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꿈꾸다…수도권 남부의 성장핵 평택 '곳곳에 타워크레인'

가동·추진 중인 산업단지만 20개…평택항, 자동차 수출로 연중 ‘북적’
삼성 반도체 공장, 15만 명 고용 효과
현덕지구에 ‘유커타운’ 조성 계획

묵묵히 견뎌 온 그곳, 평택에 불이 붙었다. 쌍용차 부도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풍파를 겪으며 꺼졌던 불이 다시 피었다.

호재는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가 지난해 5월 착공하며 내년 상반기 가동을 앞뒀고 나머지 산업 단지들의 개발에도 탄력이 붙었다.

올해 안에 수서발 고속철도(SRT) 평택 지제역이 개통되고 평택호 국제 관광단지도 착공될 예정이다. 주한미군 기지가 2018년까지 이전을 완료하면 군인 등 4만2000여 명이 평택으로 넘어온다. 인구는 2025년 1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바야흐로 ‘평택 전성시대’다.


평택이 10년 안에 인구 100만 명, ‘메가시티’ 시대를 연다. 1986년 1월 1일 시로 승격한 지 30년 만에 광역시(승격 요건=인구 100만 명)를 넘보는 것이다.

물론 인구가 전부는 아니지만 인구가 많으면 그만큼 일자리가 창출되고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국가나 도시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2016년 5월 말 기준으로 평택시 인구는 46만4561명이다. 1월 46만1628명, 2월 46만2571명, 3월 46만3043명, 4월 46만383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인구가 매달 감소(1월 1001만8537명, 2월 1001만4261명, 3월 1000만9588명, 4월 1000만2979명, 5월 999만5784명)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경기도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는 수원시(122만4716명)와 고양시(104만1291명)뿐이다. 평택은 어떻게 메가시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삼성 반도체 공장, 15만 명 고용 효과

평지의 연못, 평택(平澤). 탁 트인 평지와 연못이 많아 이름 붙은 평택은 경기도 서남부에 있는 도농복합도시(도시와 농촌이 섞인 자족도시)다. 1995년 송탄시·평택시·평택군 등 3개 시·군이 합쳐져 통합시로 다시 태어났다.

서쪽은 해안가(아산만)에 면하고 동쪽은 용인시·안성시, 북쪽은 오산시·화성시, 남쪽은 아산시·천안시·당진시와 접한다. 면적은 458.12㎢로 경기도의 4.5%에 달하고 행정구역은 3개 읍, 6개 면, 13개 동으로 구분된다.

평택시에는 2016년 2월 말 기준으로 1943개 기업에서 7만7043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고 자동차는 21만8000대(승용차=17만1214대, 승합차=1만635대, 화물차=3만5212대, 특수차=939대)가 등록돼 있다.

학교는 총 104개(대학=3개, 초·중·고=99개, 특수학교=2개)다. 특히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11개 산업 단지(1182만9000㎡)가 조성돼 가동 중이고 추진 중인 산업 단지도 9개(1466만7000㎡)로 1위다.

평택의 주요 성장 동력은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평택항’, ‘평택호 관광단지’ 등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조성 사업은 올해 하반기 공장을 준공하고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평택시도 2014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기반 시설 적기 제공, 산업 단지 준공 행정 지원 등 조기 가동을 위한 지원과 함께 기업의 지역 상생 협력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평택시는 2017년 상반기 반도체 신규 라인이 가동되면 생산 유발 효과는 약 41조원, 직접 투자 효과는 15조6000억원, 매출 효과는 20조원에 달하고 15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택항 개발도 빼놓을 수 없다. 평택항은 올해로 개항 30주년을 맞았다. 부산항이 130년, 인천항이 100년 된 항구라는 것을 감안하면 30년은 새것이나 다름없다. 국가의 장기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잠재력을 높이 평가 받고 있다.

특히 평택항은 ‘자동차 수출 창구’로 통한다. 실제로 자동차 수출입 물동량은 6년 연속 전국 1위다. 평택항 주변 가까이 둥지를 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기지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 평택에는 쌍용차, 화성에는 기아차, 아산에는 현대차 생산 공장이 있다.

평택항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평택항 신생 매립지 2045만7950㎡(619만 평)에 대한 평택시 귀속을 결정하며 큰 전환점을 맞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평택 주민은 “11년 전 잃어버린 평택항을 되찾은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해상 경계선을 기준으로 평택시·아산시·당진시 등 평택항의 관할 구역을 구분한 바 있다. 이에 평택시는 관리 효율성 등을 이유로 매립지 귀속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 평택항 매립지 귀속과 관련해서는 평택시와 당진시 간 소송이 진행 중이다.

평택항을 활성화하기 위한 2종 배후 단지 개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로, 2020년까지 약 165만2500㎡(50만 평)의 부지에 총 3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평택호 관광단지와 연계한 평택항의 부족한 항만 지원 시설과 복합 상업 시설, 관광 휴양 시설 등을 확보해 국제적 규모의 복합 다기능 항만, 동북아 무역·물류 중심 항만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현덕지구에 ‘유커타운’ 조성 계획

마지막으로 평택호 관광단지 개발은 1977년 평택호가 관광지로 지정된 이후 40년간 이어져 온 평택의 숙원 사업이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하는 관광단지 개발의 첫 사례로, 현덕면 권관리, 신왕리, 대안리 일대 274만3150㎡(83만 평) 부지에 단순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문화·체험·관광·쇼핑 등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복합 관광 휴양 단지가 들어선다. 총 1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평택호 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지난해 12월 관광단지 최초로 기획재정부의 중앙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제삼자 제안 공고 결과 응모자가 없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민간투자 사업자로 관심을 보였던 SK도 ‘부의 재정 지원 제도’를 이행하기 어렵다며 사업 불참을 선언했다.

부의 재정 지원 제도는 민간 사업자가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운영 이익 일부를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SK는 매년 80여억원씩 30년간 2456억원(2013년 1월 기준)을 납부해야 했다.

평택시는 민간 전문가의 자문 등을 통해 제안서를 다시 검토하고 오는 10월께 제삼자 제안 재공고에 착수할 방침이다. 평택시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향후 평택호 관광단지 개발이 완료되면 약 1만18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며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약 4조7000억원에 달하고 연평균 20여억원의 재산세 증대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현덕지구에는 대규모 ‘유커(중국인 관광객)타운’도 조성되고 있다. 대한민국 중국성개발이 평택시 현덕면 장수리·권관리 일대에 232만㎡ 규모의 차이나타운 건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역근그룹(50%)·한국개인투자자(30%)·중국개인투자자(20%)가 세운 특수목적법인 대한민국 중국성개발은 실시 계획에 대한 승인이 이뤄지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정상 추진되면 현덕지구에는 6000실 규모의 레지던스 호텔과 4000실 규모의 특급 호텔, 대규모 쇼핑 시설(면세점 포함) 등이 조성돼 약 3만 명 이상의 유커가 방문할 전망이다.

이 밖에 수서발 고속철도(SRT) 평택 지제역은 올해 말 개통 예정이다. SRT는 주식회사 SR가 운영하는 고속열차로, 수서~부산, 수서~목포 고속선로 구간에서 운행에 들어간다. 최단시간 기준 수서~부산(401.2km) 구간은 2시간 10분, 수서~목포(354.2km) 구간은 1시간 50분에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평택에서는 강남 수서까지 20분 내에 진입할 수 있다.

평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사람들은 발전하는 도시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며 “숨죽였던 평택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가운데 인구 100만 명 돌파도 머지않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경비즈니스 김병화 기자 kb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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