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POLITICS] 폐기 수순 밟는 ‘동물보호법’

{반려동물 산업, 법적 근거 없어 사각지대에서 영업 중}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19대 국회가 지난 5월 19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다. 그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135건의 안건들이 속전속결로 한꺼번에 처리됐다. 19대 국회는 5월 29일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지만 본회의는 이번으로 끝이어서 사실상 공식 활동을 마친 셈이다.

이번에 무더기로 통과된 법안들 중에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포함돼 있다.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9월 발의한 이 법안은 동물원의 사육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환경을 보장하고 폭력과 굶주림을 비롯한 수많은 학대에 시달려 온 전시·공연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회에 계류됐던 다른 동물 보호 관련 법안들은 모조리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대표적인 법안은 은수미·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 10월 각각 대표 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이보다 앞선 2014년 3월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등이 있다.

(사진)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해 폐기될 법안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각지대에 놓인 반려동물 서비스산업

은수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영업의 종류를 늘리는 데 주된 목적을 뒀다. 현행법은 동물장묘업·동물판매업·동물수입업·동물생산업 등 4가지 종류로만 정해 놓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동물 동반 휴게음식점업과 동물보관·미용업 등을 신설하려고 했다. 또한 영업자가 동물의 보호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 방지 등에 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명시돼 있다.

은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동물 카페, 일정 기간 사육을 맡기는 동물호텔·동물유치원 등 새로운 형태의 반려동물 관련 업종이 생겨나고 있다”며 “하지만 현행법에는 이들 영업을 관리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동물 보호 및 공중위생상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심윤조 의원 역시 발의한 개정안에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영업의 조항을 신설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에 대해 피력한 바 있다. 반려동물 대상 서비스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영업 기준의 법적 근거가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서 영업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법안이 폐기된 것에 대해 심 의원은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상임위 간사를 통해 여러 차례 설명하고 정책 간담회를 갖는 등 심사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홍근 의원은 동물 생산업을 현행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놓았다. 최근 소규모의 동물 생산업자가 난립하면서 반려동물이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무분별하게 생산·번식되고 있어 적정 수의 건강한 반려동물이 생산·판매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려동물 수가 1000만 마리가 넘고 반려동물 가구 수만 따져도 400만 가구가 넘는 등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반면 뒷받침돼야 할 법제도·예산·정부 담당 기구 등은 시대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그동안 여야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개별적으로 내놓았는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동물농장을 운영하는 지역 분들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부서 내에서 주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한 채 뒷전으로 밀려났다”며 “동물보호법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법제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들 중 일부를 엄선해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른 시일 안에 대책 내놓겠다는 정부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 5월 11일 브리핑을 통해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4년 12월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이어 올해 1월부터 반려동물 관련 산업 육성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브리핑에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농식품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다소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애견카페·애견유치원 등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업종 관리 방안과 전담 조직 및 인력 확보, 재정 지원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미 5개년 종합계획을 내놓은 상황에서 뒷북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의 지적이 뒤따랐다. 또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업계 간의 시각차에 대해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은수미 의원실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소·돼지와 같은 가축을 중심으로 보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이 존재한다는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TF가 현재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아쉬워했다. TF는 현재 농식품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총 11개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henr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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