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뷰] 창조경제 구현하려면 ‘넛지 효과’를


(일러스트 김호식)


[김도훈 산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 한국에 ‘넛지 효과’라는 개념이 소개된 것이 2009년이니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초기에 많은 관심과 호응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 이 효과를 언급하는 사람들은 적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우선 넛지라는 말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그 뜻은 ‘강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뜻한다’라고 정의돼 있다.

즉, 사람들의 행동이나 기업들의 투자 활동 등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나 공공 기관이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 좋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이나 기업들의 행동을 유도해 낼 수 있다면 예산도 절감할 수 있고 공공의 개입을 줄일 수 있을 터이니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방식의 정책 운용을 내놓는 경우가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새롭게 공공 기관장으로 임명된 사람들의 일성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해 내겠다’는 포부를 듣는 데 익숙하다. 사실 그 목표는 이들 공공 기관들이 도와주는 기업들이 생산·수출 등의 활동을 해야 달성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한국의 공공 기관들은 그런 기업들의 활동 자체를 자신들의 업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한국의 경제 발전 및 산업 발전 자체가 정부의 주도로 이뤄져 온 것이기에 한국 정부나 공공 기관들도 직접 개입해 주도적으로 기업들의 활동을 이끌어 내는 데 익숙한 것은 아닐까 싶다. 예전부터 직접적인 개입 방식으로 성과를 내 온 정부나 공공 기관들에는 넛지라는 방식이 도대체 성미에 맞지 않는 방식인 셈이다.

기실 미국과 같이 모든 것을 개인이나 기업에 맡기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는 경제에서는 어떤 일을 유도해 내고자 할 때 이런 넛지 방식으로라도 정책적 지원을 해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여하튼 직접적 개입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싫어할 테니 말이다.

이런 데도 불구하고 필자는 왜 뜬금없이 지금 넛지 효과를 다시 꺼내들었을까. 그것은 지금과 같이 충분히 발전해 있는 국내 산업이 새로운 산업들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는 시기에 적용해야 하는 정책적 노력이 바로 이러한 넛지 방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어쩌면 현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의 실현은 바로 이러한 넛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 정책적 목표인 셈이다. 창조경제의 기본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새로운 산업을 잘 일으키도록 해야 하는 셈인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기존 비즈니스 세계와 연결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는 일은 모두 개인과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여기서 정부나 공공 기관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가 기술 개발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들, 즉 액셀러레이터들이 잘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이렇게 개발된 기술이 비즈니스 세계로 연결될 때 이를 원활하게 해 줄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인 것이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이러한 창조경제 구현에 투자할 엔젤·벤처캐피털 등이 많이 태어나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느끼는 것은 무언가 정부가 나서 창조경제 혹은 창조 산업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이고 기업들도 창업자들도 정부나 공공 기관들이 직접 기술 개발 과정을 도와주고 자금도 지원해 주기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넛지보다 정부의 직접 개입이나 직접 지원을 선호하는 셈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경제 및 산업 발전 과정에서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매우 컸고 거기에 기업들도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창조경제의 구현이라는 분야에서도 정부나 공공 기관에 의존한다는 것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그것을 사업화하는 과정 그 자체, 즉 ‘창조적 과정’에서조차 정부나 공공 기관에 기대려고 하는 꼴이다.

한국의 기존 기업들 내에서도 창조적 과정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받고 있는 형편에 창조적 과정을 공공 부문에 맡기려는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도 정부나 공공 기관의 의욕이 너무 지나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공공 부문에서 마치 ‘스스로가 창조경제를 이뤄내는 주역’인 것처럼 나서면 창업자들도 기업들도 자신들의 판단을 유보해 버리고 정부에 기대는 행동이 나오기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 기업들의 이른바 ‘사업하는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정부나 공공 부문의 지원에 의존해 사업을 전개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스스로 판단해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이러한 기업들의 활동을 도와주는 환경을 만드는 넛지 정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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