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號 출범 3년…포스코 '어게인 철강 제국'

본업 경쟁력 강화 '고삐'
경영 혁신 매진하는 포스코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정신을 살려 위대한 포스코로 돌아가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014년 3월 14일 취임식에서 이렇게 외쳤다.

당시 포스코는 정말 ‘위기’였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과 전임 회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포스코는 어려움에 빠졌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포스코를 다잡기로 했다. ‘의지(意志)가 역경(逆境)을 이긴다’고 믿었다.

지난 2년간 부실 계열사 및 비핵심 자산을 과감히 도려냈다. 하지만 포스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오늘도 스스로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요즘 포스코그룹의 모습이다. 철강이라는 든든한 뿌리를 가진 ‘거목(巨木)’이었던 포스코는 최근 큰 줄기를 키워 내지 못하고 잔가지만 무성해졌다. 수많은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자 뿌리마저 약해졌다.

2014년 제8대 회장에 취임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쓸모없는 가지치기에 나섰다. 더 이상 잔가지가 뿌리를 흔드는 것을 볼 수 없었다. 금방 성과가 나타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갑작스러운 강풍이 불었다. 검찰 수사였다. 직전 회장이었던 정준양 7대 회장 시절 진행됐던 일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약해진 뿌리는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권 회장으로서는 충격이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는 해야만 했다. 결국 권 회장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7월 권 회장은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의 구조조정안보다 더욱 강도를 높였다. 뿌리인 철강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잔가지들은 모두 도려내겠다고 했다.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포스코특수강·포스화인·포스하이메탈·포뉴텍 등 40개가 넘는 계열사를 정리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올해도 각각 35개사를 추가로 정리할 것을 예고했다.

◆격랑 속 권오준號의 계속되는 혁신

권 회장은 지난 3월 14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3년 임기의 1년을 남겨둔 시점이다. 사실 지난 2년간 권오준호(號)의 항해는 순탄하지 않았다. 군살 빼기와 본업에서 경쟁력 강화로 절반의 성과를 거뒀지만 실적의 근본적 개선을 향한 길은 아직도 멀다는 평가다.

정 전 회장이 물러난 직후인 2014년 초 포스코의 최대 과제는 방만한 사업을 재편하고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하는 게 핵심이었다.

권 회장은 그룹 회장에 오른 직후 ‘포스코 재건’을 취임 일성으로 외치며 전임 회장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비대해진 포스코의 몸집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비핵심 사업과 계열사를 정리했고 비핵심 자산은 거침없이 내다 팔았다.

이를 통해 권 회장은 2015년에만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재무개선 효과로 2조1000억원을 확보하며 그룹의 내실을 다졌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인 78.4%로 낮아졌다. 포스코 부채비율(19.3%)도 포항제철소 가동을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낮다.

권 회장은 올해도 구조조정을 지속하는 한편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수익성 관점에서 숨어 있는 잠재 부실까지도 제거하는 철저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며 “사업 구조, 비용 구조, 수익 구조, 의식구조 등 ‘구조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단행한 정기 인사에서 그룹 전체 임원 숫자를 30% 줄이며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포스코의 상무급 이상 임원 역시 감소했다. 지난해 3월 80명(사외이사 7명 제외)에서 올해 3월에는 73명으로 8.75% 줄었다.

지난 2년간 권 회장의 개혁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이 정도일 것이라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원래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그를 아는 이들은 학자로 부를 정도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권 회장은 취임 당시 전형적인 이공계 최고경영자(CEO)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반대로 과감한 개혁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권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철강 기술 전문가다.

1950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서울사대부고를 나와 서울대 금속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학위를 땄고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오직 기술 연구의 외길을 걸었다. 그래서 그의 회장 선임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다. 경영인이라기보다는 기술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회장은 취임 이후 과감한 경영 체질 개선에 나섰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과 거리가 있다면 사업이든, 조직이든 가리지 않았다. 목적은 단 하나, 포스코를 다시 원래의 포스코로 만들겠다는 신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미 포스코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였다. 20%를 넘어섰던 포스코의 영업 이익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고 연결 영업이익은 2010년 5조5000억원을 꼭짓점으로 매년 감소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권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인력과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6개 조직 부문을 4개 본부로 축소하고 마케팅과 생산 분야 외의 기획·구매 등과 같은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경영 임원의 수를 절반 이상 줄였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었다. 전문 임원 제도를 도입해 조직 분위기를 성과 위주로 전환했다.

권 회장은 기존 기획재무·기술·성장투자·탄소강사업·스테인리스사업·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생산·철강사업·기술투자·경영지원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회장 일원화로 중앙집권화했다. 이는 조직의 업무 효율화와 협업, 보고 체계를 간소화하는 효과를 가져 왔다.



◆엔지니어 출신의 과감한 개혁

현재 철강생산본부장에는 포스코의 2인자 김진일 대표이사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1953년생으로 용산고를 졸업했고 권 회장의 서울대 금속공학과 후배다. 1975년 포스코에 입사했고 포항 제강부장, 수요개발·수주공정·제품기술담당, 베트남프로젝트추진반담당, 포항제철소장, 탄소강사업부문장을 거치며 철강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춘 철강통으로 꼽힌다.

철강생산본부 밑으로는 광양제철소(소장 안동일 부사장)와 포항제철소(소장 김학동 부사장)가 소속돼 있다.

기존의 경영인프라본부는 경영지원본부로 명칭을 변경하며 역할을 확대했다. 경영지원본부는 지난해 경영인프라본부장(부사장)이었던 황은연 사장이 맡고 있다. 1958년생으로 공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황 사장은 1987년 1월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마케팅, 홍보, 대관, 출자사 사장, 인사 등을 두루 섭렵한 통섭형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외 네트워크 역시 광범위하다. 포스코 CR본부장 및 포스코에너지 사장을 지냈다.

철강사업본부는 오인환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1958년생으로 김천고와 경북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경제학)을 졸업했다. 그동안 자동차강판판매실장, 포스코P&S 전무, 포스코 마케팅본부장, 철강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기술투자본부는 장인화 부사장이 수장으로 있다. 1955년생인 장 부사장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에서 조선해양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한 장 부사장은 강구조연구소장을 역임한 뒤 2011년 2월 포스코로 자리를 옮겨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상무),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전무), 철강사업본부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전무) 등을 거쳤다.

이와 별도로 권 회장은 취임 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가치경영실’을 신설했다. 옛 기획조정실의 부활이었다. ‘혁신’과 ‘구조조정’의 선봉장 역할을 가치경영실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쇄신 작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가치경영실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가치경영실을 가치경영센터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존 재무투자본부 내 재무실을 가치경영센터에 편입해 그룹 경영전략 및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했다.

포스코는 가치경영센터를 통해 사업 구조는 물론 비용 구조와 수익 구조, 의식구조 등 기존 틀을 깨는 ‘구조 혁신 가속화’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해까지 재무구조 개선 중심으로 구조조정한 데 이어 올해는 수익성 관점에서 잠재 부실까지 찾아 제거하는 철저한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 센터는 그동안 그룹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투자 승인, 계열사 감사, 재무 관리, 경영 진단, 신규 사업, 정보 수집, 인사 지원 등 회장을 보좌해 그룹의 전반에 좌지우지할 ‘막강한 힘’을 발휘해 왔다.

이곳의 수장인 가치경영센터장은 지난 3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최정우 부사장이 맡고 있다. 최 부사장은 1957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부산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83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했다. 이후 포스코 재무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포스코대우(전 대우인터내셔널) 부사장을 지냈다.

그동안 최 부사장은 권 회장을 도와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맨 앞에서 이끌어 왔다. 최 부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권 회장과 같은 내년 3월까지다. 권 회장이 최 부사장의 권한을 강화해 남은 임기 1년 동안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사내에선 보고 있다.

◆가치경영실과 소통하며 미래를 준비

이번 포스코의 조직 개편에서 꼭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또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다.

포스코그룹 CFO들은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그룹 가치경영실과 소통하며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조정, 미래 성장 동력 기획뿐만 아니라 계열사 재무·자금·투자 계획까지 총괄하고 있다. 이들의 직책에 ‘기획실장’이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도 최고경영자(CEO)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결정적 조언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의 CFO는 최정우 부사장(가치경영센터)이 담당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권 회장과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 소화하고 기업설명회 때마다 전면에 나서는 등 경영전략의 밑그림을 함께 그리고 있다.

포스코 주요 계열사 CFO들은 모두 ‘정통 포스코맨’이다. 포스코대우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합류한 전국환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다. 전 부사장은 1958년생으로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포항제철에 입사한 정통 포스코맨이다.

조용두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은 ‘조용한 카리스마’로 불린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제동향위원과 포스코 가치경영실 경영진단담당 상무 등을 지냈다.

심동욱 포스코에너지 경영기획본부장(전무)은 1986년 포스코 관리부에 입사해 2011년 포스코 재무실장, 지난해 정도경영실장을 지낸 뒤 지난 2월부터 포스코에너지 CFO로 일하고 있다. 본사 핵심 부서와 계열사를 두루 거친 만큼 직원들과의 소통이 활발하고 계열사 업무의 이해도가 높다.

황명학 포스코켐텍 기획재무실장(상무)은 1987년 포스코 입사 후 재무실에서 24년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2011년 포스코플랜텍 경영기획실을 거쳐 지난해 3월 포스코켐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덕일 포스코ICT 경영기획실장(상무)은 포스코 IR그룹과 재무기획그룹에서 일한 뒤 2010년부터 5년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제철소의 재무를 담당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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