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지도 25] 세련되고 젊어진 '대한민국 1번지' 종로 피맛골

[상권지도 25 = 종로 피맛골]
‘젊은 감각으로 새단장’ 임대료 1년 만에 150% 올랐다
대형 오피스 빌딩 들어서며 내부 상가 활성화…청진공원, 지하 보행로 개통 등 호재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김태림·주현주 인턴기자] 국내 대표적인 ‘핵심업무지구’의 성격을 띠고 있는 종로 피맛골 일대는 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었다.

광화문과 붙어 있어 일찌감치 대한민국의 중심 상권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식’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왠지 ‘아재 냄새(?)’ 물씬 나던 종로 피맛골 상권이 달라졌다.

세련되고 화려한 높은 건물들이 속속 들어선 덕분이다. 도심 속 한가운데 청진공원이 자리 잡은 데다 높은 고층 빌딩 사이사이 지상 보행로가 정비되며 녹색 풍경까지 더해졌다. 이 덕분에 상권 분위기는 한층 젊고 밝아졌다. 종로 피맛골 상권의 화려한 부활이다.

1년 만에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 8월 3일 밤 9시 무렵 종로 피맛골 일대를 찾았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뒤쪽에 들어선 청진공원엔 낮은 한옥과 돌담이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D타워와 교보문고 사이에는 마치 좁은 개울처럼 꾸며진 지상 보행로가 뻗어 있다. 고층 상가에서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과 초록빛 산책길, 주변을 둘러싼 빌딩 숲이 세련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일대의 변신은 2014년 무렵부터 본격화됐다. 2013년 12월 그랑서울의 완공을 시작으로 2015년 타워8과 D타워가 잇달아 대로변에 자리 잡았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부터 지하철 1호선 종각역까지 교보생명빌딩·D타워·르메이에르종로타운·타워8·그랑서울·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지상 20층 안팎의 고층 빌딩들로 채워졌다.

2015년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뒤쪽에 청진공원이 소복이 자리잡았다. 고층 빌딩 사이사이 전통적인 느낌의 보행로를 배치해 자칫 삭막할 수 있는 도심에 여유를 더하고 나니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종로 피맛골’로 향하고 있다.



(사진)교보타워와 D타워 사이길. 대형 오피스 빌딩의 화려한 불빛과 옛 중학천을 복원해 놓은 지상보행로가 도심 한복판에 여유를 더하고 있다. /이정흔 기자

◆‘고층 빌딩 숲’으로 변신한 종로 피맛골

지하철 광화문역에서부터 종각역까지 이어지는 이 상권은 경복궁과 정부 청사를 비롯한 각종 정부 기관, 대기업과 금융회사, 언론사들이 밀집해 있는 광화문과 맞닿아 있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중심지 역할을 도맡아 온 곳이다.

특히 최근에는 GS건설 본사가 있는 그랑서울과 대림산업의 사옥인 D타워(구 대림빌딩) 완공 이후 ‘오피스 상권’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들 대기업과 정부 기관, 언론사 등에 종사하는 인원만 하더라도 어림잡아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인근 자영업자와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대략 20만 명을 넘어선다.

통계청이 2010년 발표한 종로구 수송동 일대의 1인 사업자 이상 근로자 수는 24만 명으로 나타났다. 6년 전 조사 결과라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이 또한 크게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2010년 이후 GS건설·아모레퍼시픽들과 같은 대기업 본사가 광화문 인근 지역으로 이전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음 조사는 2017년 5월 발표될 예정이다.


(사진) 종로 피맛골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광화문역 사거리. /김기남 기자

수많은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핵심업무지구답게 이 상권의 주요 업종은 다름 아닌 음식점이다. 인근 오피스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점심 식사와 식후 커피, 저녁 회식 자리를 해결하는 상권이다.

예부터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선술집과 해장국집이 즐비한 ‘피맛골’이 이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다만 기존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비즈니스 다이닝을 즐기기에 적당한 고급 레스토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이와 같은 수요가 청계천 시청역 근처에 자리한 SFC에 집중돼 있었다면 2014년 이후 그랑서울과 D타워 등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이 일대 고급 레스토랑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 대형 의류 매장의 등장이다. 지난 4월 SPA (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유니클로’가 D타워에 입점한 것이다. 이 상권에 SPA 브랜드가 진출한 첫 사례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오피스 상권이라는 특성에 맞게 비즈니스 룩을 중심으로 하는 매장”이라며 “쇼핑 상권이 아닌 지역에 입점했지만 예상외의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직장인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업무를 위해 광화문과 종로를 찾았다가 ‘편하게 쇼핑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을 공략한 것이다. 말하자면 ‘오피스 쇼핑 상권’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개척이다.

◆소호거리·피맛골…개성 담은 1층 상가

고층 빌딩 숲으로 탈바꿈한 종로 피맛골 상권은 외형뿐만 아니라 업종 구성 등 내용 또한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먼저 D타워와 그랑서울 1층 가운데 대로변은 ‘스타벅스’·‘폴바셋’과 같은 대형 커피숍 매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니클로’ ‘올리브영’ 등의 매장도 눈에 띈다.


(사진) 광화문역 D타워 1층에 자리한 ‘소호거리’. 오피스 빌딩을 좁은 상가 골목길로 꾸며 놓았다. /김기남 기자

각 오피스 빌딩의 ‘얼굴’이랄 수 있는 이들 매장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면 ‘숨어 있는 1층 상가 구역’이 나온다. D타워 ‘SOHO(소호)거리’, 르메이에르는 ‘피맛골 거리’, 그랑서울에는 ‘식객촌 거리’다. 마치 숨어 있는 좁은 골목길처럼 꾸며 놓았다.

조그마한 규모의 샌드위치나 분식점·국밥집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대부분이 객단가(1인당 평균 매입액) 1만원 안팎으로 직장인들이 부담 없이 식사하기에 안성맞춤인 업종들이다.

오피스 빌딩 내부에는 스트리트몰 형태의 레스토랑 전문 상가가 구성돼있다. 이곳에는 비즈니스 다이닝을 위한 고급 레스토랑들이 주로 입점해 있다. 객단가는 평균적으로 3만5000~5만원 정도다.

이와 함께 2층 이상 고층에는 병원·약국·영어학원 등의 업종도 눈에 자주 띈다. 이들 업종은 오피스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외부 직장인들을 유인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사진) D타워 오피스 빌딩을 좁은 상가 골목길로 꾸며 놓았다. /김기남 기자

이 밖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과 청진공원 옆 골목을 중심으로 순댓국집·낙짓집·맥줏집과 개인 커피숍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 완공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은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피맛골’에 자리하고 있던 가게의 대부분이 옮겨갔던 곳이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의 임대 시세가 치솟으면서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의 임대 시세까지 동반 상승한 것이다. 높아진 월세에 밀려나 청진공원 옆 골목 등 주변부로 자리를 옮기는 가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5년 4분기 광화문 지역의 임대 시세는 ㎡당 3만4000원이었는데 2016년 2분기엔 ㎡당 4만1500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역 상권이 4만6700원에서 4만2600원으로, 종각역 상권은 7만500원에서 5만4100원으로 하락한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사진)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에 들어선 '피맛골' 거리. 오피스 빌딩을 좁은 상가 골목길로 꾸며 놓았다. /이승재 기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뒤쪽 청진공원 옆에 자리한 피맛골 화로구이의 이강모 사장은 “지난해부터 월세가 급격히 뛰기 시작했다”며 “150% 올랐다”고 말했다.

종로 피맛골 상권에 자리 잡은 지 올해로 8년 차인 이 사장에 따르면 임대 시세가 치솟으면서 기존 피맛골 가게들 중 지금까지 이 상권에 남아 있는 가게는 불과 10여 개 정도다. 그나마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에 남아 있는 곳은 청진옥·서린낙지·미진 등 3개 업체가 전부다.

현재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상권의 임대 시세는 3.3㎡(1평)당 월세가 50만~60만원 정도이며 D타워는 3.3㎡당 1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내부에 자리한 한 편의점 사장은 “평균적으로 개인 창업자가 광화문 상권에 23.1㎡(7평) 규모의 점포를 내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3억원 정도”라며 “권리금과 보증금이 워낙 비싸 웬만한 매출로는 버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지하 보행로 개통…유동인구 기대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권의 가장 큰 장점은 다름 아닌 ‘풍부한 유동인구’다. 오피스 상권의 가장 큰 약점은 주말 공동화다. 종로 피맛골 상권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랑서울과 D타워 이후 상권의 분위기 변화에 따라 주말 관광객과 외식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관광객의 유입 또한 증가 추세다. 인근에 경복궁과 청계천 등이 자리해 있는 데다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등에서 수시로 개최되는 시민 행사가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주말 청계천을 찾은 나들이객. 인근 직장인들을 배후 수요로 하는 오피스 상권인 종로 피맛골은 최근 들어 주말 관광객 수요도 증가 추세다. /김기남 기자

그랑서울 1층에 자리한 ‘전주밥차’ 사장은 “주중에는 대부분이 넥타이 부대”라며 “주말에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곳을 찾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그랑서울 지하 1층에 오픈한 커피숍 ‘보바타임’ 사장은 “서울의 랜드마크인 광화문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이곳에 창업한 가장 큰 이유”라며 “상권 자체가 워낙 큰 데다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더 사람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5월 일부 개통된 이 일대 지하 보행로 또한 상인들의 기대감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재는 광화문역·D타워·KT신사옥이 연결돼 있고 종각역·그랑서울·타워8이 연결돼 있다.

종로구청 도시개발과 박지은 주임은 “광화문역부터 종각역까지 지하 보행로를 통해 한 번에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계획”이라며 “아직은 미시행 구간으로 연결이 끊긴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시행 구간이 완전히 연결되는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사진) 그랑서울 1층에 자리한 ‘식객촌’ 거리.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 이름을 따와 만화에 소개됐던 식당의 분점들이 들어서 있다. /이승재 기자

특히 이 보행로에는 따로 지하상가를 유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동 경로의 목적에 충실하게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오피스 빌딩 내 지하상가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주임의 설명에 따르면 르메이에르 종로타운과 같은 건물은 구조적인 검토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지하 공공 보도와 연결이 힘든 상황이다.

그랑서울 지하 1층에 운영 중인 ‘바로약국’ 사장은 “지난 5월 지하 보행로 개통 이후 매출이 20% 정도 늘었다”며 “향후에 보행로가 완전히 연결되고 나면 지금보다 매출 증대 효과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상상가는 실제 지하 보행로 연결 이후 유동인구 증가 효과가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구도심 대형 상권은 ‘노후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와 비교해 종로 피맛골 상권은 도심이 재정비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상권의 성격이 강화되는 동시에 관광 상권과 쇼핑 상권의 성격이 보완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선 대표는 “다만 소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한 개인 창업자들보다 최소 3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자본형 창업가들에게 더욱 적합한 상권”이라고 조언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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