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파트 가치는 ‘감가상각 후의 건물 가치’와 ‘땅의 가치’의 합}
(사진)지난해 서울시가 용적률 기준을 완화해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진 용산구 이촌2동(서부이촌동) 일대. /서울시 제공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지난 1~2년간 갭(gap)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적은 돈으로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대상이 점차 외곽 지역에서 인기 지역으로, 저가 주택에서 상대적으로 중고가 주택으로 전이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투자하는 주택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어진 지 20년 전후된 아파트이면서 용적률이 높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완공 단지 용적률 높아
용적률은 일정한 대지 위에 지어지는 건물의 비율이다. 다시 말해 용적률이 높다는 의미는 일정한 면적 위에 더 많은 건물을 지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집주인 마음대로 집을 짓게 한다면 같은 대지 면적이라도 가능한 한 많은 집을 짓는 것이 유리하므로 용적률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인구밀도는 높아지고 그 지역의 사회 기반 시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리기 때문에 주거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개인이 임의로 용적률을 높이지 못하도록 건축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건축 제한은 시대의 상황에 따라 달라져 왔다. 용적률은 1990년 4월 이전에는 250%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주택이 부족해지자 이 규제를 완화해 1990년 4월 이후에는 300%까지 허용하게 됐다.
그러다 같은 해 11월에는 400%까지 완화됐다. 이 때문에 1990년대에 지어진 단지, 특히 설계·분양에서 실입주까지 몇 년이 걸려 1990년 중·후반에 입주한 단지는 용적률이 높게 지어진 것이다. 그러다 2000년 7월 법이 바뀌어 용적률이 250%로 다시 강화됐다.
결국 1990년 이전이나 2000년 이후에는 용적률이 250%밖에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기간에는 최대 400%까지 허용됐기 때문에 1990년대 중·후반에 지어진 단지들의 용적률이 높은 것이다.
이런 점은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제외)의 평균 용적률을 시기적으로 보면 1990년 이전 준공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이 192%로 가장 낮고 1991~2000년에 지어진 아파트가 255%로 가장 높다. 이에 비해 2001~2010년은 222%, 2011~2014년은 20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입지 좋아도 용적률 높은 단지는 갭 적어
그러면 이것이 투자 가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용적률이 높다는 얘기는 대지 지분이 적다는 의미가 된다. 용적률이 200%인 아파트는 100%인 아파트에 비해 대지 지분, 즉 자기 땅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파트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이 건물이기 때문에 초보자일수록 아파트의 가치가 건물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새 아파트가 많이 선호되는 것이다.
같은 지역, 다시 말해 입지가 비슷하다면 새 아파트가 낡은 아파트보다 비싸다. 특히 전셋값은 새 아파트가 월등히 비싸다. 새 아파트의 사용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새 자동차가 중고 자동차보다 비싼 이유와 같다.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가면 낡아진다.
자동차와 같은 기계류는 그 가치 수명이 5년 정도로 보고 아파트와 같은 건물은 그 가치 수명을 40년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새 건물의 가치가 4억원이라고 하면 10년 된 건물의 가치는 3억원, 20년 된 건물의 가치는 2억원, 이런 식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를 회계 용어로 감가상각이라고 한다.
그런데 비슷한 연식이라도 인기 지역의 아파트와 비인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왜 다를까. 또 같은 새 아파트라도 분양가 자체가 지역에 따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은 땅에 있다.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가는 원가는 지역과 상관없이 비슷하다.
시멘트나 철근 같은 자재가 지역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를 리 없고 인부들의 임금수준도 크게 차이 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분양가 자체가 차이 나는 이유는 그 건물의 건축비 때문이 아니라 그 건물이 깔고 있는 땅의 가치, 다시 말해 입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아파트의 가치는 ‘감가상각 후의 건물 가치’와 ‘땅 가치’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입지가 비슷한 지역이라면 연식이 비슷하더라도 대지 지분이 적을수록 그 아파트의 실제 가치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의 땅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지분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지 지분이 100㎡라고 해서 100년 동안 살 수 있고 대지 지분이 1㎡라고 해서 1년만 살다 쫓겨나는 것은 아니다.
대지 지분이 100㎡인 사람이나 대지 지분이 1㎡인 사람은 그 단지에 계속 살 수 있다. 더구나 대지 지분이 100㎡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그중의 일부를 다른 건물로 지을 수는 없다. 대지 지분이라는 것은 자기 땅이 아니라 권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지 지분의 가치는 평소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단지가 더 낡아져 재건축 가능성이 대두될 때 대지 지분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재건축과 상관없는 새 아파트는 대지 지분에 대해 신경을 쓸 이유가 없지만 그 단지가 점점 낡아질수록 대지 지분의 가치에 따라 집값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년 정도 되는 낡은 단지 중에서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용적률이 낮은 단지는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재건축 가능성의 차이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입자는 그 집의 대지 지분과 상관없다. 집의 수리 상태만 괜찮으면 주변 단지의 시세대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낡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매매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고 전셋값은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되니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 소위 갭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곳은 재건축 가능성이 낮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낡아가는 단지라는 문제점이 있다. 입지가 좋더라도 용적률이 높은 단지가 갭이 작은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결국 갭 투자는 적은 돈으로 좋은 투자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사지 않는 물건을 산 것일 수도 있다. 갭 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갭 투자를 위해 그 집의 내재 가치를 따져보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다.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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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해 서울시가 용적률 기준을 완화해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진 용산구 이촌2동(서부이촌동) 일대. /서울시 제공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지난 1~2년간 갭(gap)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적은 돈으로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대상이 점차 외곽 지역에서 인기 지역으로, 저가 주택에서 상대적으로 중고가 주택으로 전이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투자하는 주택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어진 지 20년 전후된 아파트이면서 용적률이 높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완공 단지 용적률 높아
용적률은 일정한 대지 위에 지어지는 건물의 비율이다. 다시 말해 용적률이 높다는 의미는 일정한 면적 위에 더 많은 건물을 지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집주인 마음대로 집을 짓게 한다면 같은 대지 면적이라도 가능한 한 많은 집을 짓는 것이 유리하므로 용적률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용적률이 높아질수록 인구밀도는 높아지고 그 지역의 사회 기반 시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리기 때문에 주거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개인이 임의로 용적률을 높이지 못하도록 건축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건축 제한은 시대의 상황에 따라 달라져 왔다. 용적률은 1990년 4월 이전에는 250%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주택이 부족해지자 이 규제를 완화해 1990년 4월 이후에는 300%까지 허용하게 됐다.
그러다 같은 해 11월에는 400%까지 완화됐다. 이 때문에 1990년대에 지어진 단지, 특히 설계·분양에서 실입주까지 몇 년이 걸려 1990년 중·후반에 입주한 단지는 용적률이 높게 지어진 것이다. 그러다 2000년 7월 법이 바뀌어 용적률이 250%로 다시 강화됐다.
결국 1990년 이전이나 2000년 이후에는 용적률이 250%밖에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기간에는 최대 400%까지 허용됐기 때문에 1990년대 중·후반에 지어진 단지들의 용적률이 높은 것이다.
이런 점은 통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국 아파트(주상복합 제외)의 평균 용적률을 시기적으로 보면 1990년 이전 준공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이 192%로 가장 낮고 1991~2000년에 지어진 아파트가 255%로 가장 높다. 이에 비해 2001~2010년은 222%, 2011~2014년은 20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입지 좋아도 용적률 높은 단지는 갭 적어
그러면 이것이 투자 가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용적률이 높다는 얘기는 대지 지분이 적다는 의미가 된다. 용적률이 200%인 아파트는 100%인 아파트에 비해 대지 지분, 즉 자기 땅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파트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것이 건물이기 때문에 초보자일수록 아파트의 가치가 건물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새 아파트가 많이 선호되는 것이다.
같은 지역, 다시 말해 입지가 비슷하다면 새 아파트가 낡은 아파트보다 비싸다. 특히 전셋값은 새 아파트가 월등히 비싸다. 새 아파트의 사용 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새 자동차가 중고 자동차보다 비싼 이유와 같다. 대부분의 물건은 시간이 가면 낡아진다.
자동차와 같은 기계류는 그 가치 수명이 5년 정도로 보고 아파트와 같은 건물은 그 가치 수명을 40년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새 건물의 가치가 4억원이라고 하면 10년 된 건물의 가치는 3억원, 20년 된 건물의 가치는 2억원, 이런 식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를 회계 용어로 감가상각이라고 한다.
그런데 비슷한 연식이라도 인기 지역의 아파트와 비인기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왜 다를까. 또 같은 새 아파트라도 분양가 자체가 지역에 따라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비밀은 땅에 있다. 건물을 짓는 데 들어가는 원가는 지역과 상관없이 비슷하다.
시멘트나 철근 같은 자재가 지역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를 리 없고 인부들의 임금수준도 크게 차이 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분양가 자체가 차이 나는 이유는 그 건물의 건축비 때문이 아니라 그 건물이 깔고 있는 땅의 가치, 다시 말해 입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아파트의 가치는 ‘감가상각 후의 건물 가치’와 ‘땅 가치’의 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입지가 비슷한 지역이라면 연식이 비슷하더라도 대지 지분이 적을수록 그 아파트의 실제 가치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의 땅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지분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지 지분이 100㎡라고 해서 100년 동안 살 수 있고 대지 지분이 1㎡라고 해서 1년만 살다 쫓겨나는 것은 아니다.
대지 지분이 100㎡인 사람이나 대지 지분이 1㎡인 사람은 그 단지에 계속 살 수 있다. 더구나 대지 지분이 100㎡라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그중의 일부를 다른 건물로 지을 수는 없다. 대지 지분이라는 것은 자기 땅이 아니라 권리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지 지분의 가치는 평소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단지가 더 낡아져 재건축 가능성이 대두될 때 대지 지분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재건축과 상관없는 새 아파트는 대지 지분에 대해 신경을 쓸 이유가 없지만 그 단지가 점점 낡아질수록 대지 지분의 가치에 따라 집값도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년 정도 되는 낡은 단지 중에서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용적률이 낮은 단지는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재건축 가능성의 차이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입자는 그 집의 대지 지분과 상관없다. 집의 수리 상태만 괜찮으면 주변 단지의 시세대로 들어가게 된다. 결국 낡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매매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고 전셋값은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되니 실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 소위 갭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곳은 재건축 가능성이 낮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낡아가는 단지라는 문제점이 있다. 입지가 좋더라도 용적률이 높은 단지가 갭이 작은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결국 갭 투자는 적은 돈으로 좋은 투자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사지 않는 물건을 산 것일 수도 있다. 갭 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갭 투자를 위해 그 집의 내재 가치를 따져보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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