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2년간 한시적 기회…블랙록월드에너지 ‘출시 이후 수익률 11%’ 두각
7년 만에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비과세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이하 비과세 해외 펀드)에 대한 얘기다.
‘고령화·저금리·저성장’이라는 트리플 조건이 모두 갖춰진 요즘, 예전처럼 착실하게 버는 돈만 가지고 자산을 불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비과세’라는 강력한 혜택을 내걸며 해외 펀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유다.
지난 2월 29일 출시된 비과세 해외 펀드는 2007년 도입돼 2009년 사라진 비과세 해외 펀드와 비교해 비과세 범위가 늘었을 뿐만 아니라 기간도 길어졌다. 더욱이 이번에 출시된 비과세 해외 펀드는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만 가입할 수 있다. 앞으로 2년간 열린 ‘흔하지 않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장 10년, 환차익까지 비과세 혜택
올해 1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해외 주식 투자 비율은 26%를 기록했다. 독일 96%, 싱가포르 83%, 프랑스 81%, 캐나다 56% 등의 국가들과 비교해도 그 비율이 현저히 낮다.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혀 온 것이 해외 주식형펀드에 부과되는 높은 세율이었다.
기존의 국내 투자자들은 매매 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국내 주식형 펀드와 비교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매매 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이번에 출시된 비과세 해외 펀드를 통해 바로 이 15.4%의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2007년 출시된 비과세 해외 펀드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세제 혜택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매매 차익과 평가 차익에만 비과세가 적용됐던 2007년과 달리 올해 출시된 비과세 해외 펀드는 환(換)차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없다.
환율에 민감한 해외 투자자들로서는 투자국의 화폐가치가 올라가면 생기는 환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어짐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이 쏠쏠한 셈이다. 다만 주식 배당소득, 채권 매매 차익. 이자소득, 환 헤지 수익이 생기면 15.4%의 세금이 별도로 부과된다.
세제 혜택 기간 또한 크게 늘었다. 최대 10년간 비과세를 적용 받을 수 있다. 9년 전 출시된 비과세 해외 펀드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2년 7개월 정도여서 장기 투자가 쉽지 않았던 점을 보완한 것이다.
만약 10년의 기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면 전용저축(계좌) 가입 당시 계약 기간을 별도로 설정할 수도 있다. 이때 비과세 혜택은 해당 기간까지만 적용된다. 하지만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연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처음부터 계약 기간은 최장 10년으로 정하는 게 유리하다.
중간에 사정이 생겨 해지(환매)하더라도 추징금 등 불이익이 없다. 투자 기간 중 발생한 매매 차익과 평가 차익,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와 같은 ‘비과세 효과’는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가 매매 차익으로 100만원, 배당소득으로 2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면 지난해에는 전체 이익 120만원의 15.4%에 해당하는 18만48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비과세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는 배당소득 20만원에 대해서만 15.4%를 적용해 3만8000원을 내면 되는 것이다. 비과세 혜택으로만 15만원 넘는 추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비과세 해외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진입 장벽이다. 별도의 소득 기준이 없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도 가입할 수 있다. 비과세 해외 펀드가 ‘절세’를 위한 고액 자산가들의 필수 세테크 상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다.
물론 소득이 없는 어린아이와 주부도 가입할 수 있다. 펀드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온라인펀드코리아 국민정 과장은 “온가족이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에 가입하면 더 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인당 납입 한도는 3000만원이다. 전용저축(계좌)을 몇 개를 만들든, 펀드를 몇 개를 담든 상관없이 계좌에 들어간 총금액 중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모든 해외 주식형 펀드가 비과세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설정된 펀드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펀드 순자산의 60% 이상을 해외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을 대상으로 한다.
재간접 펀드와 국내에 상장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도 과세 요건 충족 시 대상에 포함된다. 38개 자산 운용사가 310개의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를 새로 출시했는데, 이 중 286개는 기존 펀드를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로 전환했고 나머지 24개는 신규로 설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해외 주식형 펀드를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신규로 전용저축(계좌)을 개설해야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2017년 12월 31일까지 매수 신청부터 결제까지 전 과정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펀드는 매수 신청에서부터 결제까지 2~3일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늦어도 내년 12월 26일에는 매수 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2018년 1월 1일부터는 납입 한도 잔액 내에서 기존에 보유 중인 펀드의 추가 매수만 가능하다.
◆1개월 수익률 ‘중국 투자 펀드’ 강세
베트남·중국·인도 펀드는 지난 2월 29일 비과세 해외 펀드 출시 첫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가입한 비과세 해외 주식 투자 전용 펀드다.
이날 황 회장은 ‘에셋플러스 차이나리치투게더증권자투자신탁1호’, ‘한국투자 베트남그로스 증권투자신탁1호(주식)’, ‘미래에셋 인디아디스커버리 증권투자신탁1호’에 1000만원씩, 1인당 납입 한도인 3000만원을 투자했다. 황 회장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과세 해외 펀드의 가장 좋은 투자 전략은 지역별·섹터별로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해외 펀드는 기본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다. 해외 상장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상품이어서 주식이 많이 하락하면 원금까지도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금 손실을 보더라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선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해 위험을 최대한 낮추면서 기대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섹터별·스타일별로 가장 유망하다고 예상되는 3~4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좋다.
투자성향에 따라 ‘안정성’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선진국과 글로벌 인컴 펀드에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이 좋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 경기 및 자본시장이 큰 변동을 겪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꾸준히 성장한 곳이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미래에셋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JP모건유럽중소형펀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수익률’을 우선하는 투자자라면 신흥국과 섹터 펀드를 눈여겨보길 권한다.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수익성이 높을 수 있다. 다만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다소 위험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한화글로벌헬스케어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환율 변동성을 체크하는 것이다. 환율 차이가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해당국의 성장세가 뚜렷해 환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해당국 통화 강세, 원화 약세)될 땐 환 노출형을, 해당국의 경제 둔화로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해당국 통화 약세, 원화 강세)될 땐 환 헤지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을 기준으로 출시(2월 29일) 이후 3월 31일까지 비과세 해외 펀드는 총 6만6660계좌, 2551억원이 가입됐다. 이 가운데 판매액 상위 10개 펀드에 절반이 넘는 1328억원(52%)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별 설정액을 보면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이 358억원으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169억원)·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주(151억원)·KB차이나H주식인덱스(127억원)·신한BNPP중국본토RQFⅡ(116억원) 등에도 1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몰렸다.
판매 상위 10개 펀드를 중심으로 ‘비과세 상품’ 출시일 이후 수익률(KG제로인, 2월 29일~4월 11일을 기준)을 살펴보면 블랙록월드에너지의 수익률이 11.0%, KB중국본토A주 7.3%, 신한신한BNPP중국본토RQFII가 6.67%를 기록하고 있다. 판매액 1위를 기록한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의 수익률은 2.62%다.
판매액 순위와 상관없이 비과세 해외 펀드 중 지난 1년 간(KG제로인, 4월 11일 기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상장지수로 8%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유리글로벌거래소 2.87%, AB미국그로서(주식-재간접) 1.81%로 나타났다. 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상위 6개 펀드를 제외하고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 1개월(KG제로인, 4월 11일 기준)의 수익률을 살펴봤을 때는 삼성중국본토중소형FOCUS자H 11.29%, 한국투자네비게이터중국본토자 H 9.27%, 동부차이나본토자(H) 9.02%로 중국 투자 펀드들이 강세를 보였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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