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공급과잉 진원지’ 중국, 구조조정 ‘고삐’

{철광석 값, 올 들어 30% 상승…설비 가동률도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초과 공급 이슈 속에 끝 모를 가격 하락세를 연출했던 철광석 가격이 반등세다.

중국 칭다오 인도 기준 철광석 가격은 지난 1월 톤당 40달러 선을 밑돌았지만 3월 들어 60달러까지 올랐다. 중국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과 철강재에 대한 계절적 수요가 몰리면서 올 들어 3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감산 통한 공급 축소가 관건



철광석은 중간제품인 철강 형태로 거래가 활성화돼 있다. 따라서 철광석 자체 수급보다 철강 수급이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철광석은 가장 기본적 원자재로, 산업 활동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지만 2010년 이후 초과 공급 이슈로 몸살을 앓았다.

철광석 가격 조정은 2011년 2월 톤당 191달러를 기록한 후 추세적 하락이 올해까지 계속됐다. 올해 1월에는 39달러까지 하락해 2011년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철광석 가격 하락은 중국 소비 감소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이 10%대의 고도 성장을 구가하는 과정에서 철강 소비도 급증했다.

중국은 세계 철강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했다. 2001년부터 10년 동안 세계 철강 소비량이 연평균 6% 늘어나는 동안 중국 소비량은 17%씩 확대됐다.

이에 따라 중국과 주요국의 철강 생산 설비투자 확대가 동반됐다. 전 세계 조강량은 2001년 8억 톤에서 2010년 14억 톤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조강량은 1억 톤에서 6억 톤으로 급증했다.

제품 생산 확대는 광산 개발 붐으로 이어지며 세계 철광석 생산량이 같은 기간 동안 11억 톤에서 26억 톤으로 늘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철강 수요도 꺾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철강 소비는 2014년 초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5년에는 세계 철광석 연간 생산량이 2.8% 감소하고 소비도 1.7% 줄어 초과 공급이 다소 완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런 움직임은 원자재와 제품 가격 간 스프레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열연 스프레드(철광석과 대표적 철강 제품인 열연 간 가격 차)는 2011년 이후 꾸준히 축소되며 금융 위기 당시 수준보다 부진한 상태다. 초과 공급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은 수요 개선과 공급 축소를 야기한다. 다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 추세가 꺾이면서 철강 수요와 직결되는 투자경기가 둔화돼 소비 회복이 쉽지 않았다.

2011년 철광석 가격 고점 이후 만 5년이 지났지만 가격 하락세가 올해까지 계속된 가장 큰 이유는 감산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데서 찾을 수 있다.

중국 철강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2009년부터 제기됐다. 무분별한 투자 억제, 노후 설비 폐쇄 등 공급과잉 해소 노력이 추진됐지만 지방정부의 세수 축소와 실업자 양산에 대한 우려 속에 실질적 진전이 미미했다.

중국 철 제련 및 채굴 관련 취업자는 2013년 487만 명을 기록한 후 2015년 420만 명으로 약 14% 줄었다.

철강 재고도 감소 추세



결과적으로 철광석 가격은 최악의 상황이 지난 것으로 해석된다. 채산성 악화에 따른 조업 중단으로 세계 철강업 설비 가동률이 2015년 12월 중 64.6%까지 하락하며 금융 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도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2월 초 중국 국무원은 향후 5년간 철강 생산능력을 1억~1억5000만 톤(현재 설비 규모는 12억 톤) 줄이고 신규 설비투자를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1000억 위안 규모의 산업 구조조정 기금을 조성해 실업보험 및 실업자 교육에 투입할 방침이다.

생산 축소와 함께 철강 재고 감소세가 나타나는 점도 긍정적이다. 전방 산업의 초과 공급 완화는 철광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초과 공급 부담이 여전하긴 하지만 글로벌 수요 불확실성과 구조조정의 조합은 단기적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암시한다. 다만 세계적인 초과 공급 사태를 초래했던 진원지에서 개선 조짐이 나타난다는 점은 분명 주목해야 한다. ‘양회’ 이후 중국 정부의 구조 조정 움직임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초과 공급 완화 전망을 고려할 때 올해 가격 흐름은 완만하나마 지난해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많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초과 공급 불안은 상존하지만 최악은 지난 상황”이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양호한 가격 흐름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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