하는 P2P 대출 분야의 선두 업체”라며 “연 10% 안팎의 중금리 시장이 부재한 한국에서 P2P 대출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업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뉴지스탁, 손안의 투자 자문가 ‘젠포트’ 주목

증권 정보 핀테크 스타트업인 뉴지스탁(공동대표 문홍집·문경록)은 주식형 로보어드바이저와 퀀트(Quantitative의 준말로 계량적 분석 기법을 뜻하는데 투자자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알고리즘 분석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가 결정됨) 기반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지스탁은 퀀트 기반으로 전 종목을 분석하는 시스템과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한 종목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지스탁은 2012년 처음 서비스를 론칭했고 현재 키움증권·현대증권·대신증권·이베스트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의 증권사와 증권 전문 미디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 7월부터 중국 주식 분석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주식형 로보어드바이저인 ‘젠포트’를 개발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인의 자산 운용을 자문하고 관리해 주는 자동화된 서비스를 뜻한다.

뉴지스탁이 개발한 젠포트는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국내 최초 주식 관리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이다. 대면 상담이 아닌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상에서 자산 배분 전략을 짜주기 때문에 개인형 맞춤 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젠포트는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을 설정해 두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차별화된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생성해 제공한다. 뉴지스탁은 우선 국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추후 해외시장 데이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김광현 D캠프 센터장은 “주식 분야에서는 뉴지스탁이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등 자산 관리 쪽이 최근 주목받고 있어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중 소액주주 시대’ 주도하는 ‘와디즈’

와디즈(대표 신혜성)는 2014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를 오픈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당시에는 아직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시행되기 전이어서 후원형(보상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와디즈는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한 프로젝트에서 ‘억대’ 자금을 유치하며 이례적인 성공을 거뒀는데,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시대가 도래한 지금 선두 업체로 지목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은 지난 1월 25일 국내 핀테크 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기존의 기부,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과 달리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이 기술력과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직접 취득할 수 있는 투자 모델로,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이 대중으로부터 소액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경로가 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투자 판단을 내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집단지성이 발휘돼 펀딩의 성사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와디즈는 집단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00명의 배심원’이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배심원단 100명은 전문직, 대학생, 대기업 및 중소기업 종사자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개설된 프로젝트가 와디즈의 성격에 맞는지 여부를 투표로 결정한다. 배심원 투표를 통과하지 못한 프로젝트는 개설되지 않는다.


와디즈에서는 현재 싸이월드와 국내 유일 수제 자동차 기업 모헤닉게라지스, 디자인 플랫폼인 51퍼센트 등 9개 기업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이 이뤄지고 있다.

임정욱 센터장은 “와디즈는 국내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서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 이미 후원형 단계에서부터 좋은 성과를 냈다. 이제는 지분형(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피노텍 “은행 방문하지 않고도 30분 내 담보대출”

핀테크 플랫폼 전문 기업인 피노텍(대표 김우섭)은 2013년부터 인터넷 은행 플랫폼 개발에 나서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 주택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피노텍의 대표 서비스인 ‘무방문 담보대출 솔루션’은 대출 신청부터 완료까지 2~3일이 소요되는 기존의 담보대출을 은행에 가지 않고 30분 내로 완료할 수 있도록 했다.

피노텍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회사 규모나 인지도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금융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KB국민은행·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약 83%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분증 진위 확인과 영상통화, 자필 서명 인증을 통해 고객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돕는 ‘비대면 실명 확인 솔루션’은 인터넷 전문 은행 시대가 본격화되면 더욱 주목받을 서비스 중 하나다.

특히 자필 서명 인증 기능은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서명의 행위 정보를 인식해 본인 인증을 하는 솔루션으로,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 기존의 공인인증서, 문자 메시지, ARS 등을 통한 인증 절차를 서명 기반으로 간소화할 수 있어 각종 서명이 필요한 모든 부문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은 “피노텍은 모바일 뱅크의 핵심 기능인 비대면 인증 솔루션, 비대면 담보대출 솔루션을 개발했고 최근 독일 등 해외 진출까지 시작해 주목받는 곳”이라고 전했다.

(주)핀테크, 소셜 신용 평가의 선두 주자

(주)핀테크(대표 김우식)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활동 내용을 분석해 개인의 신용 등급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주)핀테크는 대출 신청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를 정보기술(IT)로 수집해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이 평가 모델 신청서를 작성하면 사업자의 실시간 매출 현황과 판매 상품에 대한 SNS상 평가 및 리뷰, 개인의 소비 패턴 분석, SNS 활동 현황 및 작성된 글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성향을 파악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주)핀테크가 구축한 알고리즘에 반영돼 대출 신청 고객의 대출 가능 여부 및 한도를 측정하게 된다.

이를 리포트로 제공함으로써 금융회사는 기존 신용 평가 모델 외에 별도의 평가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수집에서부터 평가까지 모두 IT 기반 기술로 처리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기존의 신용 평가 모델은 개인의 과거 기록만 평가에 반영했던 것에 비해 ‘소셜 신용 평가 시스템’은 다양한 루트를 통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신용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세분화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원투씨엠, 새 결제 수단의 강자

핀테크의 지급 결제 분야 가운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서비스도 있다. 원투씨엠이 제공하고 있는 스마트 스탬프 시스템이 이에 해당된다.

원투씨엠(대표 한정균)은 최근 스마트 스탬프 시스템을 기반으로 오프라인의 지불 결제를 처리하는 ‘에코스 스탬프 페이먼트 시스템(echoss stamp payment system)’을 출시했다.


이 시스템은 모든 스마트 기기에서 인식이 가능하며 현재 O2O(Online to Offline) 마케팅, 소셜 커머스, 메시징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중이다.

이번에 출시한 에코스 스탬프 페이먼트 시스템은 선불충전·신용카드·계좌직불 등 모든 결제 인프라와 연계 가능한 오프라인 간편 결제 시스템이다. 올해부터 해외 기술 수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틸론 “서버 하나로 가상 컴퓨터 수십 대 구동”

틸론(대표 최백준)은 가상화 및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 전문 업체다. 틸론이 개발한 ‘디스테이션’은 서버 기반을 둔 가상화 데스크톱 솔루션이다. 하나의 서버에서 다수의 가상 데스크톱을 구동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컴퓨터에 운영체제를 깔고 데이터를 저장해 꺼내 쓰며 사용한다. 1인당 컴퓨터 한 대가 필요한 셈이다. 틸론이 개발한 ‘디스테이션’은 클라우드 시스템처럼 다양한 단말기에서 개인용 윈도 PC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즉 서버 한 대당 가상 컴퓨터 수십여 대가 생기는 셈이다.

보안에도 신경을 썼다. 디스테이션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망과 실제 업무하는 망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외부 인터넷에서 유입되는 악성 바이러스로부터 개별 사용자의 데이터 유출을 막을 수 있다.

틸론의 또 다른 주요 핀테크 솔루션인 ‘에프스테이션’ 서비스는 PDF 기반 전자문서 솔루션으로 금융거래에 활용되는 다양한 문서의 포맷을 표준화된 문서로 전환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종이 문서, MS오피스 등 다양한 문서 포맷을 표준화된 PDF 포맷으로 변환해 전자문서(e-Form)를 만들 수 있다.

에프스테이션으로 처리된 문서가 언제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외부 유출을 방지할 수 있어 일반 금융 서비스는 물론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에 폭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대면 실명 인증을 위한 ‘센터페이스’는 금융거래 시 비대면 환경에서 손쉽게 본인 확인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본인 인증 솔루션이다. 인증 결과를 전자문서에 포함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안전성을 높였다.

박수용 서강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회사들의 보완을 위한 망 분리 사업이 큰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틸론은 이의 핵심인 가상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고 기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2~3개의 기업만 금융 분야의 성능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최근 모바일 뱅킹의 핵심 중 하나인 페이퍼리스 솔루션을 개발했고 일본에 진출하는 등 핀테크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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