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명품? 토종 선글라스 뜬다

{젠틀몬스터 등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 매출 급상승}


(사진)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의 젠틀몬스터 매장. /롯데백화점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예전에 강인한 남성을 상징하는 기본 아이템 중 하나는 선글라스였다.

1970년대 국내에서 레이밴은 ‘라이방’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며 선글라스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국내 선글라스 시장에서 레이밴 등 세계 명품 브랜드의 인기는 이른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 벽)이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가격 대비 품질 좋고 세련된 디자인의 국산 선글라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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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선글라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33.9% 늘었다. 이 중 토종 브랜드 선글라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3.3%나 증가했다. 젠틀몬스터·베디베로·해쉬태그·로렌스폴 등이 매출 급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칼라거펠트·페라가모·랑방·폴리스·듀퐁 등 해외 브랜드는 다소 고전했다. 이들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의 강세가 뚜렷하다”며 “특히 젠틀몬스터는 독특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젊은 고객은 물론 중국 소비자가 많이 찾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사진)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젠틀몬스터 제공

2011년 론칭된 젠틀몬스터는 국내외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배우 전지현 씨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이 브랜드 제품을 착용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젠틀몬스터 플래그십스토어는 제품 못지않게 제품이 놓이는 장소 또한 매력적이어야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탄생한 일종의 예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HBA·오프닝세레모니 등 여러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는 등 실험적이고 차별화한 디자인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론칭된 베디베로는 배우 고준희 씨를 모델로 발탁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크한 스타일과 다양한 컬러는 물론 ‘칼자이스 렌즈’ 등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합리적 가격을 제시해 젊은 소비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신상품을 출시하는 대신 지속적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며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발 빠르게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감성 하우스 브랜드 로렌스폴은 매년 새로운 시리즈 모델을 출시하며 소비자와의 브랜드 스킨십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로렌스폴은 오프라인 쇼룸과 콘셉트에 맞춘 룩북 등 다양한 쇼핑 기회를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디테일하면서도 섬세한 제품을 바탕으로 착용자에게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로렌스폴 선글라스. /로렌스폴 제공

◆“제품 소재·디자인, 명품 못지않다”


(사진) ‘ALO X 1st Look’ 선글라스. /CJ오쇼핑 제공

국내산 선글라스는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에서도 강세다.

CJ오쇼핑의 패션 브랜드 퍼스트룩과 국내 안경 브랜드 알로는 최근 컬래버레이션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ALO X 퍼스트룩(1st Look)’ 선글라스 중 베이비 핑크 색상 제품은 지난 6월 초 CJ몰에 출시된 이후 1주일 만에 ‘완판’됐다.

CJ오쇼핑을 통해 판매 중인 브레라 선글라스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약 8만 세트가 팔려 나갔다. 100억원의 주문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의 매출을 달성했다.

브레라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프랑코가 만든 패션 잡화 브랜드로, 올해로 국내에 소개된 지 10년째를 맞았다. 브레라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이 브랜드의 판매 라이선스를 갖고 선글라스·가방 등의 상품을 자체 기획·생산하고 있다.

브레라는 명품 선글라스에 주로 사용되는 고급스러운 아세테이트 소재의 테와 자외선 차단율 99% 이상을 자랑하는 ‘CR39 렌즈’를 적용한다.

서려진 CJ오쇼핑 브레라 담당 패션잡화팀 머천다이저는 “제품의 소재와 디자인을 비교했을 때 브레라가 명품 선글라스 사양보다 부족할 게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시환 롯데백화점 패션잡화 치프바이어(선임상품기획자)는 “과거 선글라스 구매 고객은 제품보다 브랜드의 명성을 따지는 추세였지만 요즘 소비자는 제품 자체의 독특함과 개성을 중시한다”며 “국내 선글라스 브랜드의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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