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한류가 이끈 역직구 ‘붐’

[커버스토리=직구 추월한 역직구]
수출 부진 속 ‘단비’…올해 거래액 2조원 눈앞, 정부도 적극 지원 나서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해외 소비자들이 국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직접 상품을 구매하는 ‘역직구’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해외 직구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데 반해 역직구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추세다.

역직구가 전자 상거래를 통한 새로운 수출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도 역직구 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역직구 품목, 화장품이 66%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해외직구·역직구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역직구 거래액은 478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거래액인 2595억원에 비해 84.5%나 증가했다. 규모 면에서도 역직구 시장이 직구 시장을 앞지르고 있다.

올 1분기 역직구 거래액이 직구 거래액(4463억원)을 처음으로 뛰어넘으면서 역직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역직구 시장 규모가 2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외 소비자들이 역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것은 무엇일까. 역직구의 인기 품목은 단연 화장품이다. 역직구 관련 동향을 살펴보면 역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품목 가운데 화장품 구매 비율이 상당히 높다.

2016년 1분기 역직구 전체 거래액 중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66.1%로 가장 높았다. 지난 1분기 화장품 품목의 역직구 거래액 또한 3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9%나 증가했다.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은 역직구 거래액 비율이 전체의 17.5%에 달해 2위를 기록했다. 의류·패션 및 관련 상품의 역직구 거래액은 8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2% 증가했다. 이어 가전·전자·통신기기(3.5%), 생활용품 및 자동차 용품(2.9%), 음식료품(2.5%) 순으로 역직구 거래액 비율이 높았다.

해외 직구가 급성장세를 보이던 시기에 국내 유통·소비재 기업들은 ‘국내시장에서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한동안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역직구 시장이 해외 직구 시장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서 ‘직구’는 기업들에 위기가 아닌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외 직구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통로가 다양해지다 보니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해외 직구 수요 자체를 국내 리테일러들이 상당히 흡수했고 회사 내에 해외 직구팀을 두고 있는 곳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은 해외 소비자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의 글로벌숍이 대표적이다. G마켓의 글로벌숍은 현재 국내 역직구 시장에서 점유율이 30%에 달한다.

(사진)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의 글로벌숍.

이베이코리아는 글로벌 기업의 특성을 살려 역직구가 활성화되기 전인 2006년부터 G마켓에 국내 오픈 마켓 최초로 영문숍을 열었다. 이후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 고객들이 늘어나자 2013년 9월 영문숍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같은 해 10월 중문숍도 오픈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올 상반기(1~5월) G마켓 글로벌숍에서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화장품·향수, 여성 의류, 스포츠 의류, 신발, 도서·음반 순으로 조사됐다. 스포츠 의류와 운동화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3%, 가공식품은 126% 증가했다. 놀라운 것은 화장품이다. 화장품은 매출이 전년 대비 5113%나 증가했다.

◆안경 등도 온라인 판매 허용

이 같은 매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은 무엇일까. 한류 열풍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다.

가령 매출 성장 폭이 컸던 스포츠 의류와 운동화 품목은 지난 2월 G마켓이 단독 론칭한 런닝맨(SBS 인기 예능프로그램) 공식 운동화가 주요 판매 상품으로 꼽힌다. 런닝맨 운동화는 주로 해외 고객이 이용하는 G마켓 글로벌 숍을 통해 판매됐는데, 대만·홍콩·중국 등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이베이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해외 20대와 30대 여성 소비자들 중심으로 한 ‘K뷰티’ 바람과 한류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역직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숍의 매출은 2년 연속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42%, 2014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나는 등 성장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면서 전자 상거래 수출 관련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역직구 시장 성장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 소비자에게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우선 허용하고 시력 보정용 안경도 허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용 해외 직판 플랫폼인 ‘K몰24’를 통해 전통주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또 온라인 수출 물품이 반품 등의 사유로 6개월 내 국내에 재반입될 경우 수입 신고만으로 우선 통관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전자 상거래를 통한 안경·콘택트렌즈·주류 판매를 금지해 왔다.

김광석 삼정KPMG 수석연구원은 “조선·철강과 같은 기존 수출 산업의 부진한 상황에서 역직구는 소비재 수출 확대를 이끄는 새로운 견인차가 될 수 있다. (정부가)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상 배송 체계를 구축하는 등 역직구 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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