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케저 지멘스 회장 특별 강연] "'사회적 지능'에 투자하라‥협업이 혁신의 원동력"

[2016 제주포럼 : 조 케저 지멘스 회장 특별 강연]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시대, 사람과 팀의 상호작용은 디지털화 불가능}


(사진) 조 케저 지멘스 회장. /김기남 기자


[한경비즈니스 차완용 기자, 제주=김태헌 기자]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은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5월 27일 열린 제주포럼 특별강연을 통해 “변화에 잘 적응하는 국가들은 앞서가는 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국가들은 뒤처진다”며 “바로 적응력, 즉 비즈니스와 사회를 재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저 회장은 이어 “(지멘스와 나는) 변화에 잘 적응해야만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고 덧붙였다. 케저 회장은 30년 이상 지멘스에 몸담은 정통 ‘지멘시어너(Siemensianer)’로, 2013년 8월 지멘스그룹 회장에 취임해 전력화·자동화·디지털화 영역을 중심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적응력의 DNA’를 가지기 위해선 ▷탄탄한 산업 기반 ▷강력한 교육·혁신 생태계 ▷주인의식 등 3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탄탄한 산업 기반으로는 제조업을 꼽았다. 이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견고한 제조업을 갖춘 국가가 앞서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산업 형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케저 회장은 “한국 산업 중 제조업 비율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반면 독일은 GDP의 22%에 머무르고 있는데, 이런 점을 생각하면 분명 한국의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조업에 투자되는 1달러는 다른 분야에서 1.4달러의 GDP를 추가로 창출한다. 또한 제조업에서 창출되는 1개의 일자리는 다른 분야에서 최대 2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강력한 교육·혁신 생태계를 꼽은 이유에 대해선 국가나 기업은 혁신을 꾀할 수 있는 ‘교육받고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과거에는 산업 자체가 천재 한 명의 특허권을 통해 이뤄졌지만 오늘날 혁신은 협업을 통해 이뤄진다”며 “지멘스는 이 순간에도 연구진과 공대 학생들이 함께 밥을 먹으며 협업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순한 암기나 수학 등의 교육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이나 조율의 능력 등과 같은 사회적 지능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응력을 갖추기 위한 전제 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고방식’을 꼽았다.
케저 회장은 글로벌혁신지수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위스를 예로 들며 스위스 국민들이 갖고 있는 기업가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방식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사내 곳곳에 주인의식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개인적인 포부”라며 “이를 토대로 지멘스는 미래에 스스로 재창조할 역량을 갖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연설을 마친 케저 회장은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한국과 기업의 미래’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다음은 케저 회장과 염 총장의 대담을 정리했다.

(사진) 염재호 고려대 총장(왼쪽)이 조 케저 지멘스 회장과 ‘한국과 기업의 미래’에 대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기남 기자


-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하 염 총장)=케저 회장이 강조했듯이 우리는 21세기를 맞으며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문명·산업 등의 전반적인 변화에 기업이 적응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 조 케저 지멘스 회장(이하 케저 회장) =지멘스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제품 종류의 50%를 변화시켰다. 이는 그만큼 시대의 요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불확실성에 적응해야 한다.

특히 세 가지를 관리해야 한다. 첫째, 기업 구성원들의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왜 이 기업에서 일하려고 하는가’, ‘왜 그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가’, ‘좌절할 때 그 이유는 무엇일까’ 등등 구성원들이 목적을 가지고 있고 동기가 부여돼야 한다.

둘째, 성공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역량 능력, 학교 교육 등이 필요하다. 셋째, ‘어떻게 나갈 것인가’, ‘어떻게 협업하고 함께 창출할 것인가’다. 이 세 가지가 있어야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

- 염 총장=10년여라는 기간 동안 50%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꿨다는 말에 놀랐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사실 기업을 운영하며 방향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지멘스는 전 세계에서 근무하는 35만 명 이상의 직원과 함께 혁신 변화를 이뤄냈다. 어떻게 가능했나.

- 케저 회장=우선 주인의식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리더십이 필요하다. 내가 직원들에게 강제로 일하라고 시킬 수 없다. 직원들 스스로 일하게 해야 한다. 사실 지멘스는 내가 본부와 멀리 있을수록 일을 잘하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지멘스의 직원들에게는 주인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자신부터 움직여야 한다. 이것이 보스다. 또한 직원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와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

내가 최고의 리더라고 해도, 내가 모든 것을 다 안다고 해도 내 팀과 함께 움직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팀 행동이 중요하다. 또한 성공을 거두면 각자에게 이익이 있어야 한다. 지멘스에 근무하는 35만 명 이상의 직원 중 지멘스 주식을 가진 사람은 15만4000명이다. 2020년엔 20만 명 이상이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염 총장=지멘스 직원들은 직원이 아니라 파트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케저 회장은 연설에서 교육과 인재 육성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고려대도 단순 지식 전달 아닌 지식을 창출하기 위한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미션이다.

- 케저 회장=전 세계가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것이 데이터화됐다. 정보·암기·수학 등의 지식은 이제 크게 필요하지 않다. 그 대신 디지털 기기가 대신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사회적 지능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인간 사회의 문제는 반드시 서로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지만 사람과 팀의 상호작용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디지털화될 수 없다. 사회·경제적 영역에서도 이러한 것이 필요하다. 특히 내가 똑똑하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의 상하 수직적 명령은 앞으론 해서는 안 된다.

- 염 총장=지혜가 지식보다 여러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 다각화된 전문화, 이것이 20세기 미덕이었다면 21세기는 많은 부분이 결합되고 섞여 있다.

대학에서는 단지 지식과 정보뿐만 아니라 소통 스킬이나 윤리의식도 중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폭스바겐·미쓰비시 등이 소비자로서 불신을 받는 사례가 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좀 더 사회적으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 케저 회장=신뢰는 정말 중요하다. 폭스바겐의 연비 문제와 같은 사례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멘스는 법 준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기업 신뢰의 기본이다. 물론 기업의 설립 목적 자체가 이윤 추구이긴 하지만 기업으로서의 의무와 책임도 있는 것이다.

기업의 크기가 크면 그 책임도 더욱 커진다. 큰 기업일수록 다음 세대를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과 기업의 신뢰도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하는지 기업은 직원에게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 염 총장=한국은 통일 전 서독과 비슷한 점이 많다. 서독처럼 아주 훌륭하게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세계가 6.6배 성장할 동안 한국은 400배 성장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 경제문제나 주변 국가의 눈치도 문제다. 먼저 통일을 이뤄 낸 국가의 기업인으로서 조언해 달라.

- 케저 회장=1989년에 일어난 동독 주민들의 혁명이 독일의 통일을 만들어 냈다. 물론 러시아의 영향이 컸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러시아 전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했고 이 사례는 다른 국가에 모범 사례가 됐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소련은 통일 이전의 동독이 파산 상태라는 것을 알았고 지원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개입하지 못했다. 또한 영국·프랑스 등의 주변 국가들은 독일이 통일했을 때 경제적으로 초강대국이 될 것을 우려해 반대 성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국민들이 원했기 때문에 통일을 이뤄냈다. 통일 이후에도 서독과 동독은 잘 화합하지 못했다. 당시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들을 도와주길 꺼렸고 우월성을 가지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독일의 통일은 실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은 이를 극복하고 당시보다 3배 더 많은 GDP를 달성하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한국의 통일이 언제 일어나든 간에 시간문제다. 물론 처음엔 어려움과 마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시간일 것이다. 아울러 통일의 순간을 맞이하는 세대는 가장 운이 좋은 세대가 될 것이다. 역사의 변화를 가져오는 세대, 그런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세대는 이곳 한국 외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cwy@hankyung.com

[기사 인덱스]
-J.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가 말하는 전기차 ‘모델3’의 비밀
-[J. B. 스트라우벨 테슬라 CTO 특별 강연] “전기차 외면하던 부품 공급사들, 모델3 공개 후 몰려와”
-[조 케저 지멘스 회장 특별 강연] "'사회적 지능'에 투자하라…협업이 혁신의 원동력"
-[한중 스타트업 전문가 대담] “스타트업 뛰어든 중국 젊은이들, 한국 60~70대의 젊은 시절 닮았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기조 연설] "이민자와 난민이 아시아를 더 강하게 할 것"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