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풍선’이 뭐길래…빚내고 회사 돈 횡령까지

{현금화 가능한 온라인 선물…아프리카TV서 ‘일탈’ 논란}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그야말로 1인 방송 전성시대다. 웬만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 연예인 못지않은 뛰어난 외모의 BJ(Broadcasting Jockey)들이 진행하는 1인 방송은 이미 청소년은 물론 성인층까지 ‘팬덤’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모습의 이면에는 ‘별창(별풍선+창녀)’으로 대변되는 1인 방송의 부정적 모습도 감춰져 있다. 특히 자발적 시청료인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을 중심으로 한 ‘일탈’은 논란을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떠올랐다.

◆별풍선 받으려 도 넘은 ‘막장 방송’

별풍선은 아프리카TV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다. 시청자는 부가세를 포함해 110원당 1개의 별풍선을 구입해 BJ에게 선물할 수 있다. BJ는 시청자에게 받은 별풍선을 아프리카TV를 통해 개당 60~80원의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다. 별풍선이 곧 현금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BJ들은 별풍선을 얻기 위해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장애인 비하 등 자극적 방송으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고 별풍선을 ‘구걸’한다.

그나마 합법(?)적 행위를 하는 이들은 양호한 편이다. 현행법을 위반해 범행 장면을 생중계하는 BJ들도 있다.

올해 3월 경찰에 입건된 BJ A 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외제차로 시속 60km 제한 도로를 180km로 달리는 모습을 생중계했다가 불구속 기소됐고, 지난 6월 3일에는 자신의 포르쉐 승용차를 시속 200km로 운전하며 생중계하다 사고를 낸 BJ가 입건되기도 했다.

또 BJ B 씨는 ‘베스트 BJ’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여자 친구를 성상납했다는 주장을 생방송해 논란을 일으켰고 동물 학대나 술·담배·욕설, 특정인을 비하하는 방송도 활개치고 있다.

별풍선을 둘러싼 사건은 BJ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시청자들 역시 별풍선을 이용해 BJ들의 환심을 사거나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범죄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BJ 성매매’ 논란이 일기도 했다. F 씨는 한 여성 BJ에게 1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주고 4개월 동안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해당 BJ의 나체 사진을 유포했다.

이후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졌던 F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그가 재력가가 아닌 무직의 남성인 사실이 공개됐고 또 별풍선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지인에게 5000여만원을 빌린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수억 원 '별풍선' 쏘던 '회장님' 알고봤더니…

아프리카TV에서 ‘회장님’으로 불렸던 한 여성은 자신이 경리로 근무하던 회사에서 수억원을 빼돌려 이 중 1억5000만원을 별풍선 구입에 사용했다가 최근 구속되기도 했다.

아프리카TV를 즐겨 보는 직장인 김모(39) 씨는 “별풍선은 노골적으로 BJ들이 요구하기도 하고 채팅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지불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BJ나 아프리카TV가 별풍선 선물을 유도하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별풍선을 중심으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아프리카TV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별풍선 환전 시 아프리카TV가 챙기는 수수료는 최대 40%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단속하거나 개입하면 매출 타격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 서수길 대표 역시 지난 4월 임직원 단합 대회에 참석해 “여러분(1인 방송인)은 소중한 존재고 우리 사회의 주인이며 절대 기죽지 말라”면서 1인 방송에 대해 비판 보도한 한 방송사에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특히 아프리카TV는 방송에 참여한 시청자가 BJ에게 별풍선을 선물하면 자동으로 팬클럽에 가입되도록 하고 이들 중 가장 많은 별풍선을 선물한 20명은 채팅방 내 아이디를 부각시키는 등 별풍선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별풍선' 하루 3000만원까지 구입 가능…'규제 안해'

또 모바일 게임이 하루 최대 30만원 이상 결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데 비해 아프리카TV는 이보다 100배 많은 3000만원을 상한선으로 해 사실상 규제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별풍선 구입은 여타 구매 서비스들처럼 본인이 사용하는 결제 수단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며 “별풍선은 해당 BJ의 방송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순전한 자발적인 기부이며 사고를 100% 예방하려면 사전 검열 등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TV는 더 이상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또 “50여 명의 직원이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신고제를 운영함으로써 자율 규제가 정착하도록 애쓰고 있다”면서 “각종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경고 횟수에 따라 회사 내방을 통해 문제가 되는 이슈에 대한 교육과 가이드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1인 방송의 문제점이 지속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경찰청·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과 ‘클린 인터넷 방송협의회’를 개최했다.

지난 4월에는 여성가족부와 방심위가 인터넷 개인 방송, 동영상 사이트 등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을 펼치기도 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별풍선을 얻기 위해 일부 BJ들이 자극적 방송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별풍선 개수 제한 등 자발적 자정 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해 시정 조치를 받은 인터넷 개인 방송 동영상 수는 총 73건(도박 44건, 음란 정보 12건, 장애인 비하 등 욕설이 17건)이며 이 중 아프리카TV가 70건을 차지했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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