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여행 가이드북을 펼쳐보니 연천을 여행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가볼 만한 곳도 한 가득이다. 가이드북이 제시하는 추천 코스도 훌륭하지만, 평화와 자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코스를 그려본다. 테마는 분명하되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여행을 꿈꾸며.
◆ 임진강과 동이리 주상절리
(사진) 임진강과 동이리 주상절리 /김기남 기자
연천으로 향하는 길은 소란하지 않았다. 고요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한적하고 인적도 드물었다. 임진교를 지나 합수머리 즈음에 도달했을 때 동이리 주상절리가 눈에 들어왔다. 초록빛 담쟁이덩굴에 가려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주상절리 절벽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임진강과 어우러지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 연천역과 증기기관차 그리고 급수탑
연천 지도를 살피니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동두천역에서 출발하는 경원선 기차가 멈춰서는 9개의 역 중 7개의 역이 연천에 있다는 것이다. 이 작은 마을에 7개의 역이라, 아이로니컬하다는 생각을 하며 연천에 왔으니 연천역에 가보기로 한다.
(사진) 역사 담벼락의 증기기관차 벽화를 따라 걸으니 자그마한 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벽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작은 증기기관차 모형도 볼 수 있었다. /김기남 기자
간발의 차이로 상행, 하행 두 대의 열차가 연천역에 정차했다. 열차 시간 즈음에 잠시 북적였던 역은 열차가 떠나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침묵했다. 역사 담벼락의 증기기관차 벽화를 따라 걸으니 자그마한 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벽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작은 증기기관차 모형도 볼 수 있었다.
(사진) 연천역에는 두 개의 급수탑이 있다. 급수탑 외벽에는 한국전쟁 당시 총탄을 온몸으로 받아낸 흔적이 남아있다. 그 상처를 신록이 어루만지며 치유한다. /김기남 기자
증기기관차는 수시로 물을 보충해야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경원선 열차는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이곳 연천역에서 급수를 한 뒤 달렸다고 한다. 공원에는 두 개의 급수탑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네모난 급수탑은 1914년, 둥근 기둥 모양의 급수탑은 1930년대에 지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총탄을 온몸으로 받아내고도 거뜬했나 보다. 곳곳에 남은 총탄 자국을 슬며시 어루만져보았다.
◆ 군남댐과 두루미 테마파크
(사진) 군남댐에서는 임진강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연강 나룻길에 오를 수도 있다. /김기남 기자
연천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군남댐 방류로 시끌시끌했던 것이 떠올랐다. 북한의 기습 방류에 대비해 세운 군남댐의 현재 상황은 어떨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군남댐을 가고자 했지만 그보다 먼저 반기는 건 두루미 테마파크였다. 이 일대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최대 200마리 이상 월동한다.
2011년 문을 연 테마파크는 ‘두루미가 들려주는 평화와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평화의 북, 소원나무, 두루미 조형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군남댐의 진입관문이라는 테마파크의 소개대로 두루미 테마파크를 지나쳐야 군남댐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인지 군남댐의 수위는 제법 줄어 있었다. 눈으로 보기엔 여느 댐과 다를 바 없었지만 댐 유역의 97%가 북한 땅이라는 사실에 괜스레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게 됐다. 군남댐에서는 임진강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연강 나룻길에 오를 수도 있다. 임진강의 옛 이름을 딴 연강 나룻길은 군남댐~옥녀봉~중면사무소코스로 7.7km에 달한다.
◆ 태풍전망대와 임진강 평화습지원
(사진) 태풍전망대에 가려면 민간인통제선을 통과해야 한다. 태풍전망대는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다. /김기남 기자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향하는 발길은 기대 반 긴장 반이었다. 태풍전망대가 가까워 올 무렵 중면사무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더니 지난 2014년 북한의 고사기관총탄 낙탄지라는 표지판을 보며 ‘아하’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북한의 총탄이 날아올 수 있을 만큼 북한에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태풍전망대에 가려면 민간인통제선을 통과해야 한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잠시 조회가 끝나면 출입이 가능한데, 임진강 평화습지원도 가겠다고 했더니 군인 한 명이 동승했다.
태풍전망대에서는 미세먼지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북한 땅의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망원경을 통해서는 코앞에 있는 것처럼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농장에서 밭일을 하는 주민들, 언덕 위 북한군의 탱크와 붉은 현수막까지도.
“북한이 정말 가까이 있네요”라는 기자의 말과 동시에 쩌렁쩌렁한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북한의 대남방송이었다.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남북 대치 상황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진) 임진강 평화습지원은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강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갈대, 파릇파릇 돋아난 율무 싹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기남 기자
살짝 긴장한 상태로 태풍전망대를 내려와 임진강 평화습지원으로 향했다. 군남댐 조성으로 기존에 있던 두루미 서식처가 사라지게 되자 조성한 인공습지란다. 두루미를 비롯해 청둥오리와 기러기 등 철새들이 날아든다.
민간인통제선 내에서 임진강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소개답게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강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갈대, 파릇파릇 돋아난 율무 싹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흔들그네에 앉아 잠시 여유를 느껴본다. 조금 전 긴장과는 상반되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이질적이었다.
연천 여행은 처음부터 줄곧 고요했고 평화로웠으며 잔잔했다. 물론 작정하고 찾아보면 화려한 볼거리도 많겠지만, 번잡한 도심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은 조용한 힐링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중간중간 마주한 약간의 긴장감은 이 순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깨닫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 임진강과 동이리 주상절리
(사진) 임진강과 동이리 주상절리 /김기남 기자
연천으로 향하는 길은 소란하지 않았다. 고요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한적하고 인적도 드물었다. 임진교를 지나 합수머리 즈음에 도달했을 때 동이리 주상절리가 눈에 들어왔다. 초록빛 담쟁이덩굴에 가려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주상절리 절벽이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임진강과 어우러지는 풍경은 장관이었다.
◆ 연천역과 증기기관차 그리고 급수탑
연천 지도를 살피니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동두천역에서 출발하는 경원선 기차가 멈춰서는 9개의 역 중 7개의 역이 연천에 있다는 것이다. 이 작은 마을에 7개의 역이라, 아이로니컬하다는 생각을 하며 연천에 왔으니 연천역에 가보기로 한다.
(사진) 역사 담벼락의 증기기관차 벽화를 따라 걸으니 자그마한 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벽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작은 증기기관차 모형도 볼 수 있었다. /김기남 기자
간발의 차이로 상행, 하행 두 대의 열차가 연천역에 정차했다. 열차 시간 즈음에 잠시 북적였던 역은 열차가 떠나자마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침묵했다. 역사 담벼락의 증기기관차 벽화를 따라 걸으니 자그마한 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벽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작은 증기기관차 모형도 볼 수 있었다.
(사진) 연천역에는 두 개의 급수탑이 있다. 급수탑 외벽에는 한국전쟁 당시 총탄을 온몸으로 받아낸 흔적이 남아있다. 그 상처를 신록이 어루만지며 치유한다. /김기남 기자
증기기관차는 수시로 물을 보충해야 했다. 일제강점기 시절 경원선 열차는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이곳 연천역에서 급수를 한 뒤 달렸다고 한다. 공원에는 두 개의 급수탑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네모난 급수탑은 1914년, 둥근 기둥 모양의 급수탑은 1930년대에 지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총탄을 온몸으로 받아내고도 거뜬했나 보다. 곳곳에 남은 총탄 자국을 슬며시 어루만져보았다.
◆ 군남댐과 두루미 테마파크
(사진) 군남댐에서는 임진강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연강 나룻길에 오를 수도 있다. /김기남 기자
연천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군남댐 방류로 시끌시끌했던 것이 떠올랐다. 북한의 기습 방류에 대비해 세운 군남댐의 현재 상황은 어떨지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군남댐을 가고자 했지만 그보다 먼저 반기는 건 두루미 테마파크였다. 이 일대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최대 200마리 이상 월동한다.
2011년 문을 연 테마파크는 ‘두루미가 들려주는 평화와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평화의 북, 소원나무, 두루미 조형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군남댐의 진입관문이라는 테마파크의 소개대로 두루미 테마파크를 지나쳐야 군남댐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인지 군남댐의 수위는 제법 줄어 있었다. 눈으로 보기엔 여느 댐과 다를 바 없었지만 댐 유역의 97%가 북한 땅이라는 사실에 괜스레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게 됐다. 군남댐에서는 임진강의 절경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 연강 나룻길에 오를 수도 있다. 임진강의 옛 이름을 딴 연강 나룻길은 군남댐~옥녀봉~중면사무소코스로 7.7km에 달한다.
◆ 태풍전망대와 임진강 평화습지원
(사진) 태풍전망대에 가려면 민간인통제선을 통과해야 한다. 태풍전망대는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다. /김기남 기자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향하는 발길은 기대 반 긴장 반이었다. 태풍전망대가 가까워 올 무렵 중면사무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 익숙한 이름이다 싶었더니 지난 2014년 북한의 고사기관총탄 낙탄지라는 표지판을 보며 ‘아하’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북한의 총탄이 날아올 수 있을 만큼 북한에 가까이 와 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태풍전망대에 가려면 민간인통제선을 통과해야 한다. 신분증을 제출하고 잠시 조회가 끝나면 출입이 가능한데, 임진강 평화습지원도 가겠다고 했더니 군인 한 명이 동승했다.
태풍전망대에서는 미세먼지나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북한 땅의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망원경을 통해서는 코앞에 있는 것처럼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농장에서 밭일을 하는 주민들, 언덕 위 북한군의 탱크와 붉은 현수막까지도.
“북한이 정말 가까이 있네요”라는 기자의 말과 동시에 쩌렁쩌렁한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북한의 대남방송이었다.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남북 대치 상황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사진) 임진강 평화습지원은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강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갈대, 파릇파릇 돋아난 율무 싹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기남 기자
살짝 긴장한 상태로 태풍전망대를 내려와 임진강 평화습지원으로 향했다. 군남댐 조성으로 기존에 있던 두루미 서식처가 사라지게 되자 조성한 인공습지란다. 두루미를 비롯해 청둥오리와 기러기 등 철새들이 날아든다.
민간인통제선 내에서 임진강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소개답게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강바람에 바스락거리는 갈대, 파릇파릇 돋아난 율무 싹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흔들그네에 앉아 잠시 여유를 느껴본다. 조금 전 긴장과는 상반되는 평화로움과 고요함이 이질적이었다.
연천 여행은 처음부터 줄곧 고요했고 평화로웠으며 잔잔했다. 물론 작정하고 찾아보면 화려한 볼거리도 많겠지만, 번잡한 도심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은 조용한 힐링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중간중간 마주한 약간의 긴장감은 이 순간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지 깨닫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