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돌파한 헤지펀드…‘2세대’ 뜬다

[6개월 새 2조원 ‘쑥쑥’, 운용사별 색깔 더 뚜렷해져]

[한경비즈니스=이홍표 기자] 한국형 헤지펀드(전문 투자형 사모 펀드) 시장이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 출범 5년 만에 운용 자산 규모가 5조원대를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수익률이 부진한 1세대 헤지펀드들이 퇴보하는 반면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2세대 헤지펀드들이 자금을 흡수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총자산 규모(AUM)는 7월 말 현재 5조6126억원으로 추정됐다. 헤지펀드 시장은 2012년 9월에는 7884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월 3조원을 돌파했고 최근 6개월 사이에 2조원 가까이 불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과 개인 자금이 유입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헤지펀드의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40여 개 수준이던 헤지펀드는 현재 시장에 44개 운용사, 133개의 헤지펀드가 나와 있다. 시장 출범 이후 4년여 동안 40여 개가 설정됐는데 불과 최근 8개월 동안 두 배가 넘는 헤지펀드들이 생겨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출범한 신생 헤지펀드를 ‘2세대 헤지펀드’라고 부른다. 현재 2세대 헤지펀드의 핵심은 라임·타임폴리오·DS·쿼드 등 기존 투자 자문사 시절 이름을 날리다가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한 곳들이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IPO 특화한 ‘파인밸류’ 수익률 톱

현재 이들 2세대 헤지펀드는 시장 성장의 핵심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를 보면 1세대로 불리는 삼성자산운용이 1조2621억원(9개 펀드)으로 압도적인 1위이고 미래에셋자산운용(5776억원)이 둘째다.

이후부터 모두 2세대 운용사의 각축전이다. 안다자산운용(4687억원)·타임폴리오자산운용(3968억원)·쿼드자산운용(2763억원) 등 2세대 헤지펀드 운용사가 나란히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2세대인 라임자산운용(2201억원)과 DS자산운용(1710억원)도 규모가 큰 편이다. 대표적 1세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브레인자산운용은 2562억원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2세대 헤지펀드 운용사의 특징은 1세대가 ‘롱쇼트 전략(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공매도해 수익을 내는 전략)’에 치우쳤던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전략과 확실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파인밸류자산운용이다.

이 회사가 내놓은 ‘파인밸류IPO플러스전문투자형사모증권투자신탁’은 기업공개(IPO)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워 지난 1월 21일 설정됐다. 이후 총 16.31%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전체 헤지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또 롱쇼트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멀티스트래티지’를 구사하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중이다. 라임자산운용이 멀티스트래티지의 선두 격이다. 이 회사가 내놓은 ‘라임 모히토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는 연초 이후 7.36%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헤지펀드 수익률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물론 전통적인 전략으로 수익률을 내는 2세대 헤지펀드도 있다. 은둔의 투자 고수인 장덕수 씨가 이끄는 DS자산운용이 지난 2월 초 내놓은 ‘디에스 수(秀)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도 상반기 10.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는 지난 7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로 손실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꾸준히 1~3% 정도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2.57%에 달한다.

◆1세대 헤지펀드는 청산 이어져


반면 2세대 헤지펀드들이 질주하고 있는 반면 삼성과 미래를 제외한 1세대 헤지펀드들은 청산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BNPP는 1호 헤지펀드인 ‘신한BNPP 명장 아시아 퍼시픽 주식 롱숏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를 지난 6월 말 청산했다.

2011년 12월 국내에 헤지펀드 시장이 열릴 때 함께 설정된 지 4년 6개월 만의 청산이다. 당시 이 펀드는 아시아 주식에 투자하는 유일한 헤지펀드로 주목받았다.

청산의 이유는 부진한 수익률이다. 이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연속 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14% 정도의 손실을 봤고 올해도 7월 말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11.70%로 부진했다.

한때 1000억원 수준이던 설정액은 100억원대로 떨어졌고 수익률 부진이 지속되자 결국 청산을 결정했다.

1세대에 속하는 한화자산운용 헤지 펀드들도 모두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8월 말과 9월 초 현재 운용 중인 ‘한화아폴로롱숏’, ‘한화이글아이멀티전략 1호’, ‘한화이글아이멀티전략 2호’ 등 3개 헤지펀드를 모두 청산할 예정이다. 3개 헤지펀드는 모두 올 1월을 제외하고 매달 1~2% 정도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청산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초창기부터 활약해 온 브레인자산운용·대신자산운용·트러스톤자산운용 등의 수익률이 위태롭다. 브레인자산운용의 3개 헤지펀드는 지난해 각각 마이너스 10% 안팎의 수익률로 부진했고 올 들어서도 반 년 만에 모두 마이너스 10%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브레인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기록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2개 헤지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3~마이너스 6%대로 부진하다. 일부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20% 수준까지 악화된 대신자산운용은 헤지펀드본부장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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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 운용 헤지펀드도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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