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활용법] 절세 효과 큰 ELS·ELB·ETF 편입 '필수'

ISA 100% 활용법
국내 주식·해외 투자는 전용 펀드가 유리…만기 시점 순소득 따져야

(사진) ISA 상담 창구 모습.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ISA 계좌, 해지하러 왔는데요.”

“아, 아는 분 도와주려고 만든 거 아니에요? 지금 해지하면 실적에 반영이 안 돼요. 이왕 도와주시는 거 조금 더 있다가 해지하세요.”

지난 7월 13일 여의도의 한 증권사 판매 창구에서 있었던 중년의 남자 고객과 판매 직원의 대화다. 출범 4개월째에 접어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가입액 2조원을 거뜬히 넘어서며 인기 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알맹이 없는 깡통 계좌가 대부분이다. ‘실속 없는 ISA’를 두고 여러 요인들이 분석되고 있지만 그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판매 직원들의 전문성 부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사 판매 창구에서는 벌써부터 ‘ISA 대규모 이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재산 늘리기’라는 야심찬 목표 아래 탄생한 ISA는 잘만 활용하면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테크 상품이다. 고객과의 접점이 되는 ISA 판매 창구에서부터 정확한 상품 정보와 투자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이유다.

각 금융사 판매 창구에서 ISA 가입을 위한 상담을 직접 받아봤다. 이를 통해 ISA 재테크 100% 활용법도 알아봤다.

◆매뉴얼 읽어 주는 ‘ISA 가입 상담’

지난 7월 12일 홍대에 있는 K은행 영업점. ISA에 가입하러 왔다고 하자 “아는 분이 은행 직원이세요”라는 물음이 가장 먼저 날아온다.

일임형 ISA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니 직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친다. 은행의 일임형 ISA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다가 가입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 뒤따른다.

뒤이어 이 직원은 “신탁형 ISA는 예·적금 가입자가 가장 많다”며 “그냥 예·적금 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라고 은근슬쩍 권한다. 펀드 상품 추천을 요구하자 신탁형 ISA의 판매 상품 리스트를 건넨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어도 깨알 같은 상품 설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상품으로 하나를 고르고 나니 가입 절차를 처리하는 직원 또한 우왕좌왕하긴 마찬가지다.

ISA 가입자들의 90%가 예·적금을 들고 있다 보니 다른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고객을 만나기 쉽지 않다는 부연 설명이 뒤따른다.

이 직원은 “초창기 1~2개월은 ISA 가입 고객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발길이 끊겼다”며 “지인들 추천으로 가입할 사람은 웬만큼 다 가입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ISA는 가입 서류가 워낙 많다 보니 서류 준비가 안 돼 문의만 하고 되돌아가는 고객들 또한 적지 않다.

ISA 상품 설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증권사 판매 창구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날 찾아간 여의도의 H증권사. ISA 얘기를 꺼내자 영업부서의 직원과 전문 상담을 연결해 준다.

매뉴얼을 꺼내 든 이 직원은 ISA의 가입 자격을 비롯해 기본적인 사항들과 관련해 한참을 설명한다. 투자성향을 분석한 뒤 일임형 ISA와 신탁형 ISA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둘의 차이가 뭐예요”라고 묻자 직원은 즉답을 못한다. 얼마 뒤 “확인해 보겠다”며 다른 부서에 전화를 걸어 신탁형 ISA와 일임형 ISA의 차이를 설명해 놓은 매뉴얼을 가져다줄 것을 부탁한다. 매뉴얼에는 신탁형 ISA는 ‘투자자의 운용 지시 유(有)’, 일임형 ISA는 ‘투자자의 운용 지시 무(無)’라는 간단한 설명이 적혀 있다.

상담 중 던진 다른 질문들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관련 매뉴얼을 확인하고 설명을 읽어 주는 식으로 상담이 진행됐다.

그는 “회사가 운용을 잘해 ISA 수익률은 높게 나왔는데 관련 피드백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ISA는 상품의 폭이 워낙 넓은데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절세 효과가 천차만별이어서 내용을 익히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임형 ISA를 선택하고 상담을 이어 나갔다. 이 직원은 “ISA는 투자 수익도 올리고 모험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며 자사의 일임형 ISA 모델 포트폴리오를 보여준다.

각 상품 목록 옆에는 ‘헬스 케어 25%, 해외 펀드 70%’ 등의 자산 배분 비율이 간략하게 제시돼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설명서와 함께 일임형 ISA의 상품을 운용하는 팀과 담당자의 이름을 적시해 놓은 것이다. 돈을 맡기는 투자자가 자기 돈을 누가 관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ELS 등 투자 위해 ISA 개설하기도

다른 은행과 증권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ISA 관련 매뉴얼을 읽어 주고 주의를 당부하는 수준에 그치는 곳이 많았다.

물론 이 중에서도 상담사의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금융사도 있었다. N증권사가 대표적이었다.

특히 단순히 매뉴얼에 나와 있는 ISA에 대한 상품 설명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글로벌 경기 흐름을 짚어 주고 이 회사에서 분석한 앞으로의 경기 예측 방향과 운용 전략을 정확히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ISA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투자로 활용하는 게 가장 좋아요. 절세 효과 때문에 저도 제 고객들 중 ELS나 ELB에 투자하던 분들에게 ISA로 옮길 것을 많이 권했거든요.”

ISA 활용법을 묻는 질문에도 전문 상담을 맡은 직원의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이처럼 명확한 답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ISA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활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른 상품과 중복되는 부분 또한 많은 것이 사실이다. ISA를 통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낫다.

실질적으로 매매 차익이 비과세인데다가 ISA는 의무 가입 기간인 3~5년간 투자 자금이 묶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해외 비과세 펀드를 활용한다면 3000만원 가입 한도 내에서 해외 주식의 시세 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제외하고 ISA를 통해 가장 큰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은 ELS·기타파생결합사채(DLB)·상장지수펀드(ETF) 등이다. 이 직원은 “최근에는 ISA를 통해서는 ELS 등에만 투자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ISA의 장점은 다양한 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상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품을 고루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여기서 신탁형 ISA와 일임형 ISA의 결정적인 차이가 나타난다.

사실 신탁형이나 일임형이나 ISA 계좌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의 종류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차이는 ‘운용 방식’이다. 신탁형 ISA는 계좌 내에서 새로운 상품을 담거나 변경할 때 투자자의 지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때그때 지점을 방문해 신탁 계약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일임형 ISA는 증권사에 상품 운용을 일임하고 각 사의 운용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ISA 계좌의 금융 상품을 판매하거나 환매하고 리밸런싱(운용하는 자산의 편입 비율을 재조정하는 것)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일임형 ISA가 편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수수료가 높게 책정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 상품이 많을수록 수수료는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신탁형 ISA가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고 수수료도 낮지만 그만큼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에게는 금융자산을 직접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 직원은 “다양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리밸런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ISA의 취지에는 일임형이 더 적합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금융사의 투자 전략이 맞지 않을 때 원금 손실 위험 또한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SA 투자 상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비과세’다. ISA는 기본적으로 순소득과 연계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 기간 중 발생한 순소득의 200만원까지는 비과세(서민형은 250만원) 혜택을 제공하고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비과세 혜택을 높이기 위해서는 ‘만기 시점의 순소득’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상품은 1년 차에 순익이 200만원 발생하고 2년 차에도 100만원의 순익이 발생했지만 3년 차에 25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 총 50만원(200만+100만-250만)에 대해서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이 직원은 “결국엔 꾸준히 수익률을 낼 수 있어야 비과세 혜택 또한 누릴 수 있다”며 “그만큼 운용을 잘하는 금융사를 선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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